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 등 유동성 위험 알고 경제적 빈혈상태 막자

2020.10.19 11:10:52

‘유동성’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을 뿐더러 쉽게 접하기 어려운 단어다. 유동성을 글자 뜻 그대로 풀이하면 ‘흘러 움직이는 성질’이라는 뜻으로 ‘흘러 움직여(고정되지 않는)’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유동적’이란 단어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유동성은 글자 그대로의 뜻보다는 경제학적인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경제학적으로 유동성이란 ‘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유동성이 높다는 것은 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하기 쉽다는 것이고 반대로 유동성이 낮다는 것은 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현금은 동전이나 지폐같은 화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급이 가능한 돈’이다. 경제에서 현금은 마치 인체에 흐르는 피와 같은 것으로,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경제적인 빈혈상태라고 비유할 수 있다. 
 

유동성 위험이란 투자자산의 유동성이 낮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의미한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하기 어려우면 발생하는 위험이다. 일반적으로는 기업이나 금융기관 등이 유동성 부족으로 자금인출 요청이나 결제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돼 발생하는 위험을 말하는데 여기서 자금인출이나 결제를 요청한 개인이나 기업 등은 위험의 당사자가 된다. 따라서 투자를 하거나 돈을 빌려줄 때는 상대방의 유동성 위험을 잘 파악해야 한다. 
 

유동성 위험에 대해 알고 대처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경제적 빈혈상태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다. 투자상품의 유동성 위험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원할 때 회수하지 못하게 되면 투자금을 활용하려고 세웠던 계획까지 어긋나면서 연쇄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투자금으로 대출을 갚으려고 했다면 연체가 발생해 신용문제까지 이어질 수도 있고 주택을 구입하려고 했다면 매매계약이 취소돼 내 집 마련의 꿈이 무산될 수도 있다. 
 

유동성 위험은 특정 상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투자상품에서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여기서는 대표적인 투자상품인 주식과 채권, 펀드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주식·채권·펀드의 유동성 위험

 

■ 주식의 유동성 위험=투자자가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직접투자와 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로 나눌 수 있는데 펀드는 따로 이야기할 것이므로 먼저 직접투자 시의 유동성 위험에 대해 알아보자.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에 직접 투자할 때는 일반적으로 증권사를 통해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거래한다. 이 경우 매수·매도 시의 주가 차이로 손실을 볼 수는 있지만 거래가 아예 이뤄지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유동성 위험은 낮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거래정지나 상장폐지 등 특수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주식도 유동성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하긴 어렵다. 또,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경우 원하는 때에 거래가 이뤄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비상장주식은 유동성 위험이 다소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 채권의 유동성 위험=채권은 만기와 이자율이 미리 정해져 있는 상품으로 채권 발행처가 채권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손실을 볼 수 있다. 다만, 이는 채권의 신용위험으로 유동성과 관련된 위험은 아니다. 유동성 위험은 채권을 쉽게 거래할 수 있는가에 따라 정해질 수 있는데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채권은 매수는 쉬워도 매도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채권은 과거 최소 수천만 원 이상 단위로 거래돼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매우 어려웠으나 최근에는 증권사들이 소액으로도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투자하기가 용이해졌다. 채권은 구매 후 거래가 가능하긴 하지만 장내 거래는 주식만큼 활발하지 않고 장외 거래도 쉽지 않기 때문에 채권 투자 시에는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 기간에 알맞은 만기의 채권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 

 

