섶다리는 원래 강 이쪽 사람과 저쪽 사람이 각각 다리를 세워오다가 강 중간에서 만나게 되는데, 당연히 그때가 가장 힘들다. 상대방의 방향과 속도를 헤아려 서로를 맞춰가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정지의 순간도 갖고, 또 어떤 순간에는 제 속력을 잠시 늦추기도 할 때, 적을 형제로 만들 수 있다. 그 속에 이해와 공감은 기본일 것이다. 지금 우리 교육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신은 그러한 섶다리의 사랑이 아닐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의 파견교사로 근무하게 된 올해 ‘찾아가는 고교방문 진로‧진학설명회’로 이미 많은 학교를 방문했다. 하루 간격으로 철원, 완도, 상주, 부산을 차례로 오가기도 했다. 700명이 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고3 전체 학생을 모았지만 10명이 되지 않는 때도 있었다. 학교의 모습이 제각각인 만큼 학생들이 내보이는 진로의 무늬도 저마다 놓인 환경과 성장의 속도에 따라 다양했다. 불안감 속 스스로 꿈 키우는 아이들 여러 말들이 오가지만 1시간 동안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간단하다. ‘어른들이 정해놓은 성공방식’을 따르지 말자는 것이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고등학생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안
2023-06-05 09:10선생님에게 옆 반 선생님은 어떤 의미인가요? 경쟁자인가요, 협력자인가요. 오늘은 ‘동료 교사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때때로 돋보이고 싶어 하는 교사들이 있습니다. 내가 제일 잘하고 싶고 학부모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인기 만점인 교사가 되고 싶어 하지요. 우리 반만 하는 것. 우리 반만 특별히 더 하는 것들을 선호하는 분이 있습니다. 교사별 교육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혼자만 돋보이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때가 있지요. 학습지를 다른 선생님과 공유하면 어떨까요? 학습지를 인쇄할 때 옆 반 것도 챙기면 어떨까요? 동료를 경쟁자라고 생각한다면 교직 생활 내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교원평가를 스스로 상대평가로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서로 더 힘들어지는 지름길이랄까요. 함께 나아가는 협력자 제게는 옆 반 선생님이 늘 협력자였습니다. 제가 부장을 맡았을 때도, 아닐 때도 옆 반 선생님의 역할은 무척 컸습니다. 부장을 맡지 않았을 때는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학년 부장 선생님을 중심으로 같은 학년이 함께 나아가면 큰 민원이 생기지 않았어요. 모든 반이 상향 평준화할 때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최고였습니다. ‘튀지 마’, ‘하지 마’보다 ‘우리
2023-06-05 09:08직업계고는 산업화 시대에 필요한 기술 인력을 양성함으로써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직업계고는 낮은 선호를 넘어 존폐 위기에 처했다. 신산업‧신기술의 등장과 기술의 고도화, 높은 대학 진학률, 열악한 고졸 취업 환경 등은 직업계고 선호도를 떨어뜨렸다. 여기에 잦은 학과 개편, 낮은 학생 충원율, 기초학력 부족 학생 지도의 어려움 등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산업 변화와 수요에 부응하는 직업교육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고, 선취업 후 진학, 고졸 채용 확대 등 취업 지원 정책도 추진했다. 직업계고 또한 생존을 위해 학과 개편, 학생정원 감축, 학교명 변경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직업계고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효과를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존폐 위기 직업교육 살리기 위한 현장 의견 정책에 반영‧추진 시급 정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직업계고 정책 방향이 산업화 시대의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를 좌우할 신산업‧신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지식과 역량을 가진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고도의 기술 전문성을 가진 인재가 될…
