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다 매년 학년말이 다가오면, 기말고사 기간을 전후하여 축제의 현수막이 학교 정문에 다양한 알림 내용으로 학부모와 일반 시민들에게 전달된다. 매년 학생회 주관으로 열리는 연례행사로 학생들의 지대한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학교 축제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무대 위에는 밴드 공연과 댄스가 펼쳐지고, 교실과 운동장에는 체험 부스와 각종 학습 자료의 전시가 펼쳐진다. 이러한 학교 축제의 보편적인 풍경은 낯설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 장면을 조금만 역사적으로 되돌아보면, 학교 축제가 지나온 길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다 또렷해진다. 특히 1970~80년대, 이른바 7080세대의 학교 축제와 오늘의 모습을 견주어 보면 격세지감과 함께 축제가 교육의 또 다른 장으로 확장되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될 개연성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과거의 학교 축제는 대체로 ‘비일상적 해방의 시간’이었다. 입시와 규율이 지배하던 교실에서 벗어나 한때 노래자랑과 연극, 가장무도회 그리고 학교마다 남녀별 독특한 특성을 이루는 자체 행사들이 허용되는 매우 드문 기회였다. 학생들은 무대 위에서 끼를 발산했지만, 기획과 운영은 교사가 주도했고 학생은 단지 참여자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사회와의 연결도 제한적이었고, 축제는 학교 울타리 안에서만 소비되는 행사였다. 그럼에도 그 시절 축제가 남긴 추억은 강렬하다. 억눌린 일상에서 해방과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던 유일한 통로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학교 축제는 분명히 달라졌다. 학생회가 기획의 중심에 서고, 동아리 활동과 수업의 결과물이 부스로 개성있게 재현된다. 공연의 수준은 전문 무대에 견줄 만큼 높아졌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홍보와 기록도 일상화되었다. 축제는 더 이상 ‘하루의 일탈’이 아니라 교육과정의 연장선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보여주기식 공연 중심 운영, 인기 아이돌 흉내를 내는 무대에 쏠리는 관심, 아직도 학부모와 지역사회는 형식적 관람객에 머무는 구조가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제 학교 축제는 과거 세대의 ‘해방의 기억’과 오늘의 ‘학생 자치 경험’을 결합해, 공동체 기반 학습의 장으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축제의 기획 단계부터 학생·교사·학부모·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설계 구조가 필요하다. 축제 주제를 정하는 공개 토론, 역할 분담을 위한 협의 과정은 그 자체로 민주시민 교육이다. 학생은 주도하고, 교사는 조력하며, 학부모와 지역 전문가는 현실 세계의 지혜를 보태는 방식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
둘째, 축제를 학교 울타리를 넘는 교육 공간으로 확장해야 한다. 과거 축제가 학교 안의 해방이었다면, 이제는 마을과 지역사회로 나아가는 배움으로 활성화되고 확장되어야 한다. 일부에서 과감하게 실행하는 지역 도서관, 문화 공간, 소상공인 및 기업과 연계한 축제는 학생들에게 사회 속에서 배우는 보편적인 경험으로 새롭게 기획되어야 한다. 이는 기성세대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학교 축제이자, 지역이 학교의 교과서가 되는 길이라 믿는다.
셋째, 축제를 성과가 아닌 과정의 교육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무대의 완성도보다 준비 과정에서의 협업, 갈등 조정, 실패와 성찰이 보다 중요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축제 후 공동 평가회(성찰)를 통해 세대와 주체를 넘어 경험을 널리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축제는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학습의 과정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과거 학교 축제가 ‘숨 쉴 수 있었던 자유의 하루’였다면, 오늘의 학생들에게 학교 축제는 ‘삶을 배우는 연습장’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연습장은 학생만의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만드는 공동의 교육 터전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 우리의 학교 축제는 예산의 지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슬기로운 행사로 꾸며져 과거의 일시적인 추억과 경험을 넘어, 미래의 지속 가능한 교육을 준비하는 삶과 연계된 교육과정으로 확산되도록 설계하고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 가능성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예컨대 졸업 시즌이 되면 학교마다 개성 있는 다양한 모습으로 설계되어 의미 있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학교 축제 역시 부디 보다 개선되고 유의미한 알찬 교육활동의 연장으로 일부 대표하는 학생들만이 즐기는 것에서 모든 학생이 참여하여 더욱 다양하고 창의적인 학교 축제로 승화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바라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