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역사적인 실험으로 인하여 엄청난 비밀 하나가 드디어 밝혀졌습니다.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세계 교육계는 의도치 않게 대규모 실험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한때 전 세계 82% 초·중·고 학교와 대학이 동시에 문을 닫고 교육이 중단되었지요. 무척 당황스럽고 힘들었지만, 한국은 역시 우수한 교육자와 IT 인프라 덕분으로 잘 대처해 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밝혀진 비밀은 학교가 문을 닫아도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2023년도 교육혁신 최우선 과제 물론 학교가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지요. 팬데믹이 종료되어 학교가 정상화되어도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말고 혁신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2023년도 교육혁신의 최우선 과제는 두 가지 잘못을 교정하는 것입니다. 첫째 잘못은 교육이 여전히 학생들의 ‘장기 성장’보다 ‘코앞 성공’을 위한다는 점입니다. 취약성은 외면하고 잠재력을 키우는 데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잠재력과 취약성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한쪽이 커지면 양쪽 다 커집니다. 예를 들어 큰 잠재력을 지닌 영재아들이 불안증과 우울증 같은 취약성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고, 한국의 평균 학생은 세계 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최고 수준이지만…
2023-01-05 10:30이문열의 소설 사람의 아들(제5판, 2020)을 다시 읽고 있다. 젊어서 읽었던 작품이다. 여러 평가가 있겠지만, 나는 ‘단독자(單獨者)로서의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존재론적) 주제를 이렇듯 깊이 있게 다룬 작품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즉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는 문학의 영원한 주제이다. 작가는 허다한 ‘종교적 교의’를 섭렵하면서, ‘신(神)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체험하려는 인물을 내세워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는 어딘가에 있을 ‘이상적 선신(善神)’을 찾아 나서는 인간의 행로를 보여주는 방식을 취한다. 인간 존재를 탐구한다면서, 인간 자체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인간과 대척의 자리에 있는 신을 이야기한다. 너무 우회적인 수법인가? 아니다. 그만큼 인간의 존재론적 고통과 운명을 드러낼 수 있는 이야기로서 ‘신의 이야기(신을 추구하는 이야기)’가 적실하다는 것이리라. 실제로 이 소설은 ‘신(神)을 향하는(또는 다루는) 인간의 본성과 태도’를 다양하게 접근한다. 작가는 고대 지중해와 페르시아·인도·로마 등 각 지역의 문화적 배경과 연관하여 여러 신과 교의(敎義)를 지적 긴장을 수반한 스토리텔링으로 조명한다. 이 소설의 묘미는 ‘
2023-01-05 10:30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에 또 하나의 깊은 상처를 남겼다. 세월호 참사,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우리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사고들은 희생자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았던 이들에게 아직까지도 상처로 남아있다. 이러한 참사의 발생으로 국가 조직과 제도가 변화하고, 사회적 인식 전환 등이 이루어지며, 해당 부분에 대한 안전은 강조된다. 하지만 이에 더하여 사고의 교훈을 되새기고 이를 전달하는 일이 필요하다. 다중밀집지역에서 발생한 사고 대규모 군중이 집중된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는 이태원 참사 이전에도 국내외에서 여러 번 발생했다. 국내의 경우 1959년 부산공설운동장 시민위안잔치 때 3만 관중이 좁은 출구로 밀리며 67명이 압사한 사고부터, 2005년 10월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 콘서트에 5천여 명이 일시에 몰리며 11명이 숨지는 사고 등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외국에서 최근 발생한 사고로는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미나(mina)에서 열린 하즈 순례기간 중 발생한 압사사고가 있다. AP통신에 의하면 2,41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21년 11월 5일 미국 텍사스주…
