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서이초 20대 신규 교사의 사망 사건이 ‘교권 보호 5법’의 퍼스트펭귄이 되어 순차적인 교권 보호를 위한 법령의 통과를 이끌었다. 이는 공교육 보호를 위한 거대한 제도적 진전이었다. 예컨대, 교원지위법으로 인해 최근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385건 중 281건(73%)에 대해 교육감이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의견이 제출되었고, 수사가 완료된 110건 중 95건(86.3%)은 불기소 또는 불입건으로 종결되기도 했다. 또한 아동학대처벌법으로 인해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오해받는 것을 방지하고, 교육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사안 처리가 가능해진 것은 대표적인 긍정적 효과라 할 것이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현장 교사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여전히 차갑고 잔혹하다. 교육부 및 각 시·도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교원지위법 개정 이후에도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심의 건수는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매년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교사 사기 지수의 경고음도 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교원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교권 5법 통과 이후 현장 체감 변화가 크지 않다”거나 “여전히 악성 민원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0% 이상을 상회했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보다 세밀한 개선이 필요한 것인가? 이 글에서는 그 몇 가지 개선 방안을 고찰하고 더불어 필요한 몇 가지 개선점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법의 틈새를 노리는 꼼수 민원이 성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세계적으로 최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매우 높은 지능(IQ)을 자랑한다. 완벽한 법이 없다는 특성을 알아채고 좋은 머리로 틈새를 교묘히 파고들어 이전과는 달리 ‘정서적 아동학대’라는 항목으로 고소하는 신무기를 장착한 것이 그 대표적 경우라 할 것이다.
둘째, 창구 단일화를 우회하는 다이렉트 민원에 집중하고 있다. 학교 민원 대응팀이 설치되었음에도 일부 악성 민원 학부모들은 개인 휴대폰 메시지, SNS, 모바일 알림장 애플리케이션의 1:1 대화 기능을 통해 교사 개인에게 수십 통의 항의 글을 남기거나 퇴근 후 연락을 취하는 형태로 사생활을 침해하고 교사를 고사시키는 ‘변종 악성 민원’을 이어가는 것이다.
셋째, 사법 절차의 고통이 매우 심각하다. 아동학대 면책 조항이 신설되었음에도 악의적인 학부모가 일단 고소·고발을 진행하면 교사는 피의자 신분으로 온갖 조사 과정을 견뎌야 한다. 고소당한 유죄 입증 여부와 상관없이 그 과정 자체가 교사에게는 학교생활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혹한 형벌이 되는 것이다.
넷째, 행정 인력 및 예산의 부재이다. 수업 방해 학생 분리 조치가 명시되었으나, 분리된 학생을 전담하여 관리하고 상담할 실질적인 인력과 독립된 공간 지원 예산이 부족하다. 그 결과 결국 동료 교사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나비효과 및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혹을 때려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또 다른 혹을 붙이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다섯째, 무고성 고소에 대한 처벌이 부재하다. 악의적으로 거짓 고소를 하거나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를 남발하는 악성 민원인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무고죄 적용 등) 장치가 미비하다 보니, ‘밑져야 본전’, ‘아니면 말고’ 식의 소송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허술한 법의 틈새를 파고드는 또 다른 무모함의 실증이라 할 수 있다.
여섯째, 수십 년간 누적되어 온 ‘소비자주의적 교육관’이 심각하다. 이는 법조문 몇 줄을 바꾼다고 해결이 되지 않는다. 공교육은 서비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사를 단순히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취약한 노동자로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진 것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 문화를 학교에 적용하여 교육의 상업화로 비화되고 있다.
최근 안민석 경기교육감은 악성 민원의 폐해가 매우 심각하여 학교와 교사, 교원단체의 호소에 따라 교육감으로서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즉 참교육의 단호한 조치로 악성 민원인에 대해 임기 중 형사고발 1호를 단행한 바 있다. 여기에는 교사를 혼자 외롭게 두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할 것이다. 이처럼 그동안 말로만 하던 교사 보호에 대한 교육감의 책임 행동이 단행됨으로써 다른 15개 시·도교육청에서도 이와 유사한 조치를 더욱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시대 교육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처벌의 칼날만 휘두르는 냉혹함”도, “마음만 무성한 방임적 온정주의”도 아니다. 차가운 법으로 교사의 신분과 교육활동을 철통같이 방어해 주되, 그 울타리 안에서는 법 대신 ‘믿음과 소통, 그리고 감사’라는 사람의 온기가 흐르도록 교육 생태계를 바로 잡는 것이 시급하다. 이는 교사에게 소신껏 가르칠 수 있는 법적 안전망을 쥐여주고, 학부모에게는 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공적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교실은 서로를 감시하고 두려워하는 냉랭한 장소에서 벗어나 다시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피어나는 위대한 배움터라는 성역으로 존립(存立)할 것이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