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은 쉬고 4일만 공부하는 학교'
일주일에 꼬박 6일을 수업에 매달리는 우리의 학교와 비교할 때, 정말 있을까 싶은 주 4일제 학교가 미국 시골학교 사이에서 점차 늘어가고 있다.
이미 1970년대 에너지 절약과 학교 운영비 절감 차원에서 주4일제 수업은 시골 많은 학교에서 실시됐었는데 각 주(State)에서 연간 수업 일수 180일을 요구하는 법안이 세워지고 이것이 학교 교육과정을 규정하는 기준으로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주5일제가 보편화됐었다.
그러다 1990년대 이후 주4일제 수업은 교사, 학교 행정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다시 긍정적으로 평가되면서 주로 시골학교에서 붐처럼 확산되고 있다.주4일제 수업이 주로 시골 지역에 확산되는 것은 대체로 주민들이 농업이나 목축업에 종사하기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집안 일을 거들 수 있는 나이의 자녀가 하루 더 가정에서 지내면서 부족한 일손을 덜어주는 탓에 환영받는 것이다.
이들 시골 학교에서는 주당 수업일수를 하루 줄이는 대신 나머지 4일 동안의 수업시간을 보통 학교보다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더 길게 잡는다. 줄어든 하루 때문에 발생하는 수업 결손을 보충하고, 주(State)에서 정한 최소한의 연간 수업시수를 채우기 위해서다. 대신 월요일이나 금요일이 토요일, 일요일과 이어져 3일 동안의 긴 휴일이 주어진다는 매력이 있다.
학생들은 월요일이나 금요일의 휴일을 가정에서 보내기도 하고, 원하는 경우에는 학교가 추가로 마련해 놓은 보충 개인 지도나 음악·미술 활동에 참여한다. 물론 학교가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제공하는 교육활동들은 정규 학교 활동 외의 프로그램이며, 참여하는 교사들에게는 시간 단위로 근무 수당이 지급된다.
와이오밍 주 쉐리단(Sheridan)군의 학교들은 1985년부터 주 4일제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최근 설문 조사에서 학부모들은 물론 교사, 행정가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장점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알칸사스 주 사라토가(Saratoga) 학구의 다그스(Diggs) 장학 교육장은 "전기료, 난방료, 학교 버스 운영비와 같은 예산 절감의 이점은 물론이거니와 교사의 결근이 50퍼센트 가량 줄었다"고 평가했다.
비단 교사들의 결근 뿐 아니라 학생들의 결석도 줄어들었다. 그 이유는 두 시간 이상 운전 거리에 있는 병원에 가야하는 일 등 주중에 해야만 하는 개인적인 일을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절감된 학교 예산은 넉넉하지 않은 학교 살림 때문에 마련하기 어려운 음악, 미술 교실이나, 혹은 보충 학습이 필요한 학생들의 개인지도 프로그램 제공에 쓰여지고 있다.
더 나아가 루이지애나 주의 미드랜드(Midland) 고등학교 브릴리(Briley) 교장은 "무엇보다 학생들의 성적이 상당히 향상되었습니다. 낙제생도 절반 정도 줄었구요"라며 학업 성취도 향상을 4일제 운영의 장점으로 꼽는다. 다소 믿기지 않지만 이는 4일제 운영이 5일제에 비해 교사와 학생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이루어지는 학교간 대항과 같은 특별활동이나 기타 학교활동은 수업이 없는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이루어지며, 나머지 4일은 비교적 방해 없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드랜드 고등학교와 같이 주 4일제 운영 후 학업 성취도 향상효과를 보는 일은 특별한 경우다. 4일제 운영을 오래 연구해 온 콜로라도 대학 조셉 뉴린(Joseph Newlin) 박사는 "주 4일제는 급진적 학업 향상이나 부진을 유발하지 않았다. 다만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은 이것이 학업 성적의 하락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며 4일제 운영이 학업 성취도를 향상시킨다는 설을 부정한다.
4일제 수업을 반대하는 교육자나 학부모의 목소리도 높다. 알칸사스 교육위원회 고디(Gordy) 부의장은 "4일제가 교육적 목적보다는 경제적 측면의 이득을 고려해 결정된 것"이라면서 또 "가뜩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연간 수업 일수가 4일제 운영으로 더 줄게 돼 결국 수업 결손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유타 주에서는 1994년, 일부 학구에서 실시하던 4일제 운영을 전면 금지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한번 4일제 운영을 시도해 본 학교들은 5일제 수업에 비해 더 효과적이라며 주 4일제를 고수하는 경향이다.
현재, 주 4일제 운영을 하는 학교는 주로 뉴멕시코, 루이지애나, 알칸사스, 오르건, 사우스다코타, 콜로라도, 와이오밍 등 여섯 개 주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모두 합해 약 100여 개 지역 학구에서 실시하고 있다. 보통 4일제 학교는 주(State) 교육 위원회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는데, 알칸사스 주에서는 1997년 여름, 학생이 주 4일제로 인해 다른 학교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학교 자체적으로 주 4일제를 선택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