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논문을 준비하고있는 이재덕 교사(33·서울교대교육대학원 원우회장)는 요즘 진로문제로 고민 중이다. 교육대학원 졸업 후 박사과정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그는 어떤 대학원으로 진학해야 할 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사과정 진학을 앞둔 초등교사들이 심한 갈등을 느끼고 있다. 교대에 박사과정을 개설할 수 있는 법령은 마련됐으나 개설 시기를 점칠 수 없기 때문이다. 2000년 11월 28일 고등교육법시행령이 개정(제21조 제2항 '산업대학 및 교육대학에는 전문대학원 또는 특수대학원을 둘 수 있으며…')돼 교육대학도 전문대학원을 둘 수 있게 됐다. 특수대학원으로 분류되는 교육대학원과는 달리 전문대학원은 박사과정을 개설 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 어떤 형태의 전문대학원이 개설될 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확정된 교직발전종합방안에서 제안되었던 교원전문대학원 설립안은 검토과제로 분류돼 도입실시가 유보되었다. 교종안에는 '교원전문대학원(가칭)은 2000년 12월에 구성된 교원전문대학원 연구위원회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친 후 구체적인 교원양성방안 마련을 검토한다'고 돼 있다. 또 '교육전문박사학위 과정은 교원전문대학원(가칭)에 개설하는 방안과 기존의 교육대학원을 '교육전문대학원(가칭)'으로 개편 또는 신설하는 방안을 동시에 검토하되, 학위의 질적인 수준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교육부 이중헌 교원양성과장은 "교원전문대학원에 관한 연구보고서는 이미 완결됐으며 올해 안에 공청회를 통해서 여론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교육대학원을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해서 전문박사(Ed.D)를 수여하거나 별개로 전문대학원을 설치하는 방안, 일반대학원에 전문박사과정을 설치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원전문대학원 설치는 순탄할 것 같지 않다. 대학별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서울대는 교육전문대학원 설치를 추진했으나 내부 논의과정에서 좌절됐다. 우한용 교무부학장(사범대)은 "일반대학원이 존재하는 데 굳이 전문대학원을 병설할 필요가 있냐"는 반대여론이 우세했다고 밝혔다. 일반대학원이 설치된 다른 대학들도 교육전문대학원의 설치를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최근에 교육대학원장협의회 포럼에서 강인수 교수(수원대)는 교육대학원을 전문대학원으로 개편하기보다는 여건을 갖춘 교육대학원에 전문박사과정을 설립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초등교육계는 어떤 형태로든 교대에 박사과정이 개설되는 시기가 앞당겨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허종렬 교수(서울교대)는 "일반대학원이 설치된 대학들은 전문대학원 설치가 중복사안일 수 있으나 교대의 경우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박사과정이 개설되면 연구인력이 확보되고, 그만큼 초등교육의 전문성이 신장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니는 한 초등교사는 "일반대학원에는 초등교육을 전공한 교수가 없어서 수업과 논문지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교대 박사과정 개설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박사과정 입학을 위한 좁은 문도 교대의 박사과정 개설을 부추기고 있다. 초등교육전공 박사과정은 현재 교원대와 이대에만 개설돼 있다. 교사들은 학비가 저렴한 교원대를 선호하지만 입학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중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박사소지율도 교대박사 개설의 필요성으로 거론된다.
2000년 4월 현재 전체 초등교사 중 박사학위 소지자는 129명이나 중등교원은 1036명이다. 교대 박사과정 개설은 전국 교대의 숙원사업이다. 서울교대는 1985년부터 일반대학원 개설을 추진해왔으나 1995년 교육대학원 설립으로 만족해야했다. 나머지 교대들은 서울교대의 박사과정 개설을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