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현관을 들어서면
아무도 치우지 못한 신발장 위
낡은 슬리퍼 한 켤레가 눈길을 잡는다.
걸어온 길들을 웅변하는 듯
닳아빠진 뒤꿈치로
여행의 고단을 말해주고 있다.
오랜 세월 접어 넣은 주름들을 걸치고
오늘도 어린 세상들을 맞으려는지
무수한 상처들을 데리고 토닥여주던
선생님의 보람이 걸어 나올 것 같다.
어딘가에 떨구고 온 발자국이 아파서일까
흰 머리칼처럼 실밥도 풀어지고
짐 지웠던 가슴처럼 시커멓게 때가 앉았지만
세상을 안내해주던 걸음, 걸음은
우리들의 길을 밝히는 불빛이 되어준다.
떠나실 때 잊고 가신 한 켤레 슬리퍼
그 아름다운 남루를 보면
나는 아침마다 숙연해지는 숨을 들이키며
하루의 계단을 올라 아이들에게 가곤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