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도를 기점으로 실업계 진학률이 매년 줄어들더니 급기야 2000학년도에는 신입생 정원조정에도 불구하고 총 모집인원의 15%인 2만 여명이 미달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취학인구의 자연감소 보다 실업계 진학을 기피하는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많은 학생들은 실업계를 선택한다기보다 공부를 못해 어쩔 수 없이 실업계 고교에 선택되어지고 있다. 그로 인해 입학률은 점점 줄어들고 최근에는 실업계 진학을 비관하며 자살한 학생까지 나오고 있다. 7,80년대 고도 성장기에는 실업고의 진학은 일류 명문고를 제외하고는 웬만한 인문고 진학보다 어려웠다.
시대적으로 가정환경이 어려운 탓도 있었겠지만 기능공이 우대 받는 취업 정책과 동일계 4년제 대학을 진원할 수 있는 진학제도도 있었다. 후에 이 제도는 취업교육이 우선이라는 미명 아래 사라졌지만 말이다.
지금 농어촌 실업교육은 존망 자체가 불투명하다. 현재 진행되는 통합형 고교와 특성화 고교는 이를 만회하고자 시행되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근본적으로 적성이 배제된 진학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실업고로 거듭나자면 학생들에 대한 복지혜택을 늘리고 비전을 확실히 제시해야 한다. 실업고 입시 불황에도 강원 삼척전자고는 장학금을 신입생 전원에게 지급키로 한 결정으로 지원자가 몰렸다. 또 실업고를 종고 형태로 운영하지 말고 특정분야 전문학교로 육성하고 해당 산업체와 인력수급에 대한 계약제를 도입, 각종 장학금을 유치해 경제적 도움과 취업 불안을 없애야 한다.
너무 어렵고 종류도 많은 교육과정 개선도 필수다. 고교에서 배우는 전문교과의 경우 대학입학 수준의 학력을 이수해야 알아들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수학의 경우 연립방정식도 못 배웠는데 전공교과에는 미적분이 등장한다. 종류도 일반 인문고의 공통교과 이외에 7∼8개 전문교과를 더 배운다. 그야말로 치이고 또 치이는 게 실업고 학생의 현주소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학의 폭을 넓혀야 한다. 2001학년도 전문대 특별전형 입시에서 주간은 55%이상, 야간은 65%이상을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고생들의 주관심사는 4년제 대학이다. 이와 관련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실고생에 대한 특별전형을 4년제 대학에도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