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는 ‘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를 기조로 교권 보호 등 8대 교육영역에서 다양한 교육 공약을 제시했다. 공약 중 일부는 교총이 제안한 ‘대선 교육공약 10대 과제’를 반영한 부분도 있다. 여러 공약 중 가장 우선순위에 둬야 할 과제가 바로 교권 보호다. 지금 교실은 기다릴 여유가 없다. 학생이 교사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고 교무실에 소화기를 뿌리는가 하면, 악성 민원에 시달린 선생님이 또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무너진 교권 앞에선 그 어떤 교육개혁도 바로 설 수 없다.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고발되고, 사소한 사안에도 교사가 민원과 조사 대상이 되는 현실은 교육을 마비시키고 있다. 교권은 단순한 교사의 권리가 아니라 교육이 작동하는 전제다. 교사가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학교가 살아난다.
교총이 제시한 교권 보호 9대 핵심과제는 이러한 절박함을 대변한다. 가장 시급한 것이 ‘정당한’ 교육활동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일이다. 교육활동 중 발생한 사안조차 교사를 아동학대로 간주하는 현행법은 개선이 시급하다.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교원지위법을 정비해 정당한 지도는 보호받고, 악성 민원은 제재받도록 해야 한다.
교원의 마음 건강 증진제도의 확대·정착도 필수적이다. 교사들은 정서행동위기 학생을 일상적으로 마주하지만, 정작 본인의 심리 회복에는 무방비다. 병가 제도 현실화, 교원 치유지원센터 접근성 제고 및 상담 비용 지원 확대 등 다각도의 정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무너진 교권 교육 황폐화 부추겨
비본질적 행정업무 분리도 시급
무너진 교실의 회복은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 등 본질적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지금 교사는 각종 회의는 물론이거니와 협력 교사가 해야 한다는 명목에 원어민 강사를 위한 월세 계약, 생필품 심부름까지 맡는 기막힌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위장전입 학생 관리나 학교 운동장에 흙 성분이 어떤지를 조사하는 것까지 교사에 떠넘겨지는 상황에서 본질적 교육활동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이제 비본질적 학교행정업무는 과감히 학교와 분리하고 이를 전담·처리하는 별도 행정기구의 법제화가 요구된다. 교육지원청 역시 행정감독이 아니라 명칭에 맞게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역할로 전환돼야 한다.
출생률이 떨어졌다고 교원을 줄이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는 길이다. 오히려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을 넘어서는 과밀학급을 없애고, 기초학력 보장과 개별화 지도를 강화할 기회다. 저출산 문제도 ‘국가 책임 돌봄’이라는 이유로 학교에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가정 중심 양육’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 참여형 보육, 실효성 있는 육아휴직, 민간 지원 확대 등 사회 전체가 함께할 보육 생태계 조성을 통한 문제 돌파가 필요하다.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사적 정치 표현까지 금지하는 현행 제도는 과도한 기본권 침해이며, 헌법재판소도 위헌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공무담임권 보장, 정당 가입 허용 등 제한적 완화를 시작으로 학생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제외한 부분의 확대까지 사회적 논의와 숙고가 시작해야 한다. 또한 교원보수위원회를 법제화해 각종 교원 수당·보수제도를 개선하고, 교직 전문성에 걸맞은 처우개선을 해야 한다.
교육의 정상화는 구호가 아닌 실천에서 시작된다. 교사가 존중받는 교실, 수업이 중심이 되는 학교, 정책이 현장을 바라보는 교육, 이것이 대한민국 교육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이다. “교권 없는 교육은 없다”, “교육 없는 미래도 없다”는 외침에 새 정부가 하루빨리 응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