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학교 전환기 교육, 그 불안함에 대하여

2017.02.01 00:00:00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시기는 생후 첫 18개월 이후 가장 많은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이다. 발달상의 변화로 오는 신체적·정서적인 혼돈 속에서 학교에서의 생활 패턴이 달라진다. 학업 난이도가 상승하고, 학습량이 증가하며, 새로운 환경(교과별로 달라지는 교사·교과별로 이루어지는 수행평가·지필평가·교과교실제·자유학기제 등)에 대한 적응을 위해 에너지의 소모가 많아진다. 이 시기의 학생들을 만나서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다.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이랑 관계가 좋았는데 지금은 좀 먼 거 같아요.”
“공부가 걱정 돼요.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누군가 도와주면 좋겠어요.”
“수학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는 (수학에) 영어는 없었잖아요. 올라오니 a, b, x, z, y와 같이 용어가 많아서 헷갈려요. 수학에 왜 영어가 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돼요.”


보통 이러한 고민은 중학생이라면 모두가 겪고 지나가는 것이니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로 취급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도움을 받지 못해서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그리고 이 시기가 향후 중·고등학교에서의 학습에 대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시기라면 문제는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시작되는 전환기
실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학생들을 따라가면서 시기별로 특성 변화를 분석해 보았다. <그림 1>과 같이 학교급이 전환되는 시점에서 수학과 영어 교과에 대한 태도(교과에 대한 흥미·과제 가치감·학습의지) 및 학교행복감(교사관계와 학습활동에 대한 즐거움)이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첫째, 한번 낮아진 교과태도와 학교행복감은 이후에도 크게 반등하지 않는다는 점과 둘째, 실제 중학교 생활을 접하기 이전(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직후)부터 전환기 학생들의 특성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중학교에서의 첫 시험으로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자), ‘영포자?(영어를 포기하는 자)가 결정된다고 해요”라고 했던 학생과 학부모들의 인터뷰 내용과 맥락을 같이 했으며, “중학교 가면 어렵다며? 시험도 본다며? 그걸 점수로 준다며? 발표를 한다며? 성적표가 온다며? 너 중학교 가면 어려워져. 이렇게 해선 안 돼”라는 이야기를 가족들한테 가장 많이 듣는다는 학생들의 하소연을 떠올리게 했다. 전환기 학생들은 이렇듯 실제 중학생이 되기 이전부터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누군가는 이 시기를 사교육 시장의 대목이라고까지 표현한다. 학습의 불안감을 조성하여 사교육을 시작하게 되면 향후 6년간의 고객이 된다는 것이다.


사교육 시장 통해 도움 받는 학생과 학부모
중학교 1학년을 막 경험하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생들이 중학교 생활에 대해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첫 번째는 ‘시간 관리법’이었으며, 두 번째는 ‘교과목별 공부하는 방법’이었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 달라지는 환경 속에서 헐떡이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와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직 학생과 학부모는 사교육 기관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공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이 시기의 학생들을 충분히 지원하고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봐야 할 문제이다.


우선 초·중학교 학생들은 전환기를 겪지만, 초·중학교 교사에게는 전환기가 없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87.2%, 중학교 교사들의 82.9%가 상대방 학교급 교사와 교류할 기회가 전혀 없다고 응답하였다. 분수의 사칙연산은 초·중학교 수학 시간에 모두 다룸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분수의 사칙연산이 쉽지 않다. 초·중학교 교실 수업을 비교해 보니, ‘중학교에서도 또 배우게 되니까…’가 되고, 중학교에서는 ‘초등학교에서 다 배우고 왔지?’가 된다. 또한 교육과정은 연계되어 있지만, 교과서를 들여다보면 초·중학교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두 번째는 초·중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기관 자체가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발달상의 차이를 전제로 학습의 단계에 대해 배우는 교대와 교과별 전문성이 강조되는 사대는 엄연히 다른 교사를 양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문제를 크게 생각하면 끝이 없다. 어쩌면 모든 교육 시스템을 뒤흔들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아주 작은 실천에서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리 가 보는 중학교’라는 프로그램으로 초등학교 6학년 한 학급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인근 중학교를 방문했다. 수업시간에도 들어가 보고, 선배들을 만나 이야기도 해보았다. 반대로 ‘중학교 수업 맛보기’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중학교 선생님들을 초등학교에 모셔 와서 수업해달라고 부탁했다. 초등학생들의 질문이 빗발쳤다. 그리고 이 학생들이 실제 중학교 생활을 시작했을 때,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때 우리 학교에 오셨던 선생님을 보니 너무 반가웠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학교 선생님들은 “그때 초등학교에서 만났던 손 잘 들고 대답 잘했던 학생들을 다시 보니 기대가 크다”고 화답했다.


이들이 원하는 건 거창한 게 아니다
낯선 곳에 도착하여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숙소 주변의 식당 정보와 구경거리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는 자료, 그리고 언제든 나를 도와줄 것 같은 숙소 주인의 배려와 친절함이다. 전환기의 학생들이 원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낯선 장소에 첫발을 들인 학생들은 대부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주변 친구들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곁눈질하고, 자신의 행동이 너무 튀지는 않을지, 친구들은 많이 사귈 수 있을지, 매시간 바뀌는 선생님들에게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벌점이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벌점을 피할 수 있을지, 과목별로 수행평가가 많다는데 수행평가를 잘 받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전환기 학생들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선생님이 질문할 사람 손 들어보라고 해도 좀처럼 손을 들어 질문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 중학교 학생들과 인터뷰를 할 때의 일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 중간 수준의 학생, 못하는 학생 모두가 “영어 선생님이 좋아요”라고 입을 모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영어 선생님은 끝까지 가르쳐 주기 때문이란다. 무슨 의미일까? “끝까지 가르쳐 주는 게 뭔데?”라고 묻자, 학생이 답했다. “음…. 그러니까 제가 대충 알겠다고 해도 선생님은 ‘너, 사실 모르지? 이리로 와 봐. 다시 설명해 줄게’ 이러시거든요.”


전환기 학생 위한 자료, <‘중학교 생활’을 부탁해!>
2년간 수행했던 연구 기간에 비해 초·중학교 전환기 학생들이 원하는 도움이 무엇인지 쉽게 찾아졌다. 그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긍정적인 경험’, ‘겁주지 않기’, ‘친절하게 안내해주기’, ‘끝까지 가르쳐주기’였다. 그래서 학생들의 원하는 자료를 개발한 것이 <‘중학교 생활’을 부탁해!>이다. 이 자료는 초·중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의 걱정을 조사하고, 현직 초·중학교 교사들과의 협동 작업을 통해 전환기 학생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개발하였다.* 주요 내용은 <표 1>과 같다.


이 밖에도 <중학교 생활을 부탁해!>에는 수학과 영어 학습 지원 자료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다(<표 2> 참조). 


2016년 현재 세계 196개국이 지키기로 약속한 유엔아동권리협약*(1989년 11월 20일)에는 아동의 권리로 생존권·보호권·발달권·참여권을 제시하고 있다. 초·중학교 전환기 학생들을 관찰하면서 특히 이 학생들의 발달권 즉, 성장함에 있어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으며, 신체적·정신적·도덕적·사회적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종류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또한 참여권 즉,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고 있는가에 대해 살펴보는 어른들의 민감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태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수학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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