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친구잖아요"

2003.01.16 15:26:00


한 아이로 인해 반 아이들의 분위기가 난장판이 되어 가기에 세 번째까지 경고를 받으면 선생님이 매를 들 것이라고 반 아이들과 약속을 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어김없이 분위기를 소란스럽게 몰고 나갔다.

큰 소리를 내며 나오라고 했다. 그 아이는 겁을 먹은 표정으로 앞으로 나왔고 다른 아이들도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나는 다른 아이들도 들으라는 듯 그 아이를 나무랐다. 그리고는 매를 대려는 찰나, 그래도 이 작은 아이를 때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반 아이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승훈이를 때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손을 드는 아이가 3명밖에 되지 않았다. 다시 반대로 물었다.
"그럼, 승훈이를 때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아이들은 거의 다 손을 들었다.
"때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해보세요."

"승훈이가 잘못하기는 했지만 불쌍해요."
"맞으면 아플 것 같아요."
"승훈이는 친구잖아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아이들을 잘 가르쳤구나. 친구를 생각해주는 따뜻한 마음을 키워줬구나.'
"여러분이 친구를 위하는 마음이 너무 예뻐서 선생님이 승훈이를 때리지 않겠어요. 그 대신 선생님이랑 약속해요. 진정한 친구는 친구가 잘못할 때 그러지 말라고 하는 거에요. 같이 장난치고 싸우면 친구 아니에요."

다음날 아침, 아이들이 여기저기에서 달려와 나에게 안겼다.
"선생니임∼, 죄송해요."

나는 영문도 모른채 "무슨 일이니?"라고 물었다.
"어제 선생님 화나게 해서 죄송해요. 용서해 주세요."

그 안타깝고 애교섞인 표정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찌나 귀엽던지, 어찌나 고맙던지 '내가 선생님을 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여러 아이들의 말썽과 장난으로 인해 자주 화를 내곤 하지만 그래도 나를 사랑해주는 아이들이기에 너무 행복하다.
이소영 안산 화랑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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