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수업⑤] 두려움을 넘어 배움을 잇다

2026.01.22 11:39:18

"선생님, 질문을 못 만들겠어요." "질문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질문 수업을 시작할 때 교사가 마주하는 가장 흔하고도 당혹스러운 풍경이다. 배움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돌려주기 위해 야심차게 ‘질문 만들기’를 제안하지만, 교실은 이내 침묵에 잠기거나 막막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로 채워지곤 한다. 이 막막함은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교사들 역시 정답을 외우고 지식을 받아들이는 공부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무언가에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는 행위 자체가 낯설고 고통스러운 과정일 수 있다. 이 첫 번째 벽을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그 열쇠는 질문의 수준을 따지기 전에, 질문이 싹트고 자랄 수 있는 ‘구조’와 ‘시간’을 마련해 주는 데 있다.

 

혼자 질문을 만들지 못해 쩔쩔매는 아이는 자존감이 떨어지고 결국 배움에서 소외된다. 이를 해결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짝과 함께 질문 만들기’다. 짝과 대화하며 머리를 맞대면 질문에 대한 두려움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친구가 툭 던진 한마디에서 새로운 궁금증을 발견하고, 대화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은 ‘같이 또 따로’다. 질문을 만드는 과정은 짝과 함께 충분히 소통하며 사고를 공유하되, 질문을 공책에 작성할 때는 각자의 궁금증을 담아 따로 적는다. 이렇게 하면 사고는 확장되지만, 소극적인 아이가 자기주장 강한 친구에게 휩쓸려 ‘자신만의 질문’을 잃어버리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사고는 공유하고, 주체성은 지켜내는 조화로운 배움의 구조가 만들어진다.

 

좋은 질문과 나쁜 질문

 

우리는 흔히 질문에도 ‘급’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질문 수업에서 주목해야 할 ‘급’은 수준이 아니라 ‘완급’이다. 아이들의 질문 세계에는 각자의 속도가 있다. 수준 차는 당연한 것이며, 교사는 아이들이 서로 교류하며 스스로 질문의 수준을 끌어올릴 때까지 천천히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또한, ‘좋은 질문’과 ‘나쁜 질문’으로 구분하려고 한다. 그러나 ‘나쁜 질문’이란 없다. "선생님은 여자인가요, 남자인가요?"라는 뻔한 질문도 상황에 따라서는 위대한 발견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당연해 보이는 사실 속에서 "어? 저 사람은 여장 남자가 아닐까?"라는 합리적 의심을 품고 질문을 밖으로 내뱉는 순간, 그것은 기존의 해답을 뒤집는 최고의 질문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궁금한 것을 입 밖으로, 세상 밖으로 내어놓는 행위 자체가 이미 ‘최고의 급’이다. 무심결에 내놓은 그 질문이 세상을 바꾸고 있음을 아이들이 체감하게 해야 한다. 질문을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안전한 대화의 공간이 된다.

 

주제서 벗어난 질문 연결

 

질문 수업을 하다 보면 교사가 의도한 학습 목표에서 멀리 벗어난 질문들이 쏟아질 때가 있다. 이때 많은 교사가 난감해하며 질문을 차단하거나 지름길로 아이들을 끌어오려 한다. 하지만 단언컨대, 수업에서 주제를 벗어난 질문이란 없다. 그것이 주제에서 벗어났다고 느끼는 것은 교사가 설정한 좁은 관점의 결과일 뿐이다.

 

목적지를 향해 갈 때 지름길만 정답은 아니다. 때로는 주변을 둘러보고 돌아가는 길이 새로운 길을 알게 해주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 아이들의 내면에서 진심으로 끄집어낸 질문을 ‘무의미하다’고 단정 짓는 순간, 배움의 문은 닫힌다. 교사의 역할은 아이들이 질문의 바다에서 헤매지 않도록 방향키를 잡아주는 것이다. 교사는 쏟아지는 질문을 더하고, 나누고, 연결해야 한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질문 조각들을 이어 붙여 학습의 흐름 속으로 끌어들이는 ‘연결의 기술’이 필요하다. 흩어진 질문들이 연결될 때 아이들의 사고는 깊어지고, 주제는 더욱 풍성하게 확장된다.

 

질문을 만들지 못해 고통받는 아이에게는 짝이라는 든든한 동료를, 주제를 벗어난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아이에게는 교사의 따뜻한 연결을 선물해야 한다. 교사가 질문의 완급을 조절하며 모든 질문을 존중할 때, 교실은 비로소 활기찬 생각의 공동체로 거듭난다. 세상 밖으로 나온 모든 질문은 그 자체로 이미 최고의 가치를 지닌 배움의 씨앗이다.

양경윤

창원한들초 수석교사

'질문수업 어떻게

시작할까' 저자

양경윤 경남 창원한들초 수석교사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 wks123@tobeunicorn.kr, TEL: 1644-1013,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강주호 | 편집인 : 김동석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