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길 준비 돼 있는 아이들… 작은 시도 중요해

2024.04.12 13:26:32

[교실을 바꾸는 교사들]
이현길 경기 파평초 교사

학생들과 댄스 챌린지 영상 화제
유튜브 채널 ‘현길쌤의 두둠칫’

 

좋아하는 걸 즐기면서 느낀 행복

아이들에게 전해져야 의미 있어…

춤으로 소통, 학급 분위기부터 달라

시작은 ‘나만의 교육과정 만들기’

 

지난 11일 경기 파평초, 교복을 입은 중학생 열댓 명이 교정에 들어섰다. 이들이 향한 곳은 4학년 교실.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그곳에 이현길 교사가 있었다. 이 교사와 제자들은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유튜브에서 주는 실버 버튼을 함께 개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교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현길샘의 두둠칫’은 현재 구독자 10만 명을 넘어섰고, 전체 조회 수만 6800만 회에 이른다. 제자들에게 의미 있는 졸업식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 함께 춘 춤 영상을 올린 게 시작이었다. 교사와 학생들이 즐겁게 춤추고 소통하는 영상은 각종 SNS에서 인기를 끌었고, 그렇게 완성한 졸업식 영상은 ‘가슴 벅찬 졸업식’, ‘눈물의 졸업식’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4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 교사는 “2년 전, 이 아이들과 함께한 댄스 챌린지 영상 덕분에 많은 응원을 받았다.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사랑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에게 ‘춤’은 설렘이다. 유치원에 다닐 때 당시 인기 가수의 춤을 따라 추고서 받았던 칭찬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이 교사는 “‘내가 춤을 추니까 친구들과 선생님이 좋아하는구나!’ 생각하니 더 잘하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교사가 된 후 그는 춤을 교실로 가져왔다. 교육에 춤을 접목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표현활동에 주목했다. 표현활동 자체를 부끄러워하는 학생이 적지 않아 지도가 쉽지 않았다. 학생 누구나 즐겁게 표현활동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했다. ‘현길쌤표 교육과정’이다. 이 교사는 “좋아하는 것을 나만의 교육과정으로 만드는 걸 우선했다”고 설명했다.

 

“매년 춤추는 활동을 해왔어요. 왜 춤이냐고요? 제가 좋아해서요. 아이들과 함께 춤을 즐기는 과정에서 행복을 얻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교사의 행복이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럴 때 이 활동에 의미가 있죠.”

 

춤추는 교실은 활기가 넘친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할 것 없이 교사와 학생들이 어우러져 춤추고 소통한다. 특히 수업 시간에 그 진가가 나타난다. 주변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생각을 발표하고 모둠 활동을 할 때도 거리낌이 없다. 이 교사는 “춤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은 경쟁과 거리가 멀다”며 “하나의 목표를 정해 함께 이뤄나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운동 경기를 하다가도 기분 상하는 일이 생겨요. 춤은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아요. 정해진 시간 안에 동작 하나를 완성하려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해야 하죠. 춤추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꺼리는 아이가 있기 마련이에요. 그럴 땐, 아이마다 관심과 흥미에 따라 조명, 음악, 카메라를 맡깁니다. 댄스 챌린지에 없어선 안 되는 역할들이죠. 아이의 이름을 따서 별명도 붙여줘요. ‘디제이 희’ 이런 식으로요.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춤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한 것이란 걸요.”

 

그는 마음껏 교육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자신을 믿고 지지를 아끼지 않은 학부모들과 학교 구성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 교사는 “소규모 학교의 장점, 학부모님들의 응원, 동료들과 교장·교감님의 지원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면서 “교사가 좋아하는 일을 교실로 가져오려면 학생, 학부모, 관리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학교의 환경을 고려한 후 교육과 어떻게 접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춤을 배우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학교 밖에서도 ‘현길쌤표 수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었다고 했다. 이 교사는 “‘왜 아이들이 나에게 춤을 배워야 하나?’ 생각했더니 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과 교육적인 공감을 이어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전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 그 자리에 계신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싫어하지는 않을까? 고민할 겁니다. 선생님만의 교육활동을 외부에 보여주려면 학교 상황이나 주변 환경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교실에서만큼은 예외예요. 자신을 의심하지 말고 아이들과 꽁냥꽁냥 즐기면 됩니다. 아이들은 즐길 준비가 돼 있어요. 선생님과 가까워지고 싶어 해요. 작은 시도가 중요합니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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