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살리고 학생 변화 이끄는 건 결국 ‘자존감’

2021.02.18 15:08:31

서준호 교사 인터뷰

엄격한 자기 평가·사회적 요구에
자존감 깎이는 교사 적지 않아…
관계와 성취 통해 자존감 회복해
학생·학부모의 신뢰, 큰 영향 미쳐

 

“높은 자존감을 지닌 교사의 말과 몸짓
긴 시간, 고스란히 학생에게 전달돼…

교실을 책임지는 교사의 건강한 자존감
학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어”

 

 

책 한 권을 관통하는 몇 문장에 이끌렸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말은 숱하게 들어왔다.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어렴풋이 이해했지만, 두루뭉술하기만 했다.

 

교사의 행복은 무엇일까. 교사는 언제 행복을 느낄까. 본질을 잊고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가르칠 생각만 했지, 그걸 가르치는 교사의 자존감은 간과했다. 교사라면, 으레 자존감이 높을 것이라고 속단했다. 교사의 자존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뚜렷하다. 부모를 제외하고 아이들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존재가 교사이기 때문이다. 
 

“교사의 자존감은 교사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닙니다. 교사와 연결된 학생의 자존감이자 우리 미래의 자존감입니다. 좌절하고 자존감이 깎이지 않도록 교사 스스로도 노력하겠지만, 주변에서 교사의 자존감을 귀하게 여겨주세요. 교사를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봐주세요.”
 

최근 출간된 ‘교사의 자존감’은 교사라는 집단의 특수성을 진단하고 그들의 자존감을 탐구한 심리서다. 이 책의 저자인 서준호 교사는 “세상은 교사의 자존감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정작 교사의 자존감이 깎이지 않도록 보호하거나 깎인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돕는 데는 관심이 적은 듯하다”면서 프롤로그에 담았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들려줬다. 그는 수년째 교사 치유 모임인 ‘성장 교실’을 이끌면서 교사들의 마음 치유와 성장을 돕고 있다. 
 

자존감은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자신에 대한 정서적 만족감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자존감은 그 정도를 평가할 수 있다. 쉼 없이 변화하고 각박해지는 요즘, 자존감의 중요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교사들도 다르지 않다. ‘자존감은 나를 살리고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준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서 교사는 “워크숍 등을 통해 알게 된 점은 많은 교사가 자존감이 높지만, 스스로 낮다고 생각했다”면서 “학교 구조와 업무, 때론 학생과 학부모의 피드백, 사회가 바라보는 교사에 대한 시선 때문에 자존감이 깎여있다고 생각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한 번 이상 자존감이 깎이는 경험을 한다. 교사들은 특히 어떤 상황에서 자존감이 깎였음을 느낄까. 서 교사는 초임부터 경력 30년이 넘는 초·중등교사 1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학교에서 자존감이 깎였다고 답했습니다. 학부모가 교원평가에 비난 글을 쓰거나 교육청에 민원을 넣거나 학교에 와서 욕을 하고 물건을 부수거나 도움을 주려고 연락했지만, 따지고 폭언하는 상황에서 자존감이 깎였습니다. 학생들이 다른 선생님과 비교하고 무시하고, 학생을 위해 했던 일들이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 때도 그랬어요. 다른 선생님 앞에서 관리자에게 꾸중 듣거나 강압적인 업무 지시를 받을 때, 동료 교사에게 항의를 받거나 경력이 적다고 무시당할 때도 자존감이 깎였다고 답했습니다.” 
 

반대로 어떤 순간 자존감을 다시 회복할까. 서 교사는 자존감이 올라가는 사례를 학교 안과 학교 밖으로 나눠 설명했다. 설문조사 결과, 학교 밖에서는 ‘관계’와 ‘성취’를 통해 자존감이 올라갔음을 느꼈다. 특히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건넨 “어떤 경우에도 난 네 편이야”와 같은 무한한 지지가 담긴 말이 자존감을 높여줬다. 학교 안에서는 학생들이 자존감 회복에 큰 역할을 했다.

 

서 교사는 “학생들이 무한 신뢰를 보내주고, 가르친 학생의 성적이 올라가고 문제 학생이 변화하고, 학부모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을 때, 힘들게 했던 학생이 시간이 지난 후 찾아와 사과할 때 등을 꼽았다”면서 “학생과 함께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생겨나는 특별한 감정이 교사의 자존감을 높이는 특별한 회복 약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전했다. 
 

책 ‘교사의 자존감’에는 서 교사가 성장 교실에서 진행했던 유형별 심리극을 소개한다. 심리극이 진행되는 현장에 와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생생하다. 심리극을 따라가다 보면 자존감 무너졌던 표면적인 원인은 물론 자신도 몰랐던 내면을 들여다보고 ‘직면’할 수 있게 돕는다.

 

상처치유 과정을 경험한 후에는 매일 ‘문장 완성 연습’을 해볼 것을 권했다. 매일 아침 ‘내 자존감을 5% 더 회복하기 위해 (     )을 하겠다’는 문장을 완성하는 방법이다. 서 교사는 “과거의 일 때문에 머릿속에 자리한 부정적인 비평가를 밀어내는 연습”이라면서 “처음에는 많은 문장을 만들기보다 짧은 문장 하나를 만들어 반복해서 말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교사는 한 교실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건강한 자존감을 지닌 교사는 학생에게 덜 상처 주고 학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높은 자존감을 지닌 교사의 눈빛과 말투, 얼굴과 몸짓은 긴 시간 동안 고스란히 학생에게 영향을 줍니다. 자존감이 깎인 분들은 사실 정말 좋은 분들이었어요. 그러니 ‘이미 나는 좋은 사람이고 귀한 사람이다. 지금껏 나를 뺀 주변 모든 사람에게 시간과 노력을 다 퍼줬으니 이제 나를 위해 조금 더 노력하자’고 생각하고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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