2023-05-22 09:10경기교육은 ‘학생들이 기본 인성과 기초 역량을 갖춘 미래인재로 성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학생들이 자율과 미래를 기본으로 균형 있는 사고를 갖추고,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율, 균형, 미래를 교육의 3대 정책 기조로 삼고 있다. 특히 에듀테크를 활용한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과 지역교육 협력을 통한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은 경기교육 목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교의 요구, 지역사회의 여건과 환경, 특색을 고려해 학생에게 학습 선택권을 줄 때 가능하다. 무엇보다 단위학교가 교육과정 운영의 지역화, 다양화, 특성화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최적화된 학습의 선택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통합교육지원청 한계 드러나 하지만 경기도내 31개 시‧군의 현실이 다름에도 6개 교육지원청이 통합 시‧군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자치가 시작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통합 시‧군교육지원청 운영은 지역교육협력을 통한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2019년부터 통합교육지원청 미분리에 따른 대책으로 설치 운영 중인 교육지원센터는 운영 규모가 작고, 한정
2023-05-22 09:10‘온고지신’. 교육을 가장 잘 대변하는 한자 성어가 아닌가 생각한다. 교사로서 늘 새로운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고, 또 그것으로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고 그들 또한 새로운 것을 도전하기를 바란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학창 시절 은사님들이 먼저 생각나지만, 나는 어떤 스승이 될 것인가를 고민한다. 지금은 연차가 쌓여서 생활 지도뿐 아니라 교육 방법에서도 노련해졌다. 그럼에도 교육환경 변화에 맞춰 새로운 도구를익히고 변화에 뒤쳐지지 않고 먼저 나아가려한다. 마음만은 아직 청년이라서가 아닐까. 묵묵히 현장 지키는 자랑스러운 동료들 요즘은 감동적 글귀를 봐도,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오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벌써 갱년기가 다가오는 것 같아 마음이 가라앉는다. 학기 초 학생들에게 학생 상담을 하면서 ‘오늘은 반드시 너희에게 감동을 줄거야’하며 맘먹어도 매번 먼저 눈물이 터진다. 학생들은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원래 눈물의 장벽이 매우 낮아서 그런 것 같다. ‘매일 늘 처음처럼’. 너무 지당한 말이지만 늘 자기를 연마하고 다독이며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 우리 교사들은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주며 다듬어주는 교사로서의 사명으로 보이는 곳에서나 보이지 않는…
2023-05-22 09:10누가 책을 읽어주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읽어줄 수 있는 사람이 읽어주면 된다’입니다. 누가 됐던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사람이 읽어주면 됩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읽어주시면 되고, 가정에서는 엄마가 읽어주시면 됩니다. 집에선 부모, 학교에선 교사가 하지만 아직 가라앉지 않은 주장과 논란이 있습니다. ‘아빠가 읽어주면 좋다’는 것입니다. 한 20~30년 전에 아빠의 목소리를 확대해서 태아에게 들려주는 기계 장치에 대한 신문 광고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아빠의 목소리가 엄마의 심장 박동 소리와 비슷해서 태아가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 장치를 이용해서 책을 읽어주라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임신 후반기 엄마의 배에 그 장치를 대고 행복한 표정으로 태아에게 말하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었습니다. 많이 팔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아직 제가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남을 정도로 신기하게 봤습니다. 태아에게 책을 읽어주라는 것도, 아빠의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다는 설명도 신기한 일이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내용들이 과학적인 사실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엄마(여자)들은 책을 읽어줄 때는 사실과 관련된 질문을 하는 경향이 있…
