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삼일공고의 ‘삼일절 입학식’

2023.03.08 13:47:46

삼일절을 즈음해 아주 뜻깊은 소식을 들었다. 수원 삼일공고는 지난 3월 1일 오후, ‘삼일절 입학식’을 했다. 이 자리에는 신입생 357명, 학부모 400여 명, 교직원, 지역사회 기관장 등 총 700 여 명이 모인 가운데 아주 성공적인 행사가 되었다. 여기서 성공이란 교육목표 달성, 즉 민족정신 고취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삼일절’은 기념일보다는 공휴일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듯 싶다. 삼일절뿐만 아니라 국경일인 현충일,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을 쉬는 날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국경일이 휴일과 겹치면 대체공휴일로 정하고 있다. 일과 휴식의 균형이라는 시대 흐름은 이해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학교에서 국경일 기념식이 없어진 지 오래되었다. 필자의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국경일에는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운동장에 모여 기념식을 했다. 기념일이 주는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마지막엔 기념일 노래를 제창하였다. 기념일 노래는 음악시간에 배워 모두 알고 있었다. 이렇게 우리는 교육으로 한민족이 되는 것이었다.

 

 

김동수 삼일공고 교장에게 연락을 했다. 교육리포터 신분을 밝히고 삼일절 입학식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니 교장실 방문을 청한다. 그는 학교 소개에서 1903년 수원의 유지들이 뜻을 모아 만든 학교라면서 삼일학당에서 신학문인 산수, 국어, 영어, 체육, 측량 등을 배우는 중등교육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인 임면수 선생, 이하영 목사 등 설립자 이야기를 꺼낸다. ‘삼일’이라는 명칭은 기독교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에서 유래한 것. 학교가 민족학교임을 강조한다. 삼일 만세운동 이후 일제가 팔달심상소학교로 강제 개명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삼일’이라는 학교 이름은 해방 후 되찾았다. 그리고 6.25 때 네덜란드 참전국 주둔지 이야기, 독일 기독교 재단의 무상원조로 학교 건물을 세운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교장실과 역사관에 전시되어 있는 개교 당시의 교육목표 문구가 매우 인상적이다. “어서어서 알아야 한다. 우리는 너무 모른다. 어서 배워서 알아야 한다. 국가독립을 위한 일꾼이 되어야 한다.” 신학문에 대한 배움과 독립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가득차 있다.

 

 

입학식은 국민의례와 독립선언서 낭독, 삼일공고 설립자 중 한 명이자 수원지역의 대표적 독립운동가로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필동(必東) 임면수(1874∼1930) 선생 바로 알기, 장학증서 및 우수 신입생 상패 수여, 3·1절 노래 제창, 만세삼창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학생회장인 3학년 윤수빈 양은 9분 여에 걸쳐 독립선언서 전문을 낭독하며 일제 침탈에 대한 저항정신을 간직한 학교의 자부심을 일깨웠다. 이 자리에는 독립운동가 임면수 선생의 손자 임병무도 함께 했다. 행사에 참석한 신입생, 학부모, 내빈들은 3·1절 노래 제창 때 태극기를 흔들며 함께 노래했다.

 

 

김 교장은 왜 공휴일에 기념식을 하고 입학식을 했을까? “삼일절 입학식에 부담은 되었지만 더 늦기 전에 역사교육, 민족교육을 하면서 삼일정신을 심어주고 싶었다”며 “입학식 후 학부모로부터 자식의 민족학교 삼일공고 입학이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뿌듯하다”고 했다.

 

김 교장은 교사 시절, 교장이 되었을 때 실천할 50가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한 질문은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 변화에 당할 것인가?” 그는 전자(前者)를 택했다. 노는 학교가 아닌 공부 열심히 하는 학교로 전국에 알리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었다. 그는 지금 꿈을 이루고 있다. 이 학교 입학경쟁률이 6:1이고 학생들이 밤 10시까지 불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제가 퇴직할 때 학생들로부터 듣고 싶은 말은 ‘고생하셨습니다’이고 선생님으로부터는 ‘수고 많았습니다’입니다.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으로 퇴직하는 것이 나의 소망입니다. 교사에게 남는 것은 제자밖에 없습니다. 스승을 알아주는 것도 제자밖에 없습니다”

 

김동수 교장의 실천이 존경스럽다. 우리는 제자들에게 무엇을 남겨주어야 하는가?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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