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원격수업, 정서격차·영양격차도 위기

2021.02.05 10:30:00

유네스코(UNESCO, 2020)에 따르면, 전 세계 91.3%의 학생들이 학교가 운영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교육격차와 불평등에 영향을 받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격차와 불평등에는 물리적·환경적 조건도 포함되지만, 온라인학습을 할 수 있는 능력의 격차, 가정격차에 따른 온라인학습에 있어서의 격차, 문화의 격차 등을 고려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무엇보다 이로 인해 앞으로 배울 수 있는 힘(능력)의 격차 즉, 학력(學力)의 격차가 우려되는 상황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같은 패턴이 이어진다면 학생들의 교육격차는 점점 더 커질 것이며, 지금 당장 실효적 대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감당할 사회적 비용은 훨씬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교육격차에 대비한 전면적이고 선제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해 공교육이 중심을 잡아 나갈 것을 주문한다.

 

이번 호에서는 코로나19라는 강요된 변화 속에서 초래되는 격차와 불평등 문제, 그에 대한 교육의 역할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다가온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의 차원을 넘어서 앞으로 교육의 방향이 어떠해야 하며, 교육에서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특히 그 안에서 교육의 핵심 의제들이 어떻게 이해되고 실현될 필요가 있는지 등을 중심으로 논의해 본다.

 

잠시의 혼란이라 생각했다. 메르스나 사스 때처럼, 공포를 몰고 왔지만 빨리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꿔놓았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우리 사회 전체가 혼란스러웠지만, 교육현장의 혼란은 그 어떤 곳보다 컸다. 일시적일 줄 알았던 온라인교육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우려 또한 함께 커졌다. 학력격차에 대한 부분은 많은 언론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바와 같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구체적인 데이터로 확인되고 있다. 중위권이 약화되고, 상위권과 하위권의 양극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예상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한 해 고3을 지도했던 입장에서, 코로나19가 입시에 미치는 영향을 온몸으로 느꼈다. 11년간 준비해왔던 꿈이 예상치 못했던 1년으로 뒤바뀌는 경우를 보며 안타까움이 컸다. 학력격차는 분명히 가시적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많은 대책과 방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갑작스레 찾아온 상황이었던 만큼 2020년의 학교는 상황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드러나는 문제에 대증적으로 대처하기에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다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하는 시점이다. 여기에서는 학력이 아닌 영역 중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코로나는 우리 삶의 패턴을 급격히 바꿔놓았다. 코로나 이전의 시기와 이후의 시기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데 이러한 현상은 학생들에게 더욱 크게 작동한다. 학교급이 바뀌면서 상급 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은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한 번도 제대로 학교를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음 학년으로 진급을 하고 있다. 대학 신입생들 역시 전공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하지 못한 채 재수를 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었다. 이런 환경의 변화는 문화의 변화로 바로 이어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자리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코로나로 인한 부정적 원인에서 출발한 것인 만큼 트라우마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코로나블루’는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한창 활동적으로 생활해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 큰 문제로 나타날 우려가 크다. 심리적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이 어렵고, 어느 하나의 접근으로만 해결이 어렵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의 노력과 치유 과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머지않은 시간 안에 코로나는 종식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럼에도 남아 있을 트라우마는 크게 남을 것이다. 우리는 20여 년 전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며 세계 경계가 무너지고 모두가 평화로운 세상을 꿈꿨었다.

 

하지만 테러와 경제전쟁으로 얼룩진 현실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상징적인 말로 기술과 혁신이 가득한 미래를 낙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갇혀 있다. 우리가 겪고 있는 현재의 고통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특히 아이들이 겪게 될 트라우마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종단적이고 광범위한 연구가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

 

 

사이버폭력과 생활지도의 문제

대부분의 시간을 가정에서 보내며 학교에서 일어나던 문제들이 온라인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학교폭력문제는 대면 상황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상황에서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전수 조사 방식으로 진행되는 학교폭력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 비율은 감소한 수치로 집계될 것이다.

 

그러나 사이버폭력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폭력의 비율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높게 나올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수업에서 발생하는 교권침해에 대한 부분도 언론에서 보도된 것 이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폭력적인 성향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이 표출될 수 있었던 온라인 상황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온라인수업 상황에서의 사이버폭력은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익히 알고 있듯이 익명성은 폭력적인 성향을 크게 만든다. 온라인수업에서 아이들의 실명이 공개되지만 온라인 상황에 익숙한 관성으로 인하여 공격적인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이버폭력과 생활지도의 문제에 대해 전문가를 구성하여 대응 방법과 매뉴얼 개발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반드시 아이들의 문화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아이들도 연구 협력진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정확한 진단과 이해가 전제될 때 온라인수업에서의 정확한 생활지도가 가능할 수 있다.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형태의 대인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이에 대한 분석과 지도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일부 연구회와 전문적 학습공동체 차원에서 논의되는 쌍방향수업 상황에서의 기술적인 수업기법의 차원을 넘어 훨씬 근본적인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렇게 논의된 결과를 현장의 교사들이 지도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해야 한다.

 

영양과 안전에 대한 관리

라면을 끓이려다 화재가 발생해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는 코로나가 빚은 가장 안타까운 단상이었다. 안전과 관련한 문제는 어떤 이유에서건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학교의 현재 여건만으로는 안전 관리에 큰 어려움이 있다. 지역사회와 다른 행정기관이 함께 해결해야 한다.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고 역량을 여기에 맞춰야 한다. 코로나의 장기화에 따라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비율도 굉장히 높아졌을 것으로 예측된다. 재정난을 겪게 되는 자영업자가 늘고, 실업 문제가 현실화됨에 따라 가정의 안정적인 역할이 부재되는 경우가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의 영양 불균형 역시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에서의 급식은 체계적인 영양관리의 중요한 기능을 해왔다. 하지만 급식이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영양 불균형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고, 꾸러미 형태의 식자재 공급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저소득층이 아닌 경우에도 맞벌이 가정의 경우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영양의 중요성은 학력보다 더 중요하다. 이러한 문제 역시 심각히 논의해야 할 부분이다.

 

학교의 정상화를 위하여

지난 한 해는 코로나 상황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학교의 느린 대응이 비판을 받았던 이유는 법률에 얽매여 유연하게 적용시킬 수 없었던 상황과, 학교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당국의 업무추진방식 때문이었다. 수업시수와 일수만 강조한다면 위기상황에 유연한 대처가 어렵다. 같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획일적인 지침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수한 상황임을 감안하여 단위 학교의 자율성과 신속한 판단이 제약받지 않도록 한시적으로라도 제약을 풀어주어야 한다.

 

학교현장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주말에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교육당국의 정책들이었다. 뉴스를 통해 들은 내용을 학부모에게 문의 받는 동안 공문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고, 감감무소식인 상황에서 학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들의 반복이었다. 이러한 일이 앞으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코로나로 얼룩진 2020의 교육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정부와 교육당국에서는 연초부터 학력 격차와 교육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견들은 근본대책 없이 학교와 교원의 헌신에 의존하는 선언적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학교현장에 필요한 실제적인 정책의 갈증이 크다. 부디 공허한 말들로만 끝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새 학기에도 그리 낙관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능동적으로 그리고 근본적인 부분들을 고민하며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황지은 인천 세원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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