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 누린 ’3인을 위한 음악회‘

2022.02.20 08:09:26

팬데믹 시대, 음악+인생+여행 이야기 나눠

’3인 음악회‘와 ’3인을 위한 음악회‘는 어떻게 다를까? ’3인 음악회‘는 출연자가 3인이다. 3인의 연주자가 출연하는 것이다. ’3인을 위한 음악회‘는 관람객이 3인이다. 관객 3인이 음악을 즐기는 것이다. 코로나 19 펜데믹 시대, 신풍속이다. 연주자와 즉흥 대화를 나눈다. 관객으로서는 호사(好事) 중의 호사다.

 

얼마 전 수원 장안구 한 건물 3층에선 ’3인을 위한 음악회‘가 열렸다. 연주자는 1인이고 관람객은 오직 3명이다. 넓은 홀안에 3명이 마스크를 쓰고 넓게 떨어져 앉았다. 무려 80분 동안 연주자의 해설을 곁들인 수준 높은 연주를 감상했다. 연주자는 연주를 하고 사이사이에 음악, 악기, 여행, 인생 이야기를 한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 귀 쫑긋 세우고 듣는다. 귀에 쏙쏙 들어온다.

 

오늘의 연주자는 우근식(71) 전 동수원중학교 교장이다. 중앙대학교 음대 기악과 출신이다. 대학에선 트럼펫을 전공했다. 교육경력은 총 35년이다. 2014년 2월 정년퇴직했다. 색소폰 잡은 지는 10년 정도. 필자가 현직에 있을 때 관내 교장으로서 여러 번 만났다. 각종 연수회 땐 연주 재능기부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실력이 그 당시 수준이 아니다. 매일 2시간씩 연습한다고 한다. 기량이 늘었다고 자타가 공인한다.

 

관객은 필자와 초등에서 전직한 중등 교장 출신 지인이다. 모두 60대다. 두 명 전공은 국어이고 한 분은 상업 전공이다. 교육대학을 나왔기에,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기에 음악에 대한 기초소양은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을 즐길 기회가 있으면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오늘이 바로 그런 기회다. 힐링의 시간이다.

 

음악회 시작 전 연주자의 행동을 유심히 보았다. 테너 색소폰 악기를 난방기 바람에 덥힌다. 그 이유를 물으니 악기가 차가우면 반음 정도 내려가 연주가 어렵다고 한다. 오늘 준비한 리코오더, 오카리나, 단소도 덥힌다. 악기 최적 연주의 가장 좋은 온도는 우리 신체온도라고 한다. 그래서 작은 악기는 연주 전에 가슴에 품는다고 한다.

 

첫곡 악기와 연주곡이 궁금하다. 리코오더 연주인데 김인배 작곡 ’석양‘ ’내 사랑‘이다. 김인배는 당시 TBS 악단장인데 트럼펫 연주자다. 감미로운 멜로디가 귀를 부드럽게 해 준다. 음악회 분위기를 잡아준다. 우 교장은 김 단장 지휘를 받았다. 1970년대 중반 명동 유토피아에서 트럼펫 주자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야간 4시간 연주하며 월 16만원을 받아 대학 등록금과 하숙비로 썼다. 그의 교직 첫 봉급은 10만원.

 

 

다음은 색소폰 연주자라면 누구나 도전해 보는 ’대니 보이‘. 학창시절 ’아, 목동아‘로 익숙한 곡이다. 그동안 평화로운 목장을 연상했는데 그게 아니다. 아버지가 전쟁터에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슬픈 곡이라 한다. 오카리나 연주로 이수인 곡 ’내 마음의 강물‘을 들려준다. 우 교장은 쿠바 여행 중 오카리나 하나 갖고 음악을 좋아하는 그곳 연주자, 주민들과 즉흥 연주했던 추억을 떠올린다.

 

우 교장은 트리오 로스 판초스의 ’제비‘를 원어로 부른다. 음악 전공이라선지 약기만 잘 다루는 것이 아니다. 이어서 ’칠갑산‘을 단소로 연주한다. 테너색소폰으로 ’데낄라‘를 연주하며 ’애드리브‘와 ’카텐짜‘의 차이를 설명한다. 우리 가요 ’그 겨울의 찻집‘이 나오고 ’엘콘도 파사(철새는 날아가고)‘ 오카리나 연주다. 팬플륫, 파이프 오르간, 쳄발로 높낮이 소리 원리를 설명한다. 피아노의 원래 이름은 ’피아노 포르테‘라고 한다. 우리말로 하면 ’약하게 강하게‘.

 

 

다음엔 관객 신청곡을 받는다. 반주기엔 5만 곡이 저장되어 있으니 염려말라고 한다. ’바위 섬‘은 색소폰과 오카리나로, ’추풍령‘과 ’로라‘는 색소폰으로 연주한다. ’로라‘는 색소폰의 거장 에이스 캐논 연주로 유명하다. 우 교장은 이미 불어 보았다는 듯 능숙하게 연주하는데 그 수준이 경이롭다. 4분의 5박자곡 ’테이크 파이브‘와 ’넬라 판타지아‘로 대미를 장식했다.

 

우 교장은 “코로나 시대 초청해 주어 의도적으로 연습했다”며 “세 분의 호응이 좋아 마치 3천 명 관객 앞에서 연주하는 기분이었다”라고 했다. 지인 관객 한 분은 “좋은 음악 셋이서 듣기에는 너무 아까웠다”며 “연주를 들으며 우주가 만들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에 의해서도 우주는 창조되고 그 우주는 이 세상 어딘가에 가서 살고 있을 거라는 상상도 했다. 앞으로 섬 여름음악회를 개최해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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