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과제가 된 다문화교육
현재 지구촌은 변화의 속도와 그 내용 그리고 영향력의 폭과 깊이 면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국제화, 세계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도 국내 거주 외국인이 2009년 7월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2.2%를 넘어섰고 2020년에는 200만 명(전체 인구의 5%), 2050년에는 600만 명(전체 인구의 13%)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단일민족, 단일문화와 같은 순혈주의만을 고집해서는 안 되고 다인종, 다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이웃으로서 더불어 살아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즉, 다인종, 다문화 환경으로의 급격한 진전에 따라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에 대한 인정과 공존, 소수자의 인권 보장, 문화적 갈등 해소 및 편견과 차별의 극복을 위한 새로운 가치관과 태도의 확립 그리고 기존 교육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의 실천을 요구 받게 된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 여러 분야의 트렌드가 된 다문화교육은 다문화사회로의 진전에 따른 여러 문제들을 조기에 예방하고 보완하는 것은 진정한 사회통합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2000년대 이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단일 문화적 배경, 인종적 동일성 속에서 인종적, 민족적 편견이 일상에 표출되고 이로 인해 유엔으로부터 민족, 인종 차별 철폐 노력을 권고 받기도 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오래 전부터 알게 모르게 성, 장애, 계층, 문화, 종교 등에서 편견과 차별이 잠재돼 있었다. 여기에 다문화사회에 진입한 우리 사회는 소수의 다른 문화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도 함께 해소해야 할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된 것이다. 즉,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우리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간주하고, ‘차이’를 ‘차별’의 구실로 삼아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에 대해 근거 없는 편견과 차별 그리고 무시를 해서는 안 된다.
다른 인종과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포용할 수 있는 구성원들의 열린 마음과 사회적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이러한 필요에 부응할 수 있는 교육의 역할에 관심과 기대가 크다. 그러므로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소수 문화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며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다문화교육을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진리를 왜곡하는 편견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으면서도 마치 확고한 사실 또는 진리인 것처럼 믿음으로써 그로 인해 어떤 부정적 태도를 갖거나 행동을 하게 되어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일으키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곤 한다. 이는 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잘못된 판단, 오해, 치우친 견해가 그것의 본질, 진리를 왜곡했기 때문이다. 즉, 편견이나 선입견 또는 고정관념 등이 우리들의 인식, 판단, 태도, 행동을 정확하고 공정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가고 사물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편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우리의 교육에서 특히, 다문화사회에서 편견을 극복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반편견’을 체계적으로 실천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편견교육(Anti-bias education)의 목표나 내용 그리고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먼저 편견, 반편견, 반편견교육의 개념에 대해 아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간단하게 반편견교육을 ‘편견에 맞서는’ 또는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교육이라고 말한다면, 도대체 편견이 무엇이며, 어떻게 발생하고, 편견이 가져오는 부정적 결과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을 보면 편견은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실제 경험 전에 또는 근거 없이 갖는 호의 또는 비호의의 느낌’ 또는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라고 기술되어 있는데, 여기서 편견이라는 말의 어원은 라틴어 ‘Praejudicium’에서 파생되었다. 이는 ‘Before’와 ‘Judgement’라는 뜻을 가진 단어가 합쳐진 것으로, 사실들이 이미 알려지기 전 선입견을 가지고 한쪽으로 기울어져 내린 의견이나 판단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데, 대체로 긍정적인 뜻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이 편견이라는 개념은 한쪽으로 치우침(Bias), 지나친 단순화(Over-simplication), 고정관념(Stereotype), 과도한 일반화(Over-generalization) 등의 의미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견을 연구한 여러 학자들이 편견의 개념에 대한 견해를 종합해 보면 정확한 지식이나 근거 없이 어떤 개인이나 집단 및 상황에 대해 공정하지 않게 판단하고 이를 정당화시키려는 (보통 부정적인)태도, 경향, 의견, 감정, 신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편견은 특정 집단에 소속된 구성원들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이며, 그 대상이 지닌 집단적 속성에 대한 근거 없는 부정적인 평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치우친 생각으로 어떤 사물에 대한 편애, 싫어함, 두려움을 나타내는 견해나 경향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편견은 서로 연관되어 영향을 미치는 3가지 측면, 즉 신념적 측면, 감정적 측면, 행동적 측면을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견의 신념적 측면은 어떤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특징에 대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지식을 말하는데, 흔히 편견과 유사한 개념으로 알려진 고정관념이 이에 해당된다. 