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마을에서 책읽기- 방황은 성장의 첫걸음

2020.11.30 14:15:17

박상률의 '봄바람'

겨울 초입입니다. 학교 뒷마당 벽오동나무의 커다란 낙엽을 바람이 구석으로 모아놓습니다. 그 사이로 둥글고 기름한 잎에 완두콩이 붙은 듯 재미있는 모양의 벽오동 열매가 보입니다. 책에서 벽오동 열매를 볶아 커피 대용을 가능하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몇 개를 따서 차로 만들어 볼까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발표를 준비하는 학생이 치는 피아노 소리가 들립니다.

 

코로나-19는 학교 풍경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초겨울 학교는 축제 준비로 부산하게 움직이지만, 예년처럼 부모님과 친구들이 함께 모여서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밴드반 학생들이 촬영을 위해 밴드실에서 강당으로 악기를 옮기고 설치하는 것을 도왔습니다. 제가 한 것은 행정실에서 플러그 선을 가져다주고 목마르다는 학생에게 생수 한 병을 챙겨 준 것이 전부입니다. 우루루 기타와 드럼, 신디사이저와 앰프 등을 옮겨와 연결하느라 분주하였습니다. 무대 위의 혼돈은 조금씩 나름의 질서를 찾아갔습니다. 악기 위치가 틀렸다고 서로 언쟁을 하고, 연주 자리를 조정하고, 앰프의 위치와 소리를 맞추었습니다. 질서는 혼돈 속에 이미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학생들은 그것을 찾아내고 다시 음악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음악에 재능이 없는 저는 이런 것이 늘 감탄스럽습니다.

 

베이스 기타 치는 학생의 모습이 가장 멋있어 보입니다. 큰 덩치로 만들어내는 묵직한 기타 음이 압도적입니다. 그 학생의 연주를 들으며 많은 생각이 교차합니다. 책을 좋아하고 음악적 재능도 뛰어나지만, 가끔 방황하는 영혼으로 불협화음을 내었던 학생입니다.

 

박상률의 성장소설 『봄바람』을 떠올렸습니다. 한 소년의 첫사랑이 있고, 첫 가출 있고, 맑은 꿈과 호기심이 어우러진 멋진 소설입니다. 청소년기의 방황은 성장의 발자국이며 꿈을 이루기 위한 원동력입니다. 주인공 훈필이가 가출한 지 사흘 만에 제 자리로 돌아왔듯이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긴 방황의 기간이 사춘기일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훈필이처럼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많은 학생들에게 추천하였던 책입니다.

 

사람이 그립다. 나는 비로소 외로움이라는 말을 나에게도 쓸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열세 살짜리들보다 웃자란 죄로 나는 외로움이라는 말의 의미를 몸으로 느껴야 했다.

나는 열세 살의 늦가을에서 초겨울 사이에, 가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계절의 틈에서, 그 틈 사이엔 외로움이 있다는 걸 알아야 했다.

 

밴드와 다른 연주 촬영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몇 곡의 연주를 마치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운동장을 지나 하교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겨울바람에 실려옵니다. 따듯함이 그리운 계절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봄바람』, 김상률지음, 사계절, 2017



이선애 수필가, 경남 지정중 교사 sosod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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