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학교를 졸업하지만 배움은 결코 은퇴하지 않습니다.“
32년 동안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이정달 과천문화원장은 이제 지역사회를 교실 삼아 또 다른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교사에서 문화원장으로 역할은 바뀌었지만, 사람을 키우고 공동체를 성장시키겠다는 교육 철학만큼은 변함이 없다. 지난 7일 과천문화원에서 만난 이 원장은 "교실과 문화원은 모두 사람을 배우게 하는 공간"이라며 "문화원 역시 시민들이 삶을 배우고 지역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학교"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화학 교사로 교직을 시작해 32년간 중·고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다. 교육과정 변화에 따라 물리뿐 아니라 지리와 사회 과목까지 맡으며 폭넓은 교육 경험을 쌓았다. 그는 "당시에는 시수 조정 때문에 여러 과목을 가르쳐야 했지만 오히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며 "지리는 지역과 세계를 이해하는 안목을 키워주었고, 지금 문화원 일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회상했다.
교사 시절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한 가치는 '정직'과 '정도(正道)'였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은 교육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조금 늦더라도 바른 길을 걸어야 한다고 늘 이야기했습니다.“ 그 말은 세월이 흘러도 학생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얼마 전 50년 만에 만난 제자가 "선생님의 말씀대로 정직하게 살려고 평생 노력했다"고 전하는 순간, 그는 교육자의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했다고 한다.
이 원장은 학교 교육만으로는 온전한 교육이 완성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교과서를 통한 지식 전달도 중요하지만 진짜 교육은 사람을 통해 배우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뒷모습, 부모님의 삶, 지역사회의 어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배우는 것이 훨씬 오래 남습니다.“
그는 특히 오늘날 교육의 가장 큰 과제로 '가정교육의 약화'를 꼽았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교육공동체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원 운영 역시 이러한 철학 위에서 이루어진다.
많은 사람이 문화원을 전통문화만 보존하는 기관으로 생각하지만 이 원장은 "문화는 우리의 삶 전체"라고 정의한다. 전통문화 계승은 물론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 세대까지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생활문화 플랫폼으로 문화원의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실제로 과천문화원은 어린이와 유치원생을 위한 예절교육, 박물관 체험, 전통놀이 프로그램, 학교 연계 문화교육, 찾아가는 민속놀이 수업 등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예절교육원을 개원해 청소년 인성교육과 전통문화 체험을 강화하고 있으며, 전통혼례 재현과 같은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있다. 이 원장은 "과거가 있어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며 "역사를 잊거나 지역문화를 외면하면 미래 역시 건강하게 세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AI 시대에 전통문화의 가치에 대한 질문에도 그의 답은 분명했다. "AI는 분명 편리합니다. 하지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랑과 배려, 공동체 의식, 인성까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오히려 AI 시대일수록 전통문화가 인간다움을 회복시키는 교육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무동답교놀이, 줄타기, 향토문화와 같은 지역문화 콘텐츠는 단순한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라 공동체를 배우고 서로 협력하는 살아 있는 교육이라는 설명이다.
세대 간 소통 역시 앞으로 문화원이 풀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다. 이 원장은 과천문화원장에 앞서 노인대학장을 맡아 어르신 평생교육을 이끌어 왔다. 앞으로는 어르신과 청소년이 함께 배우는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하고 싶다는 구상도 밝혔다.
"은퇴한 교사나 전문가들이 학교를 찾아가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반대로 어르신들은 디지털 기기를 배우며 청소년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시대가 되어야 합니다.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진정한 평생교육입니다.“
지역 복지에도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는 그는 현재 사회복지법인 하늘행복나눔재단 활동을 통해 지역 내 여러 복지시설 운영과 지원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교육과 문화, 복지는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라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독실한 신앙 안에서 살아온 삶도 그의 교육철학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처음부터 교육자가 되려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교직에 들어선 이후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었다"는 믿음으로 평생 학생들과 함께했다.
인터뷰 말미에 '오늘의 교육에 꼭 더해졌으면 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답했다. "교육은 지식을 많이 아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을 만드는 일입니다. 정직과 배려, 공동체 정신을 배우는 교육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을 키울 때 우리 교육도 더 건강해질 것입니다.”
32년의 교단을 떠난 그는 여전히 교육자였다. 다만 교실이 문화원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오늘도 과천문화원에서 그는 시민들과 함께 새로운 배움을 이어가며, '평생교육 도시 과천'이라는 또 하나의 꿈을 만들어 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