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에서 은퇴 후 인생이모작으로 시작한 포크댄스. 지금은 어엿한 포크댄스 강사가 되었다. 나를 불러 주는 곳도 있다. 주로 재능기부이지만 출퇴근길은 행복하기만 하다. 바쁠 때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강의가 곽 잡혀있었던 적도 있었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경로당 문화교실 7개월간 운영이 끝나니 지금은 좀 여유가 있다. 현재 경기상상캠퍼스(매주 금)와 서호여경로당(매주 월), 광교2차 e편한세상 경로당(매주 수), 무봉종합사회복지관(매주 수)에서 포크댄스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주 대상이 60대부터 70대여서 동작 익히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수강생들은 실수할 적마다 하하호호 웃으며 강사와 함께 건강과 행복을 창조하고 있다. 세 곳에서는 수강생들과 간식이나 점심을 함께 하고 있다. 지금부터는 광교2차 e편한세상 경로당 이야기다. 여기서는 경로당이라는 용어 대신 시니어 숲속교실이라고 한다. 광교역 인근 광교초, 광교중 인근 아파트인데 광교산이 붙어 있다. 숲속에서 건강을 찾는 활동,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을 하면서 젊게 사시는 분들이다. 포크댄스 배우는데 어르신 모습보다 청춘 모습이 보인다. 이 아파트와의 인연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월담’이라…
2019-11-22 17:1611월 초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아침부터 힘든 날이었다. 새벽녘부터 두 살배기 딸아이가 울어서 아침을 설친 날 별거 아닌 사소한 일로 아내와 다툰 날 주차장에 삼중으로 되어 있는 이중주차를 낑낑대고 밀던 날 도로공사로 인하여 평소 30분이던 출근길이 50분으로 길어진 날 허겁지겁 교실로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우리 반의 시끌벅적한 소리 거리는 20m 앞이지만, 몸은 벌써 교실에 와있는 것 같았다. 커지는 소리만큼 에너지가 충전된 아이들과의 결전을 생각하니, 괜스레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교실 문을 열자, 아이들은 내가 없는 틈을 타, 마음껏 떠들고 있었다. “조용히 하세요!!”라고 소리를 치려는 순간 우리 반 남자아이 한 명이 쪼르르 달려와서 “선생님 어디 아파요? 선생님, 정말 보고 싶었어요!!!” 한마디를 내 품에 안기면서 해주었다. 모든 짜증과 피로감을 날려주는 한 마디였다. 아침부터 있던 불편함과 차가움이 없어지고, 몸과 마음이 따뜻함으로 가득 찼다. 나는 아이들에게 내가 받은 온기를 나누어 주고 싶었다. 우리 반 한명 한명 모두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 주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덕에, 밖은 추웠지만, 우리 반은 따뜻하였다. 만약 이 한마디가…
2019-11-18 09:4215일(금). 등굣길, 수능을 끝낸 아이들의 발걸음이 예전보다 아주 가벼워 보였다. 조회를 위해 조용히 교실 문을 열었다. 평소와 달리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어제 치른 수능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불수능이 아니기 때문일까? 아이들의 표정은 그다지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우선 아이들에게 가집계표를 나눠주고 난 뒤, 이미 발표된 정답을 확인하여 가채점을 해보도록 하였다. 일찌감치 가채점을 마친 일부 아이들은 입시 학원에서 발표한 예상 등급을 확인하며 자신이 갈 수 있는 대학을 가늠해 보기도 하였다. 수시모집에 최종 합격한 일부 아이들을 제외하고 아이들 대부분은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왔다며 만족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아이들이 느끼는 수능 체감은 각각 달랐고 희비 또한 엇갈렸다. 우선 수시모집 최저 학력이 있는 아이들의 예상 등급이 궁금했다. 아이들 대부분이 수능 최저를 맞춰 남아있는 대학별 고사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반면, 최저를 맞추지 못한 아이들은 앞으로 있을 대학별 고사(면접, 논술, 적성 등)가 무의미해졌다며 낙담하기도 했다. 모의고사 때보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는 한 아이는 2교시 수학에서 고친 문제가 다 틀렸다며 순간의 판단을…
