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사모! 이얍!"하며 짧고 굵은 고함으로 그들의 존재를 과시한다. 어깨동무로 둥그렇게 대형을 만들고 모임을 모두 마치고 하는 '배사모' 만의 의식이다. 식당 앞 골목이 들썩거릴 정도로 소리가 우렁차다. 멋진 모습이다. 이제는 배구 끝나면 회식하고 나서 하는 배사모 만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밀레니엄 시대가 출발하는 2001년 배사모가 처음 시작되었으니 벌써 24년의 세월이 흘렀다. 배사모는 '배구 사랑 모임'을 줄인 말이다. 구리 남양주 교원이 주축으로 이루어진 배구 동아리다. 배사모 시니어는 이제 나이가 많아 배구할 수 없는 원로 회원이 모여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이다.
현역 젊은 후배들은 여전히 배구를 즐기고 있다. 요즘엔 여성회원도 가입하여 조직이 더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육십 대 초까진 몸놀림이 그런대로 괜찮았다. 65세가 넘으니, 관절도 집중력도 모두 운동하기엔 무리가 오게 되어 자연스럽게 시니어 활동으로 전환되었다. 11명 시니어 회원 모두 그런 사정으로 운동을 그만두게 된 것이다.
한창 때는 배구를 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나면 '이보다 더 좋은 보약이 어디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심지어 배사모가 본 업무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때도 있었다. 그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왔기에 더욱 열정을 쏟았다.
2080세대가 한데 어우러져 배구를 매개로 모인 배사모는 한 해에 두 번 여행도 다녔다. '배사모 전지훈련'으로 명명한 여행으로 멀리는 제주도까지 다녔고 태국 여행도 준비하였으나 당시 태국 내 치안 문제로 포기하였다. 이어 코로나로 국내 여행은 잠시 중단되었으나, 국내 웬만한 곳은 모두 다니며 배구도 하고 여행도 하였다.
전지훈련은 오전에 여행지 주변 유명 관광지나 문화유적지를 답사하고 점심을 한다. 남자들만이 운동하는 모임이라 그런지 다소 거칠고 남성적이다. 점심에는 으레 소주와 막걸리를 주문한다. 미리 정해진 팀이 있어 벌써부터 상대 팀에 대한 심리전으로 들어간다. 좌장인 이행재 초대 회장은 빙긋이 웃으며 이런 자리를 즐긴다. 적당한 음주로 우리만의 도핑 테스트를 한다. 그리고 사전 예약한 학교 체육관로 간다.
A, B, C 세 개 팀은 오래전부터 손을 맞춰 와서 게임에 들어가면 호흠도 잘 맞고 승부욕은 하늘을 찌른다. 심판위원장은 초대 회장을 지낸 이행재 위원장이다. 평상시에는 5세트를 하지만 원정을 오면 기본 7세트로 체력을 모두 소진해야 끝난다. 저녁 회식을 한 후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은 그곳 문화유적지를 답사하는 일정으로 소화한다.
지금도 되돌아보면 참 유익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 여행이다. 특히 한라산 등정은 잊지 못할 추억이다. 20여 년간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는 원동력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초대 이행재 회장(교문초 전 교장)의 친화력과 덕망으로 조직을 이끌어 온 점과 그리고 회원들의 훌륭한 인성이 우선 한몫했다고 본다. 2대 신재옥 회장(인창초 전 교장)은 바톤을 이어받아 배사모 세 확장을 위해 노력하여 제법 큰 단체로 성장했다. 3대 김안두 회장(양정초 전 교장)은 코로나 시기에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여 자리를 잡았으며, 이어서 현재 4대 조헌구 회장(한홀초 교장)의 혁신적 운영으로 새로운 배사모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렇듯 배사모와 청춘을 함께해 왔으나 세월은 속일 수 없어 작년에 배사모를 은퇴하고 정식으로 시니어 활동을 하고 있다. 모두 육십 대 이상 팔십 대까지 시니어 속에 오십 대 현 배사모 회장이 속해 있다. 이를 통해 시니어와 현역들과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참 절묘한 조합이다. 지난 연말엔 신구 세대가 다 모여 송년회를 거창하게 하였다.
배사모 전역식은 후배들이 감동적으로 치러 준다. 은퇴 선배의 등번호는 영구결번이라고 정했다. 후배들의 선배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 한다. 후배들이 유니폼을 사진으로 액자에 담아 선물하니, 은퇴하며 현역 배사모는 20여 년 만에 막이 내렸다. 허전하고 쓸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사말에서 그동안 배사모에 쏟은 열정과 회원들의 우정이 하나씩 머릿속에 떠오른다고 술회했다. 회원들 모두 사나이답게 멋있다.
배사모시니어는 현재 1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학교 교원으로 은퇴하고 일부 회원은 교육과 관계 깊었던 지역인사가 참여하여 만나고 있다. 지금은 시니어지만 20여 년 동안 같이 땀 흘리고 운동했던 역전의 노장들이다.
시니어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 정기모임을 하며 지나간 학교생활을 돌아보며 담소를 하며 친목도 다진다. 요즘엔 나이가 든만치 건강문제가 화두로 올라온다. 시니어는 오늘도 단단한 친목을 다지고 소통하며 건강한 모임으로 노년을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