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교육공무직, 도와달라 했더니 정규직 내놔라”

2021.02.05 10:30:00

민주사회는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해 자유와 평등이 원칙입니다. 평등은 모든 사람이 법 앞에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받는 것입니다. 지난해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조사에 의하면 청년 실업률은 8.1%, 청년 실업자는 33만 1천 명이고, 전체 취업준비생 71만 400명 중 공무원시험 준비생은 21만 9천 명이라고 합니다. 통계를 보면 요즘 청년들의 직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고용절벽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과연 미래를 이끌어 나갈 청년들이 기회의 평등을 보장받을지도 의문입니다.

 

작년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희망을 박탈한 사건이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사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인국공 사건’입니다. 애써 밤낮을 지새우며 몇 년 동안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희망을 앗아 갔습니다. 일자리가 공채가 아닌 특채로 사라졌습니다. 일자리를 구할 기회마저 사라져 청년들은 공황상태가 왔습니다. 청년들 사이에서 ‘헬조선’이라는 말까지 회자됩니다.

 

제2의 인국공 사태, 경남교육청의 방과후실무사 공무직채용 공고

경남교육청의 방과후실무사 공무직채용 공고가 제2의 인국공 사태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방과후교사의 업무를 도와주기 위해 봉사하는 방과후자원봉사자(주 15시간 시간제근로자)를 공채가 아닌 단지 면접으로 방과후실무사 공무직(주 40시간 정규직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회 정의 관점에서 볼 때 정당한 자기 몫을 특정한 사람이 차지하고, 교육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여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과 공채 준비 수험생들의 일자리를 박탈하는, ‘제2의 인국공 사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경남교육청의 심사 일정과 면접관을 보면 자격 검증이 제대로 될지 지극히 의문스럽습니다. 세 명의 면접관이 하루에 300여 명을 면접하여 옥석을 구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인공지능 면접관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경남도교육청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교육주체인 학생·교사(교육행정직 포함)·학부모의 여론 수렴은 물론 전문가와 토론·공청회를 거쳐 사회적 합의로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운 좋으면 취직되는 형태는 공정이 아닌 불공정입니다. 공정이 무너지면 사회가 무너집니다. 따라서 공공기관인 경남교육청은 반드시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공정한 공무직채용을 위해 분야별 서류심사·필기시험·면접 등 채용지침을 만들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보편적 채용기준이 마련되면 각 시·군교육청에 채용 담당자연수를 시행하고, 도시와 농어촌 실정에 맞는 사람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해당 시·군교육청에 위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것입니다.

 

 

공무직과 교직원, 노노갈등 각축장이 된 학교현장

아울러 지난해 12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교육공무직을 학교에 두는 직원에 포함’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역시 ‘현장 정서를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을 안 할 수 없습니다. 이미 교육공무직은 시·도조례와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 법적으로 충분한 보호를 받고 지위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공무직은 공무원이 아니기에 노동삼권을 가진 단체로 법제화한다면 교육현장에 혼란만 가중될 것입니다. 교육공무직은 이미 노동삼권을 가지고 집회와 시위의 실력행사를 할 만큼 정치세력화되었습니다. 자기들의 권익을 위하여 교직원과 한창 성장해야 할 어린 학생들의 급식까지 볼모로 파업을 강행합니다.

 

이제 학교현장은 업무를 두고 공무직과 교직원 노조사이의 갈등이 자주 발생하여 노노갈등의 각축장이 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들어와 학교는 혼란의 와중에 있습니다.

 

공무직을 「초·중등교육법」에 교직원으로 포함하는 법제화보다 공정한 채용을 위한 법제화가 더 시급해 보입니다. 그리고 교육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여 제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책무를 법제화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어야 공무직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는 실마리를 갖게 될 것입니다. 공무직채용이 단순한 노무직 일자리 창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유한 영역에서 역할과 존재가치를 부여받게 되는 것입니다. 공무직은 능력과 직무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누가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지 업무표준안이 없습니다. 그래서 공무직과 공무원은 서로의 지위와 권익을 요구하며 다투게 됩니다.

 

학교현장은 가끔 중재자 없는 약육강식의 난장판이 됩니다. 공무직의 채용과정에서 공채가 아닌 특채인 경우가 많았기에 업무능력이 검증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직 제구실을 찾지 못한 공무직이 많습니다. 공무원의 업무경감을 위해 공무직을 채용하였으나 기대만큼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공무원인 교사와 교육행정직 업무가 가중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무직을 채용할 때에는 직무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국가 단위의 직무능력표준 시험제도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채용과정에서부터 확실히 구별되는 교직원과 공무직

그리고 공무직과 달리 교원과 6급 이하 공무원은 단체행동권 없이 단결권·단체교섭권만 보장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무원의 단체행동권과 대학교수처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법 개정부터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교육감과 단체교섭에서 여러 교섭단체가 같은 직장에서 담당업무를 가지고 다투는 노노갈등이 발생했을 때, 단체행동권이 있는 공무직이 공무원보다 실력행사를 하는데 우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공무직과 공무원의 형평성 문제라고 할 수 있으며, 힘없는 교직원이 단체행동권으로 목소리 높여 외치는 이익단체인 공무직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또한 교직원과 공무직은 채용과정에서부터 확실한 구별이 됩니다. 교사는 임용고시를 통과해야 하고, 행정직원은 국가가 시행하는 공개선발시험을 거쳐 공무원으로 임용됩니다. 이에 반하여 교육공무직원의 선발 및 채용은 국가가 시행하는 공채시험이 없고, 각 지자체나 교육청에서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십여 년 전에는 지인과 인맥을 통해 학교장이 학부모나 인근에 거주하는 졸업생이나 주민을 채용하여 일하게 된 사람들이 대다수이며, 그들이 현재 교육공무직으로 전환되어 무기계약직으로 직업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교육공무원직을 선발하는 기준·시험·노력의 정도·경쟁률은 9급 공무원과 비교했을 때도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교직원은 권한과 책임, 업무 스트레스가 매우 큰 데 비하여 공무직 업무는 대부분 보조역할이라서 권한과 책임 등 업무강도가 매우 낮습니다. 또한 공무직은 주로 단순 노무직이 많아 짧은 기간의 교육만으로 대체 인력을 구할 수 있으며 필수 요원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학교 안에서 함께 일 한다고 모두 같은 교직원은 아니다

단순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일도 없는데 자리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채용해서는 안 됩니다. 교원의 경우 기간제교사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교사는 정원이 부족해도 교사를 채용하지 않으면서 공무직은 없는 자리도 만들어 채용을 늘리고 법제화까지 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습니다. 앞으로 학생들이 줄어들 것이 뻔한데 정규직 공무직을 많이 뽑아 놓으면 나중에 누가 함부로 자를 수 있겠습니까. 이 정부가 인기를 위해 선심을 쓰고 나면 나중에 뒷일은 누가 책임지겠습니까. 국가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위정자의 권력남용으로 정말 분별없는 짓입니다.

교육공무원과 공무직은 임용 과정, 하는 일, 권한과 책임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학교 안에서 함께 일을 한다고 해서 모두 같은 교직원으로 법적 지위에 포함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교원과 공무원은 책무에 따른 고유영역이 다름에도 같은 대우를 해주는 것이 공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육보다 표만 의식한 국회의원들의 무책임한 입법행위에 멍들어가는 교단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신경종 前 경남 거창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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