2019-11-18 09:4114일(목요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 새벽 6시.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대충 씻은 뒤,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 밖은 아직 어두웠고 생각보다 날씨가 쌀쌀했다. 시험에 임하는 아이들의 체감 온도는 이보다 더 춥지 않을까 싶었다. 7시. 학급 아이들이 배정된 고사장에 도착했다. 수험생 입실 시간까지 다소 이른 감이 있었으나 고사장 앞은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해 각급 학교에서 나온 선생님과 재학생들이 일찌감치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고사장 주변 여기저기에는 수험생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7시 30분. 갑자기 몰려든 수험생들로 고사장 앞은 다소 혼란스러웠다. 담임 선생님은 고사장에 도착한 수험생들에게 학교에서 준비한 수능 떡과 음료수를 챙겨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수험생들이 속속 고사장에 도착하자, 후배들의 응원 소리가 최고조로 달했다. 한 학부모는 한참 동안 아이를 꼭 껴안아 주며 마지막까지 긴장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고사장 안쪽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아마도 그건, 탈 없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
2019-11-14 14:01얼마 전 교직선배이자 방송대 동기에게 내 근황을 카카오톡으로 보낸 일이 있었다. 사진 3장과 함께 보냈다. 제목은 ‘포크댄스 전도사 무슨 일하나?’ 은퇴 후 요즘 내가 하는 일을 이야기한 것. 내용으로는 포크댄스 책자 발간 보급, 초등학교에 포크댄스 보급, 노인복지주택에 실버댄스 2차 공개강좌. 모두 내가 자진해서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일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빠지는 것은 행복하다. 포크댄스 책자를 펴낸 이유는 수강생이 배운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론적으로도 수준높이기에 도움을 주려고 책자를 편집하여 발간한 것이다. 초등학교 대상 포크댄스 보급은 '주민과 함께 하는 포크댄스 한마당'에서 '주민'에 '서호초 어린이'를 넣은 것. 수강생은 배운 것 적용기회도 되고, 교육과정을 통해 포크댄스를 전파하려는 것, 공개강좌는 동아리 모집 사전 단계로 ‘신중년 청춘을 찾다’ 프로그램이다. 답장이 바로 왔다. ‘포크댄스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격려다. 간단한 답신을 보내드렸다.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를 실천합니다‘. 헉, 내 스스로 미쳤다고 자인한 것이다. ‘미쳐야 미친다’는 말, 자주 쓰지 않는다. 지금이 두 번쨰다. 첫 번째는 경기도교육청 월간지 ‘희…
2019-10-24 10:5110월이 접어들자, 대학별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합격 여부에 따라 아이들의 희비도 엇갈린다. 합격한 아이들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반면 합격하지 못한 아이들은 풀이 죽어 다닌다. 그러다 보니 합격자 발표가 있는 날은 아이들 못지않게 담임 또한 잔뜩 긴장하게 된다. 특히 정시보다 수시에 올인한 아이들의 불합격은 그 실망감이 더욱 크다. 사실 학급의 모든 아이가 최종 대학에 합격할 때까지 3학년 담임의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요즘 들어 담임의 또 하나의 고민은 수시모집에 최종 합격한 아이들의 관리이다. 사실 수시모집에 최종 합격한 아이들은 앞으로 있을 대수능과 3학년 마지막 기말고사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입시로부터 일찍 찾아온 해방감에 들뜬 아이들의 일탈을 예방하는 것도 담임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일부 아이들의 일탈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내심 걱정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아무런 동요 없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며 학교생활을 잘해 주는 아이들이 담임으로서 고마울 따름이다. 월요일 아침. 교실 문을 열자, 여는 때와 마찬가지로 교실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아이들은 부족한 수면을…
2019-10-23 17:35교직에서 은퇴 후 제2인생 포크댄스 강사로 뛰고 있는 리포터다. 학습 대상은 주로 신중년이지만 포크댄스는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다. 올해 강사가 주로 활동한 장소는 경기상상캠퍼스, 벌터문화마을, 무봉사회복지관, 일월공원, 경로당 5곳 등이다. 대상은 50대에서부터 80대까지이다. 주 대상자는 60대이다. 강사에게도 품격이 있을까? 물론 있다. 강사 복장에서부터 수강생 사로잡기, 품위 있는 언어와 음색, 표정, 교재연구의 깊이, 수업 자료 준비와 전달력, 재미와 유용성, 눈높이, 중간 피드백과 마무리, 시간 지키기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교직경험을 떠올려 보니 강의 내용은 별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고 강의 외적인 것이 기억에 남는다. 교감 자격연수 때다. 강사들이 모두 정장차림이다. 날씨가 더워 양복 상의를 벗고자 할 때는 수강생의 양해를 얻어 벗는다. 국어과 선배 지인 한 분이 강사로 왔는데 남방차림이었다. 최신 유행 옷도 아니고 평상복이다. 강의 내용은 둘째 치고 강사가 왜소하고 초라하게 보였다. 강사는 수강생의 입장을 생각하고 스스로의 품격을 유지하고 더위도 참아낼 수 있는 인내심도 필요한 것이었다. 요즘 내가 강사로서 신경을 쓰는 것은…
