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I'm fine. And you?

2002.04.29 00:00:00

초등학교 영어시간.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교실을 들어서는 내게 아이들은 인사를 한다.

"Hi∼" "Hi !"
"How are you?"
내가 인사를 건넨다. 그러면 아이들의 입에서는 한결같이 나오는 소리가 있다.

"I'm fine thank you. And you?"
"여러분∼선생님이 그렇게 똑같이 인사하지 말라고 했죠. 집에서 엄마한테 아침부터 밥 먹는 거라든가 다른 일로 꾸중듣거나 몸이 안 좋은 사람도 있을 텐데 왜 한결 같이 모두 fine이야? 자, 따라하세요. Not so good. Not so bad. So so. Very well."

그러면 학생들은 한결 같이 열심히 따라한다. 그렇지만 며칠후 면 또 Fine thank you로 돌아간다. 우리 나라 영어교육에서 틀에 박힌 인사말 중의 하나일 것이다. 나도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모두 그렇게 배웠다.

지난해 여름 영어 연수 중에도 갑자기 계단에서 원어민 강사를 만났다. 그 원어민 강사가 던진 인사말에 나도 기계적으로 "Fine thank you. And you?" 그렇게 대답했던 경험이 있다. 대답하고 나서 나도 그 원어민 강사도 같이 웃었다. 무의식중에 나의 입에서 튀어나올 정도라니.

가끔 보면 작은 목소리로 발음도 정확하게 다른 인사말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그 아이를 칭찬해주었다. 그러면서 다음 번에는 더 큰 목소리로 인사하라고 했더니 그 아이가 하는 말이 "그럼 너무 튀어 보이잖아요." 그런다. 다른 사람의 개성에 대해 혹은 자신과 다름에 대해 인색한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 아이들의 세계에도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괜찮아. 큰소리로 해"라고 그 아이에게 힘을 주어 웃어주었다.

요즘은 그래도 아이들이 많이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몇 번씩 강조한 탓인지 서투르지만 다양한 인사말을 구사하려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런 모습들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작은 노력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변해 있으리라 생각한다. `열심히 가르쳐야지….'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저쪽에서 한 학생이 날 보자 반가운 듯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한다. "H-e-l-l-o."
문윤미 대전삼천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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