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운영&생호라지도 솔루션⑥] 두려움 없이 가르치게 해달라

2026.08.14 10:18:27

“공포는 인간을 무력하게 만든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은 본연의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스피노자의 이 통찰은 2026년 학교 현장에서 매일 증명되고 있다. 오늘날 교사들은 존경받는 스승도, 역량을 펼치는 전문가도 아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고소·고발의 공포 속에서 감정 노동자로 하루하루를 버텨낼 뿐이다.

 

최근 대중은 사법 체계가 처벌하지 못하는 불량 학생과 악성 민원 학부모를 사적 제재로 징벌하는 드라마 ‘참교육’에 열광했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보다 훨씬 더 참혹하다. 최근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참교육과 시한폭탄’ 편 역시 무너진 교실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정당한 학생 지도가 보복성 아동학대 소송으로 돌아오는 현실 속에, 교육은 죽고 학교는 붕괴했다. 한 학부모는 신고 이유를 묻자 ‘단지 선생님을 괴롭히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교사를 향한 화풀이가 목적이라는 이 발언은 오늘날 악성 민원의 본질을 드러낸다. 담배 피우는 학생을 훈육했다는 이유로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어느 교사의 비극 역시 드라마 밖 진짜 현실의 공포를 뼈아프게 보여준다. 이러한 공포는 교사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것을 넘어 학교의 교육 기능 자체를 마비시킨다. 공포에 짓눌린 교사가 어떻게 교육적 열정을 발휘하겠는가. 두려움에 사로잡힌 교사의 역량은 지금 손발이 묶인 채 웅크리고 있다.

 

교실 속 무력해진 교사들

 

지난 7월 17일, 전국의 교사들이 아동학대법 개정 촉구 집회를 위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이 외친 것은 거창한 특혜가 아니라, 그저 “더 이상 두려움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게 해달라”는 최소한의 생존 요구였다. 교사가 보호받지 못하고 공포에 떠는 사회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리 없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교총이 최초로 제안한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 법안 발의는 대단히 환영할 만한 진전이다. 교사 개인이 홀로 감당해 온 공포를 국가가 나누겠다는 이 법안은 벼랑 끝에 선 교실을 구할 실효성 있는 대책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특히 국가와 지자체가 교육활동 분쟁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법적 책무로 명확히 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교육 당국의 대책들은 ‘방패’만 쥐여주려 할 뿐, ‘방패가 필요 없는 교실’을 만드는 데는 무관심했다. 이제는 단순히 파편화된 사후 수습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악성 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 수단까지 함께 완성해야 한다.

 

잘못된 패러다임, 법이 바로잡아야

 

교사 대상 아동학대 신고의 90% 이상이 무혐의 처분을 받음에도 억울한 교사가 신고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길은 사실상 막혀 있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무혐의로 결론 난 아동학대 신고 중 명백한 악의나 거짓이 입증된 경우, 교육청이 교사에게 소송비용과 정신적 손해배상금을 우선 지급하고, 이 비용을 악성 신고자에게 받아내는 ‘교육청의 구상권 청구 의무화’를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

 

현재의 사후 대응책은 신고자의 행동에 아무 영향도 주지 못한다. 잃을 것이 없는 신고자의 악성 신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구상권 청구는 ‘나중에 내가 그 비용을 물어낼 수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악성 신고를 억제하는 예방적 장치가 될 수 있다.

 

모든 무혐의 신고자를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다. 교사를 괴롭힐 목적으로 악의적 고발을 일삼은 신고자에게 최소한의 재정적·법적 빗장을 채우자는 것이다.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면 신고자는 ‘아니면 말고’ 식으로 발을 빼면 그만인데 반해, 신고당한 교사는 삶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린다. 이 기울어진 저울을 법과 제도가 바로잡아 주는 것이야말로 상식적인 정의다.

 

더 이상 교육이 교사의 희생만으로 유지되는 시스템이 되어서는 안 되며, 교실 역시 손발이 묶인 공포의 공간이 되어서도 안 된다. 개학을 맞는 동료 선생님들이 2학기에는 더 이상 공포와 두려움에 떨며 외로운 싸움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경애 서울신월초 교사, 현 서울교육청 학폭예방 컨설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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