2019-10-23 17:31우리에게 ‘맹자’하면 함께 떠오르는 단어들이 참 많다. 그중에는 논어, 성선설, 인의예지, 삼강오륜과 같이 익숙하지만 다소 어려운 말들도 있다. 또 이런 것들이 과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맹자를 읽게 되면 그의 사상이 수많은 선인들과 지금의 지식인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금세 알 수 있으며, 또 중국 문화 형성에도 지대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에만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가 하나 있는데, 바로 글공부만 한 선비가 권력의 핵심이 된다는 것이다. 전 세계는 일반적으로 무력을 가진 집단이 중심이 되고 때와 상황에 따라서 성직자 계층이 최상위층을 차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바로 옆 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사무라이’라고 하는 무를 상징하는 집단이 권력의 핵심인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선비가 권력의 핵심이 될 수 있었을까?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맹자의 첫 구절 ‘양혜왕’ 편 첫 문장을 보면 알 수 있다. 맹자와 양혜왕이 만나자 양혜왕이 맹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노인께서는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오셨으니 과인의 나라에 무슨 이득이…
2019-10-22 13:05일이 있어 잠시 경주엘 다녀왔습니다. 천년고도 반월성 옛터에는 한복으로 단장한 고운 소녀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행복한 웃음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평화로운 모습에 신라의 호국 승려 충담사가 지은 ‘안민가(安民歌)’가 생각났습니다. 충담스님께서 바라시던 ‘평화로운 신라의 모습’이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 경덕왕 재위 24년에 오악삼산의 신들이 때때로 궁전 뜰에 나타나 왕을 모시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어느 해 3월 삼짇날에 왕이 귀정문 문루에 납시어 좌우의 신하들에게 말하기를 “누가 길에 나가서 영복한 스님을 만나서 한 분을 모시고 오겠느냐?”고 하니 마침 위풍이 정결한 스님이 지나가기에 모셔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왕은 “내가 말한 영복한 스님이 아니다.”하고 돌려보냈고 다시 한 스님이 누더기를 입고 앵통을 짊어지고 남쪽으로부터 오고 있으니 왕이 문루에 나가 기쁘게 맞이하였습니다. 왕이 “당신은 누구십니까?”하고 물으니 그는 “충담(忠談)입니다.”하였습니다. 기파랑을 기려서 사뇌가를 지은 고명한 충담 스님께 왕이 말하기를 “짐을 위해 백성을 편안하게 다스리는 노래를 지어주십시오.”하니 충담사는 노래를 지어 바쳤다고 합니다. 임금은 아버지여
2019-10-16 09:36포크댄스 강사인 리포터의 전력은 초·중학교 교사다. 교육경력만 39년이다. 교사들이 가장 꺼려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공개수업이다. 동료교사와 교감, 교장을 참관대상으로 하는 수업은 가능하면 피하려 든다. 준비하는데 힘이 들고 자신의 교수력이 그대로 드러나므로 하지 않으려 한다. 대부분 동교과에서 초임교사나 전입교사가 마지못해 신고식처럼 하는 경우가 많다. 리포터의 경우, 교사들이 꺼려하는 공개수업을 자진하여 한 적이 많다. 힘들고 어렵지만 교사로서의 자기발전을 가져 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어느 해에는 장학지도를 포함해 다섯 차례까지 공개수업을 한 적이 있다. 그 덕분일까? 초교 근무 때는 수업실기대회 수상 경력도 있다. 실제 수업 아이디어를 짜내면 학생 눈높이에 맞게 재미있게 수업을 하고 학습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고 한다. 은퇴한 내가 공개수업을 했다면? 포크댄스 강사로서 노인복지주택 카페테리아에서 공개강좌를 한 것이다. 노인복지주택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만들기 전에 수강생 모으기 홍보작전을 펼친 것. 초보자 대상 포크댄스 맛보기 체험이다. 포크댄스는 몸으로 직접 체험해 보아야만 재미의 진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2019-10-16 0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