편견의 감정적 측면은 보통 편견의 협의적 개념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집단의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이거나 적대적인 감정이 편견의 근원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편견의 행동적 측면은 차별로 나타나는데, 어떤 사람이나 집단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행동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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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은 가정과 교육기관을 통해 생성 · 강화
편견이라는 단어는 고정관념, 차별 등과 혼용되는데, 그 의미에 있어서 다소 차이가 있다. 편견은 어떤 사물, 현상, 개인이나 집단 등에 대해 그것에 적합하지 않은 의견이나 견해를 가지는 것으로 사람들이 특정 집단에 소속된 대상에 대해 갖게 되는 부정적 평가나 비호의적 태도를 의미한다. 이에 비해 고정관념은 사회 편견의 인지적 차원을 구성하는 특정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의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지식을, 차별은 편견이나 고정관념의 부정적 결과로 어떤 집단이나 그 성원들에 대해 행해지는 부당한 행위를 의미한다.
편견은 특정 집단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집단에 속해 있는 특정 개인을 향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편견은 인종, 성, 나이, 종족, 계층, 종교 등에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편견은 자신을 인식하고 수용하며,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대상에 대한 두려움, 싫어함 등의 부정적인 정서를 발달시켜 접촉 자체를 피하게 한다.
다시 말해, 어떤 대상에 대한 편견은 그 대상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실제 그 대상을 직면하는 상황에서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등 차별적 행동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편견이 사회에 편재해 있는 경우 세대 간 화합이나 사회통합을 저해시킬 수 있다. 한마디로 편견은 편견을 가진 사람이나 편견의 대상이 되는 사람 모두의 인식과 판단 그리고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편견은 부모 및 또래집단과 같이 우리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의 가치관이나 태도를 내재화하거나 동일시함으로써, 또는 학교에서의 학습이나 경험, 영화, TV, 뉴스 등 공공매체가 주는 메시지 등 다양한 요소로부터 직 · 간접적으로 배운다.
일반적으로 편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외모, 성, 계층, 문화, 나이, 능력, 가족구성, 종교, 인종 등이 있다. 이를테면, 학생들은 자신들의 크거나 작은 키, 살찌거나 마른 몸집, 예쁘거나 못생긴 또는 상처나 화상 같은 보기 흉한 외모, 입은 옷, 사는 장소, 종교적 신념, 성별, 학업 성취, 미적 태도, 나이, 사회 경제적 지위나 개인의 생활방식을 반영하는 계층, 피부색 · 머리색 · 얼굴과 몸의 형태와 관련된 인종 등을 통해 선택되거나 거부되기도 한다.
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상호 연관된 신념의 체계로서 상대적으로 지속성을 가지며 행동을 이끌어 내는 특성을 가진 것을 태도라고 본다면, 편견은 일종의 태도이므로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다.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은 그 집단에 해를 끼치는 행동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비언어적, 언어적, 신체적 상호작용을 통해 전달되는 편견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사회적 가치나 규범들처럼 사회화 과정에 의해 강화되고, 증폭되어 전수되거나 존속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사회화의 중요한 매체인 가정과 사회의 교육기관을 통해서 편견과 차별을 배우게 되므로, 학교교육에서 의도적으로 편견을 가르치거나 비의도적으로 조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편견이란 편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능동적 접근
반편견이라는 용어는 선입견, 고정관념, 편견 등에 이의를 제기하는 능동적인 접근을 의미한다. 반편견교육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더만 스파크스(Derman-Sparks)에 의하면, 반편견교육이란 “성, 인종, 장애, 사회, 경제적 배경, 종교 등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특정 부분에 대해서 편견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반편견교육은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직면하거나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편견, 고정관념, 선입견에 따라 편협하게 인식하고 행동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편견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예방하고 해소하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다른 문화나 피부색, 종교 등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 차별적인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커다란 고통과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통한 긍정적인 수용과정에서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스스로 확립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적인 교육인 것이다.
