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를 미루는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

2026.09.14 13:21:29

저녁마다 숙제를 두고 같은 실랑이를 반복하는 집이 있다. 아이는 학교와 학원을 다녀오면 소파에 눕고 스마트폰부터 찾는다. 부모가 숙제를 하라고 말하면 “조금만 있다가요”라고 대답한다. 처음에는 정말 잠깐 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삼십 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몇 번 더 말하면 아이도 짜증을 낸다. “알아서 한다니까요.” 그러다 밤이 늦어서야 책상에 앉는다. 몇 문제 풀다가 막히면 부모를 부르고, 시간이 부족해지면 부모도 마음이 급해진다. 설명만 해주려고 앉았다가 어느새 남은 숙제까지 함께 보고, 다음 날 준비물이 있는지 가방까지 확인하게 된다. 이렇게 하루가 마무리되면 부모는 답답하다.

 

해야 할 일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매번 미루는지, 왜 몇 번씩 말해야 움직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아이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학교와 학원을 다녀오고 나면 피곤하고, 집에 와서까지 바로 책상에 앉는 것이 싫다. 잠깐 쉬려고 스마트폰을 들었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기도 한다. 그 마음을 모르기는 어렵다.

 

그런데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는 데에는 피곤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늦게 시작해도 결국 숙제는 끝난다. 막히는 문제가 나오면 부모가 와서 설명해 주고, 시간이 늦어지면 옆에서 마무리를 도와준다. 준비물까지 빠뜨리지 않도록 마지막에는 부모가 한 번 더 살핀다.

 

아이가 일부러 부모를 믿고 미루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늦게 시작해도 마지막에는 누군가가 정리해 준다는 흐름에 익숙해질 수 있다. 그래서 부모가 바꿔야 하는 것은 잔소리를 더 세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있다. 숙제를 하라고 말해주는 것과 숙제를 끝까지 책임지는 것은 다르다.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바로 답을 알려주기보다 먼저 어디까지 해보았는지 묻고, 준비물도 대신 챙기기보다 스스로 확인할 시간을 주는 쪽으로 조금씩 자리를 옮겨갈 수 있다.

 

“어디까지 해봤어?”

“내일 필요한 건 네가 한번 확인해 봐.”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기다리는 일은 쉽지 않다. 그냥 해주면 금방 끝날 일을 두고 아이가 한참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하고, 늦게 시작해서 자유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그대로 두어야 할 때가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다시 손이 가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맡긴다는 것은 부모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도움은 주되, 아이가 할 수 있는 일까지 먼저 가져가지 않는 것이다. 처음부터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늦게 시작하는 날도 있고, 하기 싫다고 버티는 날도 있다. 다만 부모가 마지막까지 정리해 주지 않는 경험이 쌓이면 아이도 조금씩 자기 몫을 의식하게 된다.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바로 부모부터 찾기보다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준비물도 가끔은 스스로 확인한다. 늦게 시작하면 자신의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도 조금씩 알게 된다.

 

숙제를 미루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잔소리만은 아닐 것이다. 피곤한 마음을 이해해 주는 것도 필요하고, 쉬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와 함께 아이가 자신의 선택으로 생긴 결과를 직접 경험하고, 해야 할 일을 끝까지 자기 몫으로 남겨두는 과정도 필요하다. 부모가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은 아이를 내버려두는 일이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해볼 자리를 남겨두는 일에 가깝다.

전장표 인천해든초 교사 chuntre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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