■ 펀드의 유동성 위험=펀드는 투자하는 자산에 따라 주식형펀드, 채권형펀드, 혼합형펀드, 대체투자펀드 등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또 펀드는 투자자가 원하는 경우 언제든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펀드와 사전에 정한 금액만큼을 모집하고 만기까지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펀드로도 구분할 수 있으며 모집방법에 따라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로도 구분할 수 있다. 사모펀드란 49인 이하의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아 구성하는 펀드로 최소투자금액 1억 원 이상이며, 최소투자금액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3억 원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펀드의 유동성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펀드가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 개방형인지 폐쇄형인지 여부 등을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현금화가 쉬운 자산에 투자할수록 펀드의 유동성 위험은 낮아진다. 개방형펀드는 언제나 환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위험이 없다고 오해할 수 있으나 오히려 폐쇄형펀드보다 개방형펀드의 유동성 위험이 더 클 수 있다. 폐쇄형펀드는 공모펀드일 경우 거래소에 상장되기 때문에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고 사모펀드라도 만기까지 보유하면 되므로 채권처럼 투자 시 투자자 자신에게 맞는 만기의 펀드를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개방형펀드는 환매요청이 있다면 언제든 환매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산의 유동성이 낮으면 낮을수록 환매하지 않고 계속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유동성 위험이 커진다. 환매요청이 급증하면 남아 있는 투자자들도 커지는 유동성 위험과 불안감에 환매요청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산 유형에 따른 유동성 위험을 보면 주식형펀드는 주식의 유동성이 크기 때문에 유동성 위험이 낮지만 채권형펀드의 경우는 언제나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로 설정된 경우 채권 만기와 불일치가 발생해 유동성 위험이 높을 수 있다. 채권형펀드가 투자하는 채권이 국채처럼 비교적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채권인 경우 유동성 위험이 낮겠지만 회사채라면 원하는 때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유동성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채권형펀드도 어떤 채권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유동성 위험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펀드나 선박펀드 등 대체투자펀드는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해 자산의 매각이 쉽지 않기 때문에 개방형펀드로 설정된 경우 주식형펀드나 채권형펀드보다 유동성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작년과 올해 라임자산운용과 알펜루트자산운용을 비롯해 많은 개방형 사모펀드에서 환매중단이 발생했는데 여러 사례 중에서도 알펜루트자산운용의 사례는 유동성 위험으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8월 기준 알펜루트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 규모는 약 3686억 원으로 환매 중단된 다른 사모펀드들에 비해서는 규모가 비교적 작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개방형 사모펀드의 환매중단 사례 

 

대표적인 유동성 위험 사례로 언급한 알펜루트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의 경우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펀드’이면서도 유동성이 부족한 대체투자자산(주식이나 채권같은 전통적 투자상품이 아닌 다른 대상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투자대상은 부동산, 원자재, 선박 등 다양)에 투자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환매요청이 몰리면서 환매자금 지급이 불가능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라임자산운용과 알펜루트자산운용의 사례를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두 펀드 모두 개방형으로 설정된 사모펀드로 사모사채 등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 말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기초자산이 부실하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환매요청을 했고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라임자산운용이 환매중단을 선언한다. 그러자 비슷한 자산에 투자하는 알펜루트자산운용의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불안감이 커지면서 환매요청이 많아졌고 총수익스왑(TRS·Total Return Swap)을 체결한 증권사들도 라임자산운용과의 TRS에서 손실을 입자 위험관리 차원에서 알펜루트자산운용과의 TRS도 조기에 종료한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TRS 조기 종료로 레버리지 효과를 잃고 환매요청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서 펀드 환매를 중단한다.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실제로 운용상의 부실이 드러났으나 알펜루트자산운용은 특별한 부실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만기불일치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환매중단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금융당국도 비상계획 마련 나서

 

해외에서는 벌써 수년 전부터 펀드 등 금융상품 투자 시의 유동성 위험을 관리할 필요성을 제기해왔으나 우리나라는 그동안 펀드의 유동성 위험 관련 규제가 부재해 최근 잇따른 환매중단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 작년과 올해 개방형 사모펀드의 환매중단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에서도 개방형 펀드에 대한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및 테스트 시나리오별 유동성 위험 비상계획 마련을 의무화하는 등 대책에 나섰다.  
 

규제도 물론 유동성위험을 낮추는데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 투자자들이 투자 전에 상품을 잘 살피고 투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투자 시 유동성 위험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투자자 자신의 유동성까지 위기에 빠져 연쇄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위험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투자하다가 혹시 문제가 발생하면 투자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하면서 대출금 상환이나 주택 구입 등 사전에 투자금을 활용하려고 계획했던 것들이 모두 어그러질 수 있음을 반드시 명심하자. 



권순채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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