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 몇 가지

2021.12.27 16:58:00

얼마 전 성탄절이 지났다. 성탄절 즈음에는 유년시절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이 떠오른다. 동네 친구가 있었다. 친구 부모는 우비를 만들어 판매하였는데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자연히 자식들도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녔다. 누나가 여러 명 있었고 내 친구만 아들이었다. 일요일이면 온 가족이 성경책을 들고 교회 가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12월이 되면 친구는 내게 제안한다.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 함께 가자고. 3,4학년 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친구를 따라 갔다. 마치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교회에 가면 왠지 좋았다. 얼굴 이쁘고 친절한 누나가 환영해 주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먹을 거와 선물을 주는 것이었다. 그것 받는 맛에 해마다 친구와 함께 원거리에 있는 교회에 갔다.

 

학년이 올라가고 그렇게 몇 번 가다보니 나도 눈치가 생겼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교회에 간다는 것이 멋쩍었다. 크리스마스 지나고 나면 교회에 가는 것은 자동으로 멈추었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또 교회에 가다보니 연보돈을 내는 시간이 있었다. 연보돈 의무는 아니지만 그 시간이 어색했다. 내 친구는 그것을 눈치채고 내가 낼 연보돈을 미리 챙겨준다. 나를 배려해 준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 좋은 친구다.

 

성인이 되어 경기도청 앞에 살 때였다. 어머니가 교회 지인을 아는 사이였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 문밖에 누군가 왔다. 우리 자식들은 누군가 궁금해 대문을 열어보았다. 그 때 갑자기,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 캐롤 합창이 울려 퍼지는 것이었다. 아하, 이것이 기독교 풍습이구나! 우리는 깜짝 놀라 서로를 마주 보며 웃고 말았다.

 

 

재작년엔 크리스마스 이브날, 용인 00아파트에서 포크댄스를 지도한 적이 있었다. 그 아파트 관리소장이 재능기부로 지도하던 포크댄스 동아리를 내가 지도한 것. 교직선배가 포크댄스 강사인 나를 관리소장에게 소개시켜 주어 수업을 하게 된 것.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려고 종목에 ’징글벨‘도 넣어 포크댄스를 즐겼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답례로 수원에 와서 내가 담당한 동아리를 지도해 수업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얼마 전 성탄절 10시, 00교회 목사님 초대로 교회를 찾았다.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나도 정말 오랜만에 찬송가를 불러 보았다. 예배에 참가해 설교도 듣고 성탄절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목사는 우리가 ’축 성탄‘이라고 하는데 왜 성탄을 축하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수가 33세에 십자가에 못 박힌 것도 처음 알았다. 그러니까 55년 만에 교회를 찾은 것이다. 나는 신앙심도 없고 기독교 문외한이다.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이지만 개척교회이기에 교인이 소수다. 구태어 인원을 제한할 필요도 없다. 목사 부부까지 합쳐 모두 아혼 분이다. 한 분만 처음 뵙는 분이고 모두 지인이다. 맨 나중 장기자랑 시간도 있었다 하모니카 연주, 이중창, 독창이 있었다 나도 예정에 없던 목사 권유에 노랠 불렀다. 노사연 '사랑'이다. "그때는 사랑을 몰랐죠 당신이 힘든 것조차 받으려고 했었던 날 그런 세월만 갔죠"

 

 

끝으로 나에게 주어진 포크댄스 시간이다. 댄스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푸른별장<프랑스>, 킨더폴카<독일>, 태평가<한국>를 준비했다. 포크댄스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처음 배우는 사람도 부담없이 배울 수 있다. 밖은 영하 10도이지만 우리들 얼굴은 모두 상기가 되었다. 이마엔 땀이 송알송알 맺혔다. 포크댄스 강사로서 '전국 목사님 몇 분이 포크댄스 관심 갖고 주일에 교인들과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를 상상했다.

 

오늘 이 교회 건물주 부부도 동참했다. 이들 부부는 월 1회 예배에 참석한다고 한다. 댄스를 함께 한 처음 뵙는 분이 나에게 묻는다. “혹시 00초교 나왔냐고?” 동문 행사에서 포크댄스 배웠는데 혹시 그 강사 아니냐고 묻는다. 알고 보니 모교 12년 선배이다. 나는 모교 동문회 등반대회와 체육대회에서 재능기부를 몇 년 동안 해왔다. 건물주 부부는 추어탕을 선물한다. 성탄의 의미를 생각해 본 뜻깊은 성탄절이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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