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도서] 교감으로 산다는 것

2024.04.30 08:47:49

극한 직업, 현직 교감의 생존기록

살얼음판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 교감으로 산다는 것은 살얼음판을 걷는 일이다. 조선시대 다산 정약용은 조심조심 상황을 주시하며 살았다. 그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있는 집의 이름을 여유당(與猶堂)이라고 했다. 살얼음판을 걷는다는 뜻이다. 청와대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 작가도 청와대 생활을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고 회상한다.

 

‘오늘도 무사히’란 구호는 택시 기사님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_ 『대통령의 글쓰기』, 63쪽.

 

교감의 위치가 살얼음판이다. 학교라는 곳이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사는 곳이 다 그렇지만 특히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마음 졸이는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 뒤에는 항상 학부모가 존재한다. 사건의 중심에는 늘 교감이 있다. 갈등 중재자로 때로는 사건 책임자로 살얼음판 위에 놓인다. 하루하루 무사히 퇴근하는 날은 발걸음이 가볍다.

 

교감은 말을 많이 한다. 마냥 듣기 좋은 말만 할 수 없다.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살아간다.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일도 살얼음판을 걷는 일이다. 구성원들의 자발성을 끌어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람의 본성 자체가 책임보다는 자유를 추구한다. 책무성을 강조해야 하는 교감은 잔소리꾼이 된다. 내가 생각해도 점점 잔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선생님과 관계가 좋았다가도 금방 틀어진다. 조심조심 살얼음판을 걷듯이 생활하지만 위태위태할 때가 많다.

 

교감은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교직원과의 관계에 있어서 인정받기를 바라지 않는 용기, 선생님이 해야 할 역할과 교감이 해야 할 역할을 철저히 분리할 수 있는 용기, 학교에서 분명히 나를 싫어하는 구성원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용기, 소수의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구성원 때문에 고민하지 않을 용기, 나를 수용해 주는 구성원들 중심으로 관계를 맺어갈 용기, 미움조차도 넉넉히 받겠다는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교사들이 쓴 책은 참 많다. 수업, 생활지도, 학급 운영 등 교사의 전문성을 살린 책들이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다. 반면 교감이 쓴 책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교감의 역할도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인사 업무, 민원 처리, 교육과정 운영, 중간 관리자 역할, 교육활동 보호, 조직 운영, 회의 진행, 갈등 관리 등 학교 현장에서 교감이 하는 일은 방대하고 복잡하다. 교감이 마주하는 일은 단답형 문제라기보다는 논리적 사고가 필요한 논술형 문제와 가깝다. 크고 작은 일들의 중심에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잘 기록해 두면 현장에 도움이 되는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부족하지만 그 일을 하고 싶었다.

 

기록하면 소중한 자료가 되고 역사가 된다. 전문성은 기록이 만들어낸 결과다. 교감은 교장과 교사 사이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윤활유다. 교감은 교사와 학부모 사이를 연결하는 징검다리다. 교감은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마이크다. 그런 교감의 정체성과 역할을 알리고 싶었다.

 

기록만큼 좋은 도구가 없다. 기록을 모으니 책이 되었다.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일은 기록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는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쓰기는커녕 여유롭게 책 읽을 시간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교감의 일상이다. 기록에 도전해 보았다. 교감의 시각에서 바라본 학교의 일상을 기록했다.

 

교감 역할을 하게 될 선생님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행착오의 기록이며 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쓴 기록임을 미리 말씀드린다. 자랑하는 글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던 삶의 기록이다. 편하게 읽어봐 주셨으면 한다.

 

 

이창수 강원 서부초 교감 chang1999@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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