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세계적인 기업 삼성, 국가 발전의 중추인 이곳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기업 철학이 있다. "의심나면 쓰지 말고,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疑人勿用 用人勿疑)." 이는 故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의 인사 원칙이다. 이 짧은 문장은 단순한 회사 경영 원칙을 넘어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낸 거대한 경영 철학의 뿌리였다. 알려진 바와 같이 면접장에 관상가를 동석시킬 만큼 인물의 됨됨이와 그릇을 파악하는 데 집요했다.
이러한 정성은, 아들 이건희 선대회장에 이르러 "1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S급 인재론'으로 진화했다. 사장단 평가의 40%를 인재 양성에 배정하고, 전 세계를 저인망식으로 훑으며 인재를 영입했던 삼성의 집념은 오늘날 '두뇌 천국 삼성'을 만들었다. 이제 이 철학은 국가 인재 양성의 정책으로 돌려야 할 때가 되었다. 기업이 인재를 찾아 삼고초려(三顧草廬)할 때, 우리 대한민국은 과연 인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현재 글로벌 무대는 총성 없는 '인재 전쟁' 중이다. 미국은 파격적인 비자 정책과 자본으로 전 세계 석학을 빨아들이고 있으며, G2 국가 중국은 '천인계획'을 통해 해외 인재를 싹쓸이하고 있다. 현재 G4 국가인 일본 역시 잃어버린 30년을 회복하기 위해 디지털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떤가? 한 마디로 참담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인재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인재 유치 매력도는 세계 30~40위권에 머물러 있다. 특히 미래 먹거리인 AI 분야의 인재 유출은 심각한 수준이다. 심지어 국내에서 공들여 키운 최고급 두뇌들이 연구 환경과 처우 문제로 실리콘밸리나 해외 빅테크 기업으로 떠나고 있다. 인재를 '귀하게' 여기는 철학이 부재한 국가 시스템이 낳은 예견된 비극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삼성의 인재 철학을 국가 정책에 이식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예산 지원을 넘어선 '파격적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여기 몇 가지 원칙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국가적 삼고초려' 시스템의 제도화다. 이는 대통령과 장관이 직접 움직여야 함을 의미한다. 특정 분야의 S급 해외 석학이나 핵심 기술 인재를 영입할 때, 총리가 직접 서신을 보내고 주거, 자녀 교육, 배우자 취업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해 주는 '인재 전용 레드 카펫'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기업이 하듯 국가도 인재 유치 성과를 부처 평가의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
둘째, '의인물용 용인물의'의 연구 환경 조성이다.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수많은 영수증 처리에 매달리게 하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경직된 감사 시스템으로는 인재를 붙잡을 수 없다. "믿었으면 맡긴다"는 철학 아래, 연구 자율성을 극대화하고 실패조차 자산으로 기록하는 '고위험-고수익(High-Risk High-Return)' 연구 지원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세제 및 비자 혁명이다. 인재는 국경에 매이지 않는다. 전 세계 고급 두뇌들이 한국을 '일하기 가장 편한 나라'로 인식하게 해야 한다. AI 등 전략 산업 분야 핵심 인재에게는 파격적인 소득세 감면 혜택과 더불어, 가족 전체에 최고 수준의 영주권을 부여하는 'K-골든 비자'를 신설해 인재 유입의 문턱을 대폭 낮추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임진왜란이라는 국난을 앞두고 율곡 이이가 주장한 '10만 양병설'처럼 숫자에 집착한 인재 양성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의 말대로, 평범한 10만 명보다 세상을 바꿀 1명이 더 소중한 시대가 되었다. 학교 교육 역시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재 교육의 저변을 넓히고, 대학이 기업과 실시간으로 호흡하며 커리큘럼을 파괴하는 '교육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서울대 10개를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대학에서든 'S급 인재'가 나올 수 있는 창의적 토양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인재가 곧 국력이다. 자원 없는 나라에서 우리가 믿을 것은 오직 사람의 머리뿐이다." 이 평범한 진리가 지금처럼 절박하게 다가온 적이 없다. 정부는 삼성의 인재 경영을 '재벌의 이야기'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가 생존을 위한 '최후의 전략'으로 채택해야 한다. 국가 발전을 기업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일종의 국가의 직무 유기가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과거 박정희 정부가 이휘소와 같은 세계적인 물리학자를 불러들여 국가 방어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자 했던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이 관상가까지 동원하며 인재를 골랐던 이유는 그만큼 '사람'이 사업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 경영도 마찬가지다. 정책 장관들이 국회의 업무 보고에서 버벅거리고, 핵심 인재들이 해외로 짐을 싸 떠나는 지금의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다. 정부는 지금 즉시 '국가 인재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고, 전 세계 인재들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할 매력적인 설계도를 내놓아야 한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삼성을 소유하고 있다. 삼성의 성공 신화가 인재에서 시작되었듯, 이제 대한민국은 제2의 도약을 펼칠 때, 역시 '사람에 대한 집중'에서 시작해야 한다. 여기엔 의식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은 인재를 '부리는 대상'이 아니라 '모시는 국가 보물'로 대우해야 한다. 이럴 경우에만 비로소 우리는 AI 전쟁과 글로벌 패권 다툼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AI 3대 강국’을 만들겠다는 국가 전략과 ‘국가 과학자’ 양성 제도, 해외 인재 2000명 유입 정책이 선언으로만 그쳐서는 안 되고 국가가 얼마나 공을 들여온 마음과 온몸으로 뛰어야 할 때이다. 정부 각 부처에 인재 유입 배당 정책을 세분화하여 업무 평가의 핵심으로 삼아 이를 실행하길 바란다. 아울러 우리 교육은 인재 육성 프로젝트를 적극 가동하여 외부로부터 유입이 없어도 국가가 필요로 하는 토종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튼튼한 기초체력 정책을 펼쳐 변변한 부존자원 하나 없는 삭막한 국가적 환경을 인재로 채우는 ‘국가 인재 양성’ 체제를 만드는 데 보다 심혈을 기울일 수 있기를 기대하고 바라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