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모든 이가 평화를 우선하길

2021.12.29 09:59:26

인간의 삶에서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행복’이라고 말하는 것은 오래된 삶의 등식이 됐다. 그만큼 행복은 사람이 가장 간절히 욕망하는 것이기에 이를 존중하고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물론 여기엔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에 대한 정의와 파급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필자 또한 철학자의 말대로 비록 미미하나 소유하는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것에 만족하고 이로써 타인의 삶에 일조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행복을 실천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누구나 원하는 행복보다는 평화를 얻기를 바라는 삶을 우선 제안하고자 한다.

 

코로나19로 우리 일상의 평화가 깨진 지 오래된 느낌이다. 그만큼 안정되고 평화로운 감정이 간절하다. 인류의 역사를 책이나 영상을 통해 되돌아보면 평화는 잠시 머물고 수많은 재난 속에서 고난과 함께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전쟁과 질병, 기아, 화재와 같은 인재(人災)를 비롯해, 태풍, 폭설, 지진, 해일 같은 자연재해와 더불어 다양한 불행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더불어 인간의 욕망과 탐욕, 부도덕한 행동, 지역 간 부족주의, 집단 간 이기주의 등 인성이 타락하고 치열한 적자생존의 투쟁은 다반사였다.

 

평화로운 삶을 바라지만 인간의 삶은 수많은 모순과 부조리를 안고 살아간다. 인간의 생존에 투영되는 야만과 문명의 모순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누군가는 “문명화된 인간을 보면 왜 원시 상태로 남아 있지 않았을까 후회스럽기까지 하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지난 2021년 7월에 5천 년 역사에 가난의 오욕과 절망의 순간들을 극복하고 기적적으로 세계 역사에서 찾기 어려운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비상한 국가가 됐다. 이젠 외형적으로 보릿고개란 말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으로 알지만 우리 대부분은 아직도 불행하다고 아우성이고 젊은이들은 헬조선이라 외친다. 세계적으로 자살률 1위, 최저 출산율1위, N포 세대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치와 말이 이를 증거한다.

 

이는 산업화 이후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나타난 물질에 대한 숭배와 우리의 정신적 황폐화·사막화가 깊어짐에 연유한다. 스스로 이뤄낸 풍요로운 물질 문명에 못지않은 회의적·비관적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이젠 19세기 미국의 철학자 에머슨이 지적한 대로 지나친 문명화가 오히려 역사의 종말을 초래하지 않을까, 은근한 우려감을 낳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각국이 공존 공생보다는 지나친 자국 이기주의에 기반한 보호무역에 치중하고, 자신의 영역 보호와 서열주의에 집착하고 있다. 심화되는 양극화 현상과 질병, 기아, 끊임없는 투쟁과 유무형의 전쟁 공포는 우리 인류의 생존에 무엇이 가장 시급한 일인지 질문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평화다. 평화는 불안하지 않은 상태이며 경쟁 없이 안정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변화와 변혁만이 생존의 필수조건이 된 현실에서 이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절망만 할 것인가? 진정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 현실을 직시해보자. 지나친 인공적인 도시화, 모든 것이 물질을 우선하는 탈인간 정책, 경쟁에 근거하여 타인을 지배하려는 정글의 야수와 같은 야만성, 장기간 감염병으로 인한 극심한 우울증, 불안감 등등 우리는 일상의 평화와 거리가 먼 생활 터전에서 하루하루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가히 기적과도 같지 않은가.

 

이제 가장 시급한 것은 경쟁과 비교를 멈추는 것이다. 공동체 의식으로 되돌아가 개인의 이기주의와 집단주의를 벗어나야 한다. 왜냐하면 서열과 영역을 차지하려는 이기적 행동은 남에게 해를 끼치고, 이는 악순환하기 때문이다. 현대의 야만성은 타인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자들과 조직 집단의 특수한 문화 행동(최고 엘리트 집단에 의한 사법농단과 같은)에서 심각한 병적 증상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평화를 구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그것은 일상의 삶 속에서 간소화를 추구하는 것이라 제안한다. 극단적 무소유의 실천은 어렵더라도 가능한 범위에서 절제하는 미니멀리즘의 추구 말이다. 우리는 적게 소유하는 삶을 즐겨야 한다. 법정 스님의 유훈이 무엇이었나? 무소유의 삶이 주는 마음의 평화를 잊지 않고 있다.

 

무소유의 삶은 정신이 자유로워진다. 쓸데없이 구속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몸의 가벼움을 느낄 수 있다. 필자가 제2의 인생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삶이 바로 이것이다. 물질적 소유물은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으로만 한정하자. 그래야 몸을 가볍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의 가벼움을 추구하는 것이 삶의 지혜임을 깨닫자. 더불어 적게 먹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을 도모하자. 이는 보편적인 건강한 삶에서 얻는 철학이고 지혜다. 여기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부디 2022년 임인년 호랑이 해에는 허공을 가르는 막연한 행복보다는 하루하루 평화가 충만한 소박함과 간소함을 우선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hak0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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