2022-12-05 10:30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IB 학교 열풍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지난 6월 1일 대한민국 전역에서 치러져 17명의 교육감이 선출되었다. 이번 지방선거의 특징 중 하나는 다수의 교육감 후보들이 IB 학교 도입을 공약으로 채택했다는 점이다. 이미 IB 교육과정을 도입·운영하고 있던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이번 선거에서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미래학교 및 IB 학교의 우수 교육프로그램을 지역 내 초·중·고에 공유·확산하여 질 높은 공교육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충남형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을 도입, 수업의 질을 향상하겠다는 취지이다. IB 교육과정을 이미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는 대구시와 제주특별자치도를 제외하면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한 곳은 충남교육청일 것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경기도형 IB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앞세워 초선에 당선되었다. 경기도는 160여만 명의 학생과 4,700여 개의 학교가 있다. 앞으로 경기도교육청의 IB 교육 추진은 우리나라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IB 교육과정 도입으로 미래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3선에 성공했다. 창…
2022-12-05 10:301935년에 발표된 심훈(沈熏, 1901~1936)의 장편소설 상록수에는 ‘학교’가 등장합니다. 물론 오늘날과 같은 온전한 학교는 아닙니다. 여주인공인 전문학교 학생 채영신이 기독교 여성 연합회의 파견으로 청석골이라는 빈촌에서 문맹퇴치 활동을 하기 위해 운영하는 한글 강습소입니다. 학교 공간이 따로 없어 마을 교회에서 밤낮으로 아이들에게 한글 강습을 하고 있는데, 뜨거운 배움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분명 학교의 범주에 듭니다. 소설 속 채영신은 당시의 실재 인물 최용신을 모델로 했다고 하니 상록수 이야기는 허구로만 만든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채영신의 학교는 일제 당국에 밉보이면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일제는 교회 건물이 낡았다는 구실로 학생 인원을 제한합니다. 배움에 목마른 아이들이 이제는 학당에 들어올 수 없게 되자, 교회 학당 담벼락 뒤에서 얼굴만 마당을 향한 채 한글 문장을 울부짖듯 외치는 대목이 기억에 남습니다. 오는 아이들 다 들여서 가르치려면, 비록 초가집 흙벽돌로 짓더라도 어딘가 학교 건물을 지어야 합니다. 채영신의 학교가 필요로 하는 가장 절박한 조건입니다. 다행히 그녀의 학교는 마을 주민의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한글 강습뿐 아니라, 청년들
2022-12-05 10:30학생들을 가르치려면 학생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알아야 한다. 학생들도 배우려면 무엇을 알고 있고 모르는지를 알아야 하며, 알고 있는 것을 행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이를 알아야 하는 것은 학습의 기본적인 절차다. 의사는 환자를 진단하여 처방하고 치료과정을 보면서 완치여부를 확인한다. 하물며 병을 치료하는데도 이런 필수적 절차를 거치는데, 학생들이 무엇을 얼마만큼 알고 모르고를 왜 알아보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일제고사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평가 학부모들은 자녀가 기초학업능력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으며, 어느 능력이 뛰어나고 부족한지를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학원이나 공인되지 않은 검사결과로 자녀들의 능력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가결과는 학생이 100명 중 몇 번째에 위치하는지의 등위나 서열도 알게 할 수 있다. 이는 부수적 기능이지 주목적이 아니다. 이 기능만 강조하여 학업성취도평가를 일제고사로 비난하는 것은 학업성취도평가의 기본목적을 오도하는 것이다. 일제고사가 모든 학생이 검사를 한번 치러 버리고 마는 시험이었다면,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판단하고 학습결…
2022-11-07 10:30문해력이 최근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다. 흔히 문해력은 ‘문서화된 정보를 이해·활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혹자는 ‘남의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필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해석하는 능력이고, 나아가 ‘나는 어떤 관점을 갖고 있나’를 고민하고, 주변인과 대화하는 능력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한다(정남환, 2021). 하지만 이렇게 넓은 의미로 사용하면 문해력 저하의 원인분석이나 문해력 증진방안 제시의 초점이 흐려지므로, 이 글에서는 ‘타인의 글을 읽고 이해(필자 의도파악 및 해석 포함)하는 능력’으로 좁혀서 사용하고자 한다. 또한 성인이 아닌 청소년 문해력에 국한하여 논의하고자 하며, 따라서 갖춰야 할 문해력 수준은 학교급별 혹은 연령대별로 달라야 함도 전제로 한다. 문해력 저하의 원인별 대책 OECD가 시행하는 국제학력평가 읽기영역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2006년 1위에서 2015년 7위, 2018년 9위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교육부가 시행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보면 중학교 3학년 국어를 기준으로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2017년 2.6%, 2018년 4.4%에서 2020년 6.4%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서 문해력이 떨어지고…
