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작은 정성, 학부모에겐 큰 감동

2020.03.05 10:30:00

3월 새 학기, 교사들에겐 가장 부담스러운 시기다. 입학식을 필두로 이어지는 각종 행사와 쏟아지는 행정업무, 아이들과의 관계 맺기부터 크고 작은 다툼에 학부모들과의 상담까지 어느 것 하나 녹녹한 게 없다. 한 손엔 교과서를 한 손엔 휴대폰을 움켜쥐고 발걸음을 재촉했던 일상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경험이다.

 

그래서일까? 교사들은 개학이 다가올수록 밤잠을 설치는 등 불안한 심리상태를 겪는다. 경력이 많고 적음과 상관없어 보인다. 심지어 개학 첫날부터 모든 일이 엉망으로 꼬여버리는 악몽에 시달린다는 교사들도 있다.

 

이번 호는 새 학기, 교사들이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적 과제를 살펴보고 그 원인과 대책을 모색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풍부한 현장성과 전문성을 갖춘 전현직 교사들의 축적된 경험치에서 비롯된 노하우를 통해 교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례를 실증적으로 들여다보고 정확한 진단과 정책적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대강의 주제는 학생들과 관계맺기, 학교폭력 대응, 교육과정 구성과 평가, 학부모 상담하기, 그리고 교권침해 대응으로 잡았다.

 

3월, 교사와 학생이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1년 학급 분위기가 좌우된다. 올해부터 학교폭력업무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됨에 따라 교사들의 업무도 달라진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순간, 뜻하지 않은 실수를 낳을 수도 있다.

 

학부모와의 첫 대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경력이 적은 교사들에게는 가장 힘든 관문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자칫 갈등이 불거지고 교권침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 것인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교육당국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해 본다.

 

 

들어가는 말

교사가 학부모를 대하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비유로 표현하자면 ‘소 닭 보듯’, ‘쥐가 고양이 보듯’, ‘고양이 쥐 보듯’ 유형이다. 소 닭 보듯 유형은 “저분들은 오늘 왜 저렇게 많이 오셨나? 할 일이 별로 없으신가 보네”하는 분들이고, 쥐가 고양이보듯 유형은 ‘두려워서 떠는 분’, 고양이 쥐 보듯 유형은 ‘신병들 모아놓은 조교같은 분’이다. 다 누군가의 ‘갑’이거나 ‘을’이거나 ‘타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학부모와 교사는 자전거의 두 바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전거길 산책을 좋아하는 필자는 여러 가지 자전거 구경을 한다. 유모차 달린 자전거나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 타는 자전거도 있고, 바퀴가 자동차 바퀴만큼 뚱뚱한 자전거도 있다. 심지어 누워서 타는 자전거까지 보았다. 하지만 외발자전거는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타기가 어려워 묘기에 가깝다보니 가끔 TV에 나올 때 보거나, 예전에는 서커스단에서나 구경했다. 교사와 학부모는 두 발 자전거의 앞바퀴와 뒷바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따르릉 따르릉 우리를 버팀목으로 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교사가 슬기롭게 대해야 하는 파트너 중에 학생, 동료와 함께 학부모가 있다. 교사가 이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서로의 소통이 원만하지 못한다면 아주 힘든 상황에 부닥치기 쉽다.

 

개학 첫날 준비

학부모 관계의 첫 단추는 3월 첫날, 아이들을 통해 보내는 담임소개서와 명함이다. 둘째는 학부모총회이고, 셋째는 학급신문 등을 통한 학부모와의 소통이다. 학부모와의 갈등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노성비(노력 대비 성과)’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가 없을 때 잘해야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해결이 손쉬운 법이다.

 

● 교사가 영업 사원도 아닌데 왜 명함을?

필자가 명함을 필수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렇다. 3월 첫날, 아이들에게 명함을 주며 부모님께 전해 드리라고 했더니, 학부모총회가 끝나고 한 분이 “담임선생님께 명함을 받으니 학부모로서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참 좋았습니다”라고 했다. 정식 명함도 아니고 종이에 칼라로 출력해 잘라서 만든 명함이 학부모에게 이런 소중한 역할을 했다니 많이 놀라웠다. 용기를 얻어 이참에 학교 근처 인쇄소에 가서 명함을 정식으로 만들었다.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개학 첫날, 아이들에게 두 장씩 나누어주고 “한 장은 본인 지갑에 넣고 한 장은 집안 어른께 가져다 드리라”고 했다.

 

● 담임소개 가정통신문

가정통신문을 연중 정기적으로 보내지는 못하더라도 첫날 담임소개 가정통신문은 꼭 준비하는 것이 좋다. 글을 잘 안 써봐서 걱정이라면 ‘가정통신문 뚝딱 만들기’ 팁을 참고하길 바란다(https://cafe.naver.com/ket21/9327).

 

가정통신문에는 학급운영 교육관, 교육활동 계획, 소식지 발행 목적, 교사의 메일과 휴대폰, 학부모총회 안내, 전화 가정방문 안내, 수시 상담을 권장하는 내용 등이 담기면 좋다. 색지에 출력해 학교 봉투가 아닌 한지 봉투를 구입해 아이 편에 보냈다. 저녁에 바로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 신뢰 구축의 첫걸음 학부모총회

보호자와 신뢰를 구축하는 첫걸음은 다름 아닌 3월 학부모총회이다. 1차 학부모총회 때는 개별 면담을 지양하고, 학부모와의 래포 형성을 목표로 한다. 커피포트와 따뜻한 차도 준비해둔다.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책상을 가운데로 마주보게 하고 책상 앞에는 미리 받은 참석통지서로 학생 이름과 보호자 성함을 함께 붙여둔다. 학부모에게 학급운영 방식 간단히 설명한 다음 돌아가면서 각자 소개와 자녀가 올해 이렇게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점과, 자녀의 장점, 학교에 대한 건의사항을 말해 달라고 한다. 그리고 발표된 내용을 수첩에 기록 하면서 적극적으로 경청하면 2차·3차 학부모총회 때 변화되는 모습을 나눌 수 있어 효과적이다.

 

● SNS를 활용한 학기 중의 일상적 소통

시험을 앞두고 학부모께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답신이 왔다.

 

감히 말하건대 ‘학부모와 소통하지 않는 것은 재앙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요즘은 군대 중대장의 제1업무는 ‘군부모와 소통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부모가 20세 넘어 군대에 간 자녀에게까지 간섭하니 이런 용어가 생긴 것 같다. 미성년자를 돌보는 담임교사와 성인을 돌보는 중대장 중 누가 더 부모와의 소통에 힘을 기울여야 할까?

송형호 前 서울천호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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