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론> 전교조 초심으로 돌아가야

2003.04.17 14:47:00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987년 교무회의 의결 기구화, 교장 선출 임기제, 학생 자치 활동 보장, 교원의 노동 3권 보장 등을 포함한 교육법 개정 운동, 학교 민주화 운동, 사학 비리 척결 운동, 그리고 촌지 없애기 운동 등을 표방하며 창립된 '전국교사협의회'가 모태가 되었다.


그후 1999년 전교조가 합법화되기까지 위원장이 구속되고 1500여명의 교사들이 파면 또는 해임되는 등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알게 모르게 감내해 왔다. 그 동안 전교조는 우리 교육의 문제의식을 높이고 사학 재단이나 교장들의 전횡을 감시·고발하고 교육 행정의 민주화를 도모하는 등 나름대로 교육 발전을 위해 기여해 왔음을 부인키 어렵다.

특히 초기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여러 가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교단을 지키고자 노력했으며 교사로서 역할과 소임을 다했다. 그러나 합법화된 지 4년이 지난 지금, 전교조는 초심(初心)을 잃어버렸다. 전교조는 NGO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육 개혁보다는 교원의 집단 이기주의만을 고집하고 있어 전교조의 위상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상주 전 교육부 장관은 오늘날 '학교 붕괴' 현상이 상당 부분 전교조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우리의 교육을 살리기 위해 전교조와 맞서 싸우겠다는 '폭탄 선언'을 했다. 그리고 대표적인 학부모 운동단체인 인간교육실천학부모연대는 전교조가 주도하고 있는 '교육개혁시민운동교육연대'가 다양한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고 특정 단체의 목소리만 대변한다는 이유로 탈퇴를 선언했다.

최근 전교조 교사들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교육개방에 반대해 연가 투쟁을 벌였다. 수업 시간 중 집회를 갖는 것은 불법이고 당연히 수업 공백이 초래됐다. 전교조가 집회에 참가할 때마다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 해도 그것이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팽개치고 참여해야할 만큼 중요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벌인다는 '반전 수업'도 전쟁의 어느 한쪽 면만을 부각시켜 편향된 시각으로 몰고 갔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광주시 교육감에게 인사 잘못을 시인하는 문건을 받아 홈페이지에 게시, 사회적 충격을 주었다. 이런 와중에 "기간제 여교사에게 차시중을 강요했다"며 전교조로부터 사과 압력을 받은 한 초등학교 교장이 목숨을 버리는 비극이 발생했다.

물론 전교조의 압력이 자살을 유도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지만 "전교조 간부가 허위로 밝혀질 때는 용서하지 않겠다"며 공갈 협박을 했다는 메모 내용은 40여년 간 교직에 몸담아 온 한 교장의 마음 고생을 짐작케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일부 학교의 전교조 교사들은 교장, 교감 등 비전교조 교원들과 사적인 자리마저 회피하는 등 교육계 분열 현상이 도를 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사회나 구성원들 사이에 여러 가지 다양한 요인에 따라 갈등이 있을 수 있다. 학교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그래서 21세기 교육 선진국으로의 도약에 대한 책임이 있는 교사들이 집단 이기주의에 편승하여 독선적 사고와 행동으로 '네편 내편'으로 편가르기만을 일삼는다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발전보다는 퇴보가, 희망보다는 절망이 있을 뿐이다.

전교조는 작금의 심각한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새로이 거듭나기 위해 뼈를 깎는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특히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 채 연가를 무기 삼아 시도 때도 없이 시위에 참석한다든지, 사사건건 교육 정책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보여지는 행동은 자제해야 옳다. 진정 교육
정상화를 원한다면 교육정책에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자기계발 노력이 있어야 한다.

획일화된 잣대가 아니라 교육계의 어려운 문제를 감싸안고 포용하고자 하는 아량과 지혜 역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행태의 전교조 활동을 계속 고집한다면 학부모나 학생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게 되어 결국 전교조의 존립 기반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곱씹고 또 곱씹어야 한다.
이윤배 조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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