반편견교육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학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긍정적 자아정체감 발달시키기, 감정이입적 상호 작용하기, 편견에 대해 비판적 사고하고 행동하기라고 말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고정관념, 편견을 없애고 자기와 다른 집단이나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입장이나 시각에 대한 이해를 통해 차이와 다양성 및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데 있는 것이다.
차별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가르쳐야
우리나라에서 반편견교육은 1990년대 후반부터 주로 유아교육과 특수교육에서 연구 · 실천돼 왔다. 앞으로는 각급 학교에서 다양한 반편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문화 환경을 고려할 때 다문화교육에서 핵심은 문화적 소수자들에 대한 한국 사회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적응뿐만 아니라 다수의 한국인들이 문화 · 인종적 소수자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통해 다양성, 평등의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속에 잠재되어 있는 타문화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편견 극복의 측면에서 볼 때, 기존의 선입견, 고정 관념, 편견에 도전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반편견교육을 비주류, 소수 집단 뿐만 아니라 주류, 다수에 속한 집단 모두에게 해야 한다. 반편견교육에서 목표로 삼는 ‘편견 감소’는 다문화교육의 주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이와 관련해 다문화교육 전문가인 뱅크스(J. Banks)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문화교육에서 편견 감소라는 차원은 아동들의 인종적 태도의 특징과 학생들이 보다 긍정적인 인종적 · 민족적 태도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다룬다. (중략) 만약 민족 · 인종 집단에 대한 실제 이미지가 학습 교재에 지속적이며 자연스럽고 통합된 방법으로 포함되고,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하며 다른 인종 집단의 학생들과 함께 협동학습에 참여하게 된다면, 보다 긍정적인 인종적 태도와 행동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다문화교육에서 편견과 차별 감소를 위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다문화교육은 사회 정의를 지향하는 가르침 혹은 모든 유형의 차별과 편견, 특히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 계급차별주의에 대한 저항을 지향한다. 즉, 학생들에게 인종차별주의나 성차별주의, 계급차별주의에 대한 이해력을 향상시키고 그와 관련된 적절한 태도와 사회적 행동기술을 발달시킴으로써, 차별에 대한 투쟁과 문제해결 과정에 헌신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이 점에서 반편견교육과 다문화교육은 맥을 같이 하면서 다문화 인식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반편견교육은 소수 집단에 대한 편견을 극복해 서로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편견이 나타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감정을 이입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태도와 행동 양식을 갖게 하는데 그 특성이 있다.
다문화시대를 살아가야 할 학생들에게 다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자신과 다른 문화에 대해 편견과 차별 없이 이해하고 존중할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 및 인종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반편견교육은 매우 필요하다.
다문화교육에서 반편견교육을 할 때, 특히 중점을 두어야 것들은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직면하는 다른 문화와 다른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 차별적 행동이 갖는 문제점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편견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기르도록 도와야 하며, 다양한 사람과 문화에 대한 편견이나 정당하지 못한 차별이 타인에게 어떻게 피해를 주는 지를 공감하도록 하여 반편견의 성향을 갖도록 함은 물론 불공정함과 편견에 직면해 적극적으로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민족적 문해능력(Ethnic literacy)을 갖추고 문화적 다양성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해서 곧바로 차별과 편견을 제거하고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갖는 편견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형성되고, 사회화나 각종 매체 등을 통해 고정화되기 때문에 일단 형성되면 수정되기 어렵다는 특성을 갖는다. 그러므로 다문화교육에서 차별과 편견에 반대하는 의식과 실천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반편견교육을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