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문화] 고전이지만 새로운, 익숙하지만 낯선 

2023.03.09 11:27:12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도 무대 위에 오르면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배우의 연기와 조명, 음악, 시대를 뛰어넘는 각색이라는 솜씨가 더해지면 몇 백 년 전의 고뇌, 이역만리의 마을도 '지금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까닭이다.

 

 

연극 <회란기>

 

솔로몬의 판결 못지 않은 어려운 판결이 오래 전 중국에도 있었다. 때는 700여년 전 원나라 시절, 포청천이 바닥에 석회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한 아이를 세운다. 그리고 각자 아이의 어미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 중 진짜 엄마를 가린다. 사연은 이렇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기생으로 일하던 장해당이라는 여인이 동네의 갑부 마원외와 사랑에 빠진다. 그의 첩으로 들어가 아들까지 낳지만, 이를 시기한 부인 마씨는 급기야 남편을 독살하고 장해당에게 뒤집어 씌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장해당의 아들을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고, 동네 이웃들을 매수해 거짓 증언을 하도록 한다. 

 

이는 1200년대 중반 활동한 중국의 극작가 이잠부의 잡극 '포대제지감회란기(包待制智勘灰闌記)'의 줄거리다. 연극 <회란기>는 이 극적인 이야기를 무대 위에 펼쳐내 보인다. 작품은 700년 전 이야기를 지금의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현재의 이야기로 치환시킨다. <조씨고아-복수의 씨앗>과 <낙타상자> 등 중국 고전을 우리의 이야기로 각색하는 데 남다른 솜씨를 보이는 연출가 고선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특히 기대를 모은다.  

 

작품은 인간 사이의 도리, 사회 부조리, 소유욕과 모성애 등을 통해 살벌하고 시끄러운 요즘 세상을 돌아보게 만든다. 또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관객이 이야기의 일부로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덕분에 작품은 처음 무대에 오른 2022년 <월간 한국연극>의 ‘2022 공연 베스트 7’에 선정되고, 연일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작품은 무대나 조명 장치를 최소화한다. 연극의 본질이자 원형을 오롯이 구현하겠다는 연출가의 의지다. 그는 ”연극은 관객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감동하는 장르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막 무친 겉절이’처럼 진짜 날것의 느낌이 나도록 하고 싶다. 배역의 슬픔이 뇌리에 오래 남을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연극에서는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모래시계>부터 연극 , <박상원 콘트라바쓰> 등 무대와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배우 박상원이 '포대제(포청천)' 역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연극 <회란기>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3월 10일~4월 2일

02-6956-5699

 

 

뮤지컬 <앤ANNE>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빨강 머리 앤’하면 떠오르는 애니메이션 <빨강 머리 앤>의 주제가다. 이번 봄에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보다 더 생동감있고 당찬 앤을 만날 수 있다. 

 

<앤ANNE>은 캐나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 <빨강 머리 앤>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극중극 형식. 작품을 창작한 극단 ‘걸판’의 이름을 딴 걸판여고 연극반 학생들은 <빨강 머리 앤>을 공연하기로 결정한다. 학생들은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누가 앤 역할을 맡게 될지, 어떻게 원작이 100년이 넘도록 사랑받을 수 있었는지 고민하며 작품에 빠져들어간다.  

 

이들은 공연을 연습하면서 연작 소설 중 1권 ‘녹색 지붕의 앤’ 속 장면을 재현한다. 앤의 성장 시점을 세 장면으로 나눠 3명의 배우가 앤을 연기한다. 덕분에 각자 세 가지의 개성을 가진 앤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18곡의 다채로운 창작곡을 통해 빨강 머리 앤이 가장 꿈과 사랑이라는 변하지 않는 가치를 관객들의 마음에 선사한다.   

 

뮤지컬 <앤ANNE>은 배우 임찬민, 송영미, 현석준 등 공연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들을 배출한 바 있다. ‘대학로 대표 신인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한 작품이 이번 공연에는 어떤 스타를 탄생시킬지도 관심을 모은다. 

 

뮤지컬 <앤ANNE>

2월 3일~4월 9일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02-794-0923

김은아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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