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학교 관리자와 교사의 인간관계

2020.06.26 10:39:20

한때 중·고등학교에서 유행하던 말에 ‘어버리’라는 말이 있었다. 교사가 빠릿빠릿하지 못하고 어리벙벙한 학생을 꾸중할 때 흔히 이 말을 썼다. “이런, 어버리 같은 놈아!”와 같이 말이다. 여기에 쓰인 ‘어버리’는 ‘어리버리’가 줄어든 말이다. 그런데 ‘어리버리’라는 말은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어리바리’가 표준어다. ‘어리바리’는 ‘정신이 또렷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어 몸을 제대로 놀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을 뜻한다. “술에 취한 듯이 어리바리 겨우 손을 내밀었다”, “낮보다도 더 자주 어리바리 잠에 빠지곤 했다” 등에서 ‘어리바리’의 의미가 잘 드러난다.

 

누구나 초보자의 시절엔 매사에 어리바리하다. 군대의 훈련병 시절을 생각해 보자. 집 떠나온 빡빡머리 장정들의 모습은 누가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었는지 가늠이 어려울 만큼 머리에서 발끝까지 똑같은 모습이다, 또한 4~5주간의 군사 기초훈련을 받는 초보 병사의 힘겨운 모습은 처연하기까지 하다. 돌이켜보아 필자도 훈련병 시절에 모든 것이 바싹 긴장된 생활의 연속이라 몸도 마음도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26개월의 복무 기간 중에 상병이 되어서는 한미야전군(CFA) 사령관인 군단장(3성 장군)으로부터 모범 사병으로 선정되어 포상 휴가까지 받을 정도로 군대 생활에 무난히 적응했었다.

 

굳이 군대 생활을 언급한 이유는 그야말로 누구나 겪는 낯선 환경에서 전혀 주목받지 못하던 사병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엘리트 사병으로 발전한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고교 교감으로 근무하고 있다. 교직 생활 32년 차에 교감 자격을 취득하였고 현재 36년 차의 교원으로 있다. 대학 동기들보다 늦은 까닭은 개인적으론 우수한 학생을 가르치는 것에 욕심이 많아 평교사로 남아 있기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직 기간 중에 도서 지역에 위치한 영재들의 과학고에 근무를 자원하여 생애 가장 만족스런 교사 생활을 했다. 그 후에도 학생 수업과 생활지도에만 익숙한 상태에서 우여곡절 끝에 합류한 관리자 생활은 쉽지 않았다. 교감 발령과 함께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학교장의 질책을 받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동료 교감들의 네트워크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조언을 들으면서 관리자의 틀을 갖추어 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항상 내면적으론 경험이 많은 학교장이 좀 더 친절하게 업무를 안내해 주고 설명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소망을 간직하기도 하였다. 그러한 마음이 바탕에 깔리니 행정 업무를 하는 부장 교사들이 업무에 다소 서툴거나 실수를 해도 전혀 질책과 큰 소리를 내기보다는 필자의 품 안으로 안아 챙기려고 노력하였다.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교감이 귀가 얇아 모든 의견을 다 수용하려고 한다”며 또 다시 질책이 내렸다. 업무에서 다소 자존심을 잃으니 자존감의 상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루어졌다. 학생들을 가르치기에만 익숙해 타인으로부터 질책을 받는 일이 거의 없던 터에 심각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빡빡이의 훈련병이 상병이 되면서 우수 사병으로 성장하듯이 이젠 업무의 감을 익히고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기도 하였다. 그럼으로써 부장 교사들을 역지사지하고 관리자로서의 철학을 갖고 여유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교사는 수업과 학생지도에 전문가라 칭하지만 여기도 경험과 훈련으로 완성되어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험은 최고의 스승이다(Experience is the best teacher)“고 말한다. 이는 나이는 저절로 먹는 것이지만 그 나이 값을 제대로 하기엔 어느 정도의 훈련과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말과 상통한다. 그래서 이미 앞서 많은 경험을 쌓아 전문가가 된 학교장과 교감은 자신의 올챙이 적 시절을 잊지 않고 부장 교사를 비롯한 모든 교사에게 업무적인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인내와 배려, 나눔, 사랑의 정신이 필요하다. 마치 교사가 학생에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교육을 하듯이 말이다.

 

앞서 언급한 필자의 관리자 철학은 ‘일보다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인내가 필요하고 또한 자신의 인격과 덕망이 축적되는 결과이기도 하다. 참고 기다리면서 지켜보면 아이들이 무럭무럭 성장하듯 성인들의 업무 능력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못 참아 인간적으로 등을 지고 권위적으로 행동한다면 이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 위험할 것이라 믿는다. 코로나19로 인해 하루하루 버티기 어려운 삶 속에서 ‘사람이 먼저다’는 격문처럼 일보다 사람을 배려하고 기다리고 인내하는 2020년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교감 hak0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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