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없어지느니 함께 살자, 뜻 모았죠”

2020.08.06 11:50:58

존폐위기 학교, 마을 살리기 나선
백종필·정금도 교장 인터뷰

지난 2월 발령 후 고현면 상황 인지
“매년 인구 줄고 학교도 사라질 위기
학교 없어지는 통폐합 대신 함께 가자”

지역사회와 동창회에 도움·지원 요청
파격적인 지원 약속받고 홍보도 진행
고현초 45회 졸업생 하윤수 교총 회장
홍보캠페인 참여하고 힘 보태기로 약속

전입·입학 문의, 상담 요청 줄이어
10월 말 전입 설명회 개최 예정

“진심으로 다가가 소통했더니 통해…
어려움 있겠지만, 그래도 나아갈 것”

 

인구감소 문제는 시골 농산어촌 마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해 경제활동 할 일손은 부족하고, 그나마 남아있던 젊은 세대도 주변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마을이 사라지는 건 시간문제다. 
 

경남 남해군 고현면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매년 인구가 줄어 소멸위기 지방자치단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백종필 고현초 교장과 정금도 도마초 교장은 지난 2월, 각각 현재 학교에 발령받고 위기에 놓인 지역의 상황과 학교 통폐합 문제를 마주했다.

 

같은 처지에 놓은 두 교장은 학기 시작 전 만나 ‘통폐합 시나리오’를 만들어봤다. 두 학교 어느 곳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결과가 예상됐다. 백 교장은 “고현초와 도마초를 통폐합하면 결국 둘 다 없어질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고현면 소재지에는 고현초와 도마초가 있습니다. 작은 학교 두 곳을 보태 큰 학교가 돼야 통폐합하는 효과가 있어요. 하지만 통폐합 후, 읍에 있는 개축 학교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더 커 보였습니다. 둘 다 없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죠. 학교가 없어지면 마을까지 황폐해집니다. 각자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지 말고 함께 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학교 살리기에 공감한 후 이들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지난 3월, 남해교육지원청 방문을 시작으로 지역사회에 협조를 구했다. 이 자리에서 공동교육과정 운영 지원을 약속받았다. 학생 수 부족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못하는 문제를 공동교육과정 운영으로 풀어낸 것이다.

 

새남해농협도 찾아갔다. 류성식 조합장은 “학교가 없어지는 것은 단순히 건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전통과 역사가 끊어지는 것과 같다”면서 마을, 학교와 상생해야 하는 공동운명체라는 데 동의했다. 류 조합장은 1학년 입학생에게 1인당 장학금 100만 원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창회와 지역 언론사에도 도움을 청하고 조언을 구했다. 인구유치를 위해선 주택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청을 방문하는 한편, 고현면 이장단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이장들은 “고향도 아닌데 학교를 일으키려는 노력을 보고 그냥 있을 수가 없다”면서 빈집 찾기에 발 벗고 나섰다. 백 교장은 “이장님들의 도움을 받아 확보한 집만 24채”라며 “개교기념일을 맞은 5월, 감사장을 전달했다”고 귀띔했다. 
 

 

지난 7월에는 ‘남해군 고현면 인구유치와 학교 살리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홍보캠페인을 기획했다. ‘꿈꾸는 전원생활·행복한 아이 교육! 남해 고현면으로 오시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가능한 모든 면민이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에 백 교장과 정 교장은 온 마을을 누볐다. 경로당, 복지회관, 마을회관을 찾아다니며 입소문을 냈다. 그리고 7월 28일, 면민들이 자발적으로 인구유치와 학교 살리기에 나선 전국 최초의 움직임으로 기록됐다.

 

고현초 45회 졸업생인 하윤수 교총 회장도 이날 캠페인에 참석해 힘을 보탰다. 하 회장은 "앞으로는 마을교육 공동체가 아니면 학교도 마을도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모두가 고현면을 살리는 주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바닷가 마을의 장점을 살린 학교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생태체험 중심의 특성화 교육을 기본으로 ‘꼬마 박사 멘토링’, ‘바이 북 바이 로컬 프로젝트’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꼬마박사 멘토링’은 귀촌, 귀농한 교육자들을 멘토로 위촉해 학생들과 팀을 이뤄 활동하는 탐구 프로젝트다. 자연을 관찰하고 조사, 연구하고 보고서를 완성해 책으로 펴내는 과정이다. ‘바이 북 바이 로컬 프로젝트’는 관심 있는 분야를 주제로 정해 지역과 생활에 대해 살피는 진로교육 활동이다. 
 

전국 최초로 학교의 벽을 허문 방과후학교 ‘꿈빛학교’도 운영 중이다. 학생 수가 부족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없는 작은 학교의 단점을 ‘공동 운영’이라는 카드로 극복해냈다. 고현초와 도마초는 캠퍼스학교로 지정돼 다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홍보캠페인 이후 전입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급격하게 늘었다. 전화 문의와 상담을 요청하는 가정이 100여 가구를 넘었다. 정 교장은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공기 좋은 곳에서 층간 소음 스트레스 없이 아이들을 마음껏 뛰놀게 하고 싶은 분들이 많았다”면서 “10월 말쯤 전·입학 관련 설명회를 열어 관련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직접 만나 설명하고 소통하다 보니, 진심을 알아주더군요. 상담하면서 집과 일자리 문제가 전입을 결정하는 데 크게 작용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직접 각 기관과 단체를 방문해 알아보니 생각하지 못한 일자리가 상당수 있었어요. 현장에서 발로 뛰어야 한다는 걸 새삼 느꼈죠. 앞으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나아가려고 합니다. 고현면으로 전입할 분들이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게,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행복하게 배우도록 준비하겠습니다.”
 

한편, 고현면은 전입 가정을 위해 주택 제공과 농사지을 토지 무상제공, 농기계 대여, 농사기술교육 등 파격적인 혜택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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