2022-11-07 10:30꼭 40년 전이다. 그때 나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내 생애 처음 연구직에 발을 들여놓았다. 내가 연구소의 연구원이 된 데에는 약간의 우여(迂餘)와 곡절(曲折)이 있다. 교직에 만족하며 학생들과 잘 지내는데 선배의 권유가 나를 흔들었다. 교육방송(EBS)에서 PD를 공개채용하는데 응시해 보란다. 대학 시절, 방송에 살짝 빠져서 학점을 아래로 깔고 지냈던 나에게는 유혹이었다. 교직도 너무나 좋은데 어떡하나. 일단 시험을 치며, 마음을 다독거렸다. ‘그냥 한번 시험만 쳐 보는 거다. 합격이 되더라도 안 갈 수 있어. 불합격이면 그것도 절대 나쁘지 않아.’ 합격자 발표가 났는데, 딱 한 사람을 뽑았다. 그런데 그게 나였다. 결정을 계속 유보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조금은 불안하게, 선생에서 PD가 되었다. 당시는 교육방송이 한국교육개발원이라는 국가연구소에 속해 있었다. 연구소 분위기가 나에게 모종의 자극을 주었을까. 방송 제작일을 하면서, 나는 내게 공부와 연구가 더 필요함을 깨달았다. 나는 대학원 진학과 더불어 PD에서 다시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원이 되었다. 연구원이 되긴 했지만, 나는 ‘교육연구’를 하겠다고 일찍 뜻을 품은 교육학 전공의 친구들과는…
2022-11-07 10:30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초정권적 독립기구로, 새로운 시대에 대한 준비와 그간의 교육행정체제에 대한 반성으로 등장하였다.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국가차원의 획기적인 교육정책이 필요하며, 기존의 교육행정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항상 대통령·국회 등 정치권력에 따라 교육정책 기조가 좌우되는 경향이 있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두고는 ‘오년지소계(五年之小計)’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에 2019년 국가교육회의 주도하에 많은 공청회와 토론회를 거듭하면서 위원회 설치 법률과 시행령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법률과 시행령을 검토해보면 아직도 우리가 숙의할 쟁점이 적지 않고, 대다수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위원회 출범 시기가 미뤄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핵심 쟁점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쟁점❶ 초정권적 위원 구성? 첫째, 위원회는 초정권적인 독립기구다 보니 위원 구성을 둘러싸고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법률상 위원 구성방법은 다음과 같다.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이미 정치권에 의해 추천 또는 지명되는 인원이 15명이고, 이는 전체 위원의 7
2022-10-05 10:00윤석열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반도체산업 및 원전 개발에 집중하여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아니라 교육인적자원부로의 회귀라는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았지만, 의도와 방향은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후속 조치로 내건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 계획을 보면 과연 이것으로 충분한지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실과교과의 한 단원으로 더부살이하는 정보교육 먼저 초등의 경우 실과에 반영된 정보교육 시수는 17차시에 불과하며, 이번에 강화하겠다는 시수를 반영해도 겨우 34차시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권장사항일 뿐이다. 교과목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갑작스럽게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국민적 트라우마가 생긴 큰 사고 이후 신설된 안전과목이 대표적 예이다. 안전과목은 현재 교과도 창의적체험학습도 아닌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시수는 없는데 급하게 만들다 보니 이상한 과목이 되어버렸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바로 정보교육이다. 정보교육은 그동안 수없는 요구가 있었음에도 과목으로 인정받지 못한채 실과의 부속 단원에 놓여있다. 정보교육과 유사한 상황이 보건교육이다. 그래도 보건은 별도의 수업 및 업무담당 교원이 있고
2022-10-05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