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선생님’ 호칭이 제 주인 찾으려면

2020.08.06 11:59:23

얼마 전 구청에 볼일이 있어 간 적이 있다. 대기 번호를 받고 기다리다 호명하는 창구에 갔더니 대뜸 선생님이라고 한다. 순간 멈칫하며 어떻게 직업을 알았느냐 되물었더니 자기가 어떻게 ‘교사’인걸 알겠느냐며 통상적으로 그냥 호칭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경찰서 민원실에서도 호칭은 선생님이다. 경찰서나 관공서 심지어 행정복지센터에서도 찾아온 모든 이에게 부르는 호칭은 선생님이다. 누구나 한 번쯤 운전하다 보면 음주운전 단속에 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때 단속 경찰관이 음주측정기를 갖다 대면서 하는 말이 있다. 

 

 “선생님, 더 부세요. 더, 더, 더...”
 

이때도 호칭은 선생님이다. 다만, 이 순간 부르는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인 선생님이 아닌 잠재적 범죄자인 선생님이다. 자고로 선생님이란 먼저 태어나 삶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호칭은 대상을 인식하는 사회문화적 행위

 

호칭은 단순한 언어나 문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호칭은 대상을 인식하는 사회문화적 행위다. 호칭은 생각의 출발이고 동시에 행동의 준거다. 정확한 호칭은 대상이 지닌 고유의 모습과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일차적 수단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호칭 ‘선생님’. 예전에는 사장님이라고도 불렀다. 문의해보니 경찰서나 구청, 행정복지센터에서는 마땅한 호칭이 없어 그저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제안하고 싶다. 선생님이라는 호칭 대신 고객님, 민원인님…. 생각하면 적합한 호칭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매도인과 매수인, 가해자와 피해자, 원고인와 피고인처럼.
 

교단에서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는 사람을 불러주는 이름이 ‘선생님’이다.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했는가. 그 어려운 교대, 사대를 졸업하고 다시 임용고시에 합격해 교단에 서야 비로소 선생님 호칭을 들을 수 있다. 좋은 교사는 학생과 학과를 연결하는 그물망을 짜는, 하나의 베틀이 된다. 훌륭한 가르침은 교사의 정체성과 성실성에서 나오며 하나의 기술로 격하되지 않는다. 훌륭한 교사는 유대감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어서 학생들 스스로 하나의 세계를 엮어내는 방법을 가르친다. 이렇게 하면 가르침은 마음에 감동을 주고 마음을 열게 하며 심지어 마음을 깨뜨리기까지 한다. 비로소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선생님을 보고 학생들은 선생님의 언행과 품성에 주목할 것이다. 이것을 고려하면 선생님으로서 하는 말과 행동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도덕적이고 올바른 말과 행동을 통해 학생들도 그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역시 선생님의 본 모습이다. 훌륭한 선생은 교사가 아니라 스승이 되어야 한다. 스승은 제자에게 올바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제자는 스승의 삶의 모습에서 지혜를 얻고 스승과 함께 생활하며 그 모습을 배워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가 원하는 ‘선생님’

 

과거 어른들은 우리를 일깨웠다. 으슥한 골목길의 불량청소년들은 어른이 나타나면 흩어져 버렸다. 요즘은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성인은 많은데 우리 사회를 깨우쳐 줄 어른이 적다. 기자는 많은데 올곧은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진정한 언론인은 적다. 선생님은 많은데 제자들에게 올바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진정한 스승은 적다. 모두가 선생님 호칭을 들을 수는 있지만, 존경의 대상이 되는 스승이 아쉬울 뿐이다. 
 

코로나 19가 언제 종식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업방법도, 학교 교육도 빠른 변화를 겪고 있다. 스승의 힘은 학생의 내면에 진리를 일깨워 주는 능력에 있다. 교수 방법과 인품이 일치할 때 비로소 가장 강력하게 발휘되며 선생님의 호칭 또한 제 주인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옛날 동네 쌀가게 아저씨가, 예비군 중대장님이 출근길에 나와 존경의 마음으로 불러주었던 선생님, 교문에 들어설 때 교실 창가에 앉아 기다리던 아이들이 교문까지 뛰어나오며 불러준 선생님이 바로 우리가 원했던 선생님이다. 



전재호 한국교원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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