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장이 300년 고목 살렸다

2005.03.09 14:55:00

"30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왔는데 죽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요"

대전 진잠초등학교 교정의 고목 살리기에 앞장서 온 이한규(57) 전 교장은 9일 `대전시가 복구작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에 환하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2003년 유성구 원내동 진잠초등학교 교장으로 발령받은 뒤 교정을 둘러보다 잎도 나지 않고, 까맣게 가지가 말라가고 있는 고목 한 그루를 발견했다. 이 고목은 팽나무이며 수령은 놀랍게도 300년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씨는 "고목을 보는 순간, 나무 아래에서 수 많은 어린이들이 뛰어놀며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눈앞에 스쳐갔다"며 "우리 학생들을 위해 반드시 이 나무를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진잠초등학교는 1913년 개교해 대전시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학교인데 이 학교의 역사와 추억, 비밀을 고목이 모두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곧바로 이씨가 나무병원에 알아본 결과 고목을 살리려면 2-3천만원의 비용이 필요했고, 이를 학교 예산으로 감당할 수는 없었다.

이씨는 대전시교육청과 총동창회, 학부모회 등에 고목 치료비용을 지원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매번 "나무 한 그루 살리는데 수 천만원을 쓰는 것보다 학생들을 위해 건물을 짓거나 교육자재를 사는 게 더 낫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하지만 이씨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난 2년 동안 진잠초등학교 출신 동창들을 만나고, 유성구청장과 대전시장 등을 설득, 최근 대전시로부터 예산을 확보했다.

지난 1일 진잠초등학교를 떠나 대전교육연수원에 근무하는 이씨는 "발령을 받아 근무지를 옮긴 뒤에도 `고목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정말 다행"이라며 "고목에 푸른 잎이 나고, 아이들이 그 아래에서 무럭무럭 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오는 11월까지 고목주변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철거하고, 흙을 교체하는 작업 등을 벌인 뒤 이 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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