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속에서도 길을 찾고 있습니다”

2020.12.29 14:15:31

이보경 교사 인터뷰
‘코로나 시대 교사 분투기’ 펴내

자기주도적학습 가능해야
언택트 수업의 효과 나타나
교사-학생 상호작용 속에서
배우고 얻어지는 학습 능력
교사의 중요성 절감한 한 해

 

교직 경력 26년 차 수석교사가 전염병으로 인한 혼란의 최전선에서 경험한 ‘코로나 보고서’가 나왔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학교와 교사들이 ‘교육’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기록이다. 학교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내부인’이 아니면 알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비롯했다.

 

‘코로나 시대 교사 분투기’의 저자 이보경 수석교사는 “‘학교는 이래야 한다’라는 가르침이나 미화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민낯을 보여주고 학교의 고민과 노력을 알아주길 바랐다”고 소개했다. 
 

“요새 학교 나가세요?”
 

지난해 초, 이 수석교사는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수업을 준비하느라 바쁜데, 학교에 나가느냐는 질문은 그와 동료들을 당황하게 했다. 한편으론, 아이들이 없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무엇을 하는지 모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우리 이렇게 하고 있어요’, ‘혼란 속에서도 길을 찾으며 노력하고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이 수석교사는 “힘든 상황에서도 교사가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과 잃지 않아야 할 것에 대해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라는 바다를 건너기 위해 물 위를 떠다니는 조각(각종 온라인 플랫폼과 도구)을 모아 온라인 학습이라는 배를 만들어 항해하는 심정으로 지난 일 년을 보냈습니다. 문제는 배를 만드는 시간이 너무 짧았고, 각자도생으로 살아남아야 했다는 겁니다. 1기 수석교사로서 선생님들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안내해야 하는 입장이라 조금 다른 고민도 했습니다.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리며 긴장 속에서 살았던 것 같아요. 소진된 자신을 느낍니다. 동료들도 마찬가지고요. 잘 견딘 동료들과 저 자신에게 고생했다고 토닥여주고 싶어요.”
 

이 수석교사는 스스로 ‘아날로그 교사’라고 했다. 최첨단 디지털 수업 기기로 무장한 신세대들에 대한 약간의 반감과 ‘수업은 살아있는 실존의 만남이 본질이라는 신념을 가진 교사’라는 의미가 녹아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에 대한 역량을 강요당했지만, 이에 적응하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학교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학교는 수업으로 살아남는다는 것’ ‘교육과정에는 교사의 신념이 담긴다는 것’ ‘다양한 상황에 있는 아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언택트 상황에도 온택트를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그가 말하는 본질이다. 


 “초반에 느꼈던 막강한 열등감은 수석교사를 내려놓아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모르는 것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물어보고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운영하면서 학교에서 선택한 플랫폼에 대해 더 잘 아는 동료 선생님에게 연수를 부탁했습니다. 수석교사는 능력 있는 동료를 발굴해 함께 나누는 매개자의 역할도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제는 교육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뀔 거라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 디지털 세대로 불리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원격수업이나 온라인 수업이 더 익숙할 거라는 이야기다. 이 수석교사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했다. 
 

그는 최근 초등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화상 토론 교육을 순조롭게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 못지않은 수업을 구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디지털 세대 모두가 온라인 수업에 잘 적응하는 건 아니었다. 이 수석교사는 “온라인 수업은 그야말로 자기주도적인 학습자가 돼야 효과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초등 1학년과 3학년이 어려움을 겪었던 건 교사의 안내를 건너뛰고 바로 온라인 학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세대’라는 것과 온라인 속에서 ‘자기주도적 학습자’가 되는 것은 별개입니다. 이 태도는 교사의 관리와 통제 속에서 학습법을 배우고 익히는 상호작용 과정에서 얻어져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이는 교사라는 실존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배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미래학교의 표본으로 불리는 ‘알트 스쿨’의 예를 들었다. 미래 교실의 모든 조건을 갖춘 알트 스쿨이지만, 학력 저하로 인한 기초학력 부진 학교가 속출했고 문을 닫았다. 최첨단 기술과 기기, 환경에 둘러싸여 있어도 배움을 위해선 기계가 아닌, 교사가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수석교사는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스위치가 자유롭게 이뤄지는 교육설계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새해의 변수는 학력 저하라고 꼽았다. 학력 격차가 더는 벌어지지 않게 피드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변하는 교육 현장을 묵묵히 지키면서 가능성을 찾고 아이들의 배움을 위해 노력하시는 선생님들, 존경합니다. 수업에 집중하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임명된 수석교사로서 최선을 다해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책을 집필하도록 영감을 주신 풍산초 동료 선생님들과 연수에서 만났던 열정적인 많은 선생님들과 이 책으로 온택트하고 싶습니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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