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은 다 먹는 날

2006.11.29 16:30:00


저는 최근부터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학교 홈페지에 들어갑니다. 오늘의 급식 즉 오늘의 중식과 오늘의 석식이 무엇인지 보기 위해서입니다. 학생들 위주라 음식이 전혀 맞지 않을 때는 고민합니다. 억지로라도 먹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하면서요. 그만큼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 아니고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중식 메뉴를 보니 그런 대로 먹을 만하였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게 학생들이 싫어하는 팽이된장국과 콩나물무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학생들이 좋아하는 모닝빵과 샐러드가 보여 영양사님께서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학교 점심시간은 오후 1시부터입니다만 식당은 좁고 학생들은 많기 때문에 수업이 없는 선생님과 직원을 위해 12시부터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저도 12시 조금 지나서 식당에 갑니다. 식당에 들어가면 언제나 수고하시는 식당직원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음식을 미리 장만해놓고 식사를 합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정신이 없습니다. 손이 바쁩니다. 그렇지만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고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그분들의 식사하시는 모습이 아름다워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우리학교에는 중식과 석식에 수고하시는 분이 다릅니다. 영양사님도 다릅니다. 모두 25명이나 됩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부지런하십니다. 최선을 다합니다. 아주 성실하십니다. 뒷마무리까지 철저하게 하십니다. 학생들의 위생에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 흰 가운을 입고 흰 모자를 쓰고 음식 장갑을 끼고 장화를 신고 완전 무장해서 음식 장만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뒷마무리까지 깔끔하게 하십니다.
오늘 식당에 들어가니 배식구에 ‘수요일은 다 먹는 날’이라는 글이 붙어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음식을 다 먹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서 음식을 담을 때부터 신경을 씁니다. 밥도 평소 때보다 적게, 김치도 마찬가지, 소고기도 적게 담았습니다. 하지만 저가 좋아하는 콩나물무침은 배로 많이 담았습니다. 국도 적게 담았습니다. 모닝빵과 샐러드는 아예 담지 않았습니다. 배는 한 조각 담았습니다.
수요일은 다 먹는 날인데 저가 모범을 보이야지 하는 생각으로 먹기 시작했지만 만만치 않았습니다. 문제는 콩나물이었습니다. 밥을 다 먹고 나서도 남았습니다. 억지로라도 다 먹었습니다. 국물도 다 마셨습니다. 위에 부담이 되었지만 그래도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다행히 저가 식사할 때는 학생들이 없기 때문에 별 부담이 없었지만 그래도 선생님들이 계시고 행정직원들이 계시는데 싶어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게 된 것입니다.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선생님들은 자유배식을 해도 다 먹기가 어려운데 학생들은 자유배식이 아니라 더욱 그러합니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식욕이 왕성하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가능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평소에 보면 학생들은 콩나물무침 같은 것은 많이 남기는 것을 보게 되는데 오늘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우리학교와 같이 ‘수요일은 음식을 다 먹는 날’로 정해 하나도 남기지 않으면 많은 식물쓰레기를 줄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며칠 전 우리학교 송 영양사님께서는 ‘식물쓰레기 왜 줄어야 하나’ 하는 메신저를 보내왔습니다. 거기에 보면 이렇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귀중한 식량자원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소각이나 매립의 방법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환경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하루에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1만 1,237톤으로 8톤 대형 트럭 1,400대 분에 이릅니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와 재활용은 우리 자녀에게 물려 줄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하 생략-”
그렇습니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게 되면 매립이나 소각으로 인한 2차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만큼 국가경제에 이득이 됩니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는 음식쓰레기를 줄이는 일에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애쓰시는 송 영양사님의 기획과 노력과 애씀이 눈에 돋보이는 날입니다.
오늘 아침 지방신문 교육칼럼에 어느 중학교 교장선생님께서 쓰신 글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교육은 원초적으로 '본보이기'와 '본받기'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본보기가 되지 못하는 어른들이 가장 큰 문제다. 우리 세대는 여러 형제자매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면서 서로 협조하고 참고 기다리며 양보하고 남을 배려하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본받기' 교육이 이루어졌다.”
그렇습니다. 교육은 본보이기와 본받기입니다. 집에서는 어른들이 본보이기를 해야 자녀들이 본받습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본보이기를 해야 학생들이 본받기를 합니다. 수요일만이라도 음식 다 먹기에 본을 보였으면 합니다. 그러면 학생들도 선생님들께서 음식 남기지 않고 다 먹는 것 보고 본받아 다 먹을 것 아닙니까?
수요일은 다 먹는 날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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