아이보다 먼저 부모의 마음을 만났다

2026.10.19 11:25:16

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 이야기보다 먼저 부모의 얼굴이 들어오는 날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또래보다 체격이 큰 남자아이의 어머니와 처음 마주 앉는다.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어머니의 표정에는 걱정이 먼저 묻어 있다.

 

체격이 큰 아이는 같은 행동을 해도 조금 더 크게 보일 때가 있다. 친구와 장난을 하다가 부딪쳐도 먼저 눈에 띄고, 같은 목소리로 말해도 더 거칠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 어머니도 그동안 비슷한 일을 여러 번 겪었을 것이다.

 

나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바로 꺼내기보다는 다른 이야기부터 시작하곤 한다. 그래야 부모도 ‘우리 아이가 또 무슨 잘못을 했을까’ 하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체격이 커서 그동안 오해받은 일도 있었겠어요.”

어머니가 잠시 나를 바라본다.

“조금만 부딪혀도 다른 아이보다 더 크게 보였을 것 같아요.”

그제야 굳어 있던 표정이 조금 풀린다.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저도 아이를 잘 살펴볼게요.”

 

이런 이야기를 먼저 나누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한결 편해진다. 상담을 할 때마다 한 가지는 늘 염두에 두려고 한다. 엄마가 집에서 보는 아이와 교사가 학교에서 보는 아이는 생각보다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를 지켜보다 보면 같은 아이라고 해도 집에서의 모습과 학교에서의 모습이 꼭 같지는 않다는 걸 자주 느낀다. 집에서는 자연스럽게 드러나던 모습이 학교에서는 잘 보이지 않기도 하고, 반대로 부모가 미처 알지 못했던 모습이 친구들 사이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상담을 앞두고는 내가 본 모습만으로 아이를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친구들과 있을 때는 어떤지, 누구와 있을 때 편안해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표정이나 말투가 달라지는지도 평소에 조금 더 눈여겨보게 된다.

 

상담 자리에서는 부모가 알고 있는 아이와 내가 학교에서 보고 있는 아이를 하나씩 꺼내놓는다.

 

“집에서는 이런 모습도 있나요?”

“학교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여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 한쪽에서만 보던 아이보다 조금 더 입체적인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아이를 이해한다고 해서 잘못한 행동까지 덮어주는 것은 아니다. 친구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그 부분은 분명히 이야기해야 하고, 반대로 체격 때문에 억울한 오해를 받은 일이라면 그것도 제대로 살펴야 한다.

 

부모가 바라는 것도 무조건 자기 아이 편을 들어달라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한 가지 모습만 보고 아이를 판단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클 때가 있다.

 

상담을 여러 번 하다 보면 누가 잘못했는지를 빨리 정하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가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지, 학교에서는 또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는 일이다. 그 이야기가 먼저 오가고 나면 아이가 고쳐야 할 행동도 훨씬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상담을 시작할 때 아이의 문제부터 꺼내기보다, 먼저 부모의 마음과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아이의 모습을 만나려고 한다.

 

전장표 인천해든초 교사 chuntr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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