2023-05-18 16:36교총의 법적 교섭에 큰 힘이 실렸다. 지난 15일 교원지위향상법에 따른 중앙교원지위향상심의회(중교심) 위원 7명을 위촉한 것이다. 전문직 교원단체의 ‘교섭에 관한 사항’ 일체에 대해 심의하는 법정 기구가 실질적으로 가동된 것은 첫 교섭이 이뤄진 이래 30년 만이다. 위원은 법에 따라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가 위원장 1인을 포함해 교총 추천 위원 3명과 교육부 추천 3명을 위촉했다. 총리가 위촉한다는 것은 그만큼 교총 교섭의 법적 실효성과 구속력을 범정부 차원에서 담보하겠다는 강한 의미다. 중교심의 위상과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 어느 일방이 교섭을 해태하거나 태만할 경우, 중교심을 통해 강한 이행을 권고하고,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일종의 중앙노동위원회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1992년 교총과 교육부의 첫 교섭 이후 총 31회 단체교섭 합의가 있었지만 중교심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법이 제정된 당시와 이후에도 교육부는 법적 교섭 합의 이행에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를 소상히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상호간 신뢰가 밑바탕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섭이 거듭되며, 합의 사항에 대한 교육부 이행이 형식화됐다. 이는 교원노조법과 마찬가지
2023-05-15 09:10올해 스승의 날을 맞아 교총은 두 가지 유의미한 결과를 발표했다. ‘2022 교권 실적보고서’와 ‘스승의 날 기념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다. 두 자료에서 심각한 교권 추락 현실과 교원사기 저하가 확인된다. 6년 만에 교권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했고, 학부모에 의한 침해가 1위로 나타났다. 현장은 학폭 처리나 수업 방해 제지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민원 제기와 무차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받고 있다. 제자 사랑과 열정은 사라지고 무탈만 바라는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2006년 67.8%에 달하던 교직 만족도가 올해 23.6%로 역대 최저로 나타났다.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겠다’는 비율도 겨우 20%에 머물렀다. 교사들은 스승의 날을 맞아 가장 되고 싶은 교사상으로 ‘학생을 믿어주고 잘 소통하는 선생님’을 매년 꼽는다. 그러나 정작 믿어줘야 할 학생, 학부모는 툭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를 한다. 안타까운 실정이다. 마음 떠난 교사가 교실에서 제자 사랑 실천과 수업 혁신이 가능한가? 정부와 정치권, 나아가 사회가 교실 현실에 집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것을 해결해야 한다. 아동학대 가해자로 경찰서와 검찰에서 조사받는 교사가 늘고 있다.
2023-05-15 09:10우리의 날인 스승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 모든 선생님께 축하를 드립니다. 코로나가 가져온 비대면 원격교육 상황 앞에서 지난 3년간 선생님들이 겪었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제자들의 교육결손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힘을 모았습니다. 서로에게 배워가며 원격교육 기술을 습득하고, 아침이면 제자에게 일일이 전화해 깨워가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수업결손이 훨씬 적은 학교를 만들어 냈습니다. 삶이 힘든 학부모와 사회의 좌절감과 분노가 때로는 여과 없이 교실로 밀려 들어와 좌절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고통을 잘 알기에 묵묵히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나니 그동안 길러지지 못한 사회성과 소통능력 때문에 자주 충돌하고, 기초학력 부진으로 인해 수업마저 따라가기 힘들어하는 제자들 앞에서 무기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를 필요로 하는, 내 존재 이유인 학생들 앞에서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곤 합니다. 교사의 업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하루 결근하게 된 초등 2학년 담임이 보결로 들어올 기간제 선생님께 제공한 하루 일정과 각 시점에서 해야 할 상세한 목록을 공유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하루 동안…
2023-05-15 09:10챗GPT의 등장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포레스터 리서치는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한다고 분석했다. 에듀테크 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 교육 현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핵심 기술은 AI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클라우드 기반 AI를 활용해 학생 교육과 교사의 행정 업무를 혁신한 사례가 많다. 다양한 에듀테크 저변 넓어져 교사들이 만든 브라질의 고마이닝은 AI와 데이터 마이닝으로 텍스트 평가와 수정을 분석하고 자동화해 개인화된 피드백과 교사 업무 시간 절감을 실현했다. 교육 기관에서 제공한 자료를 기반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과제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방법도 제시한다. 산타 토익으로 유명한 뤼이드 튜터는 학습 자료 제작과 평가 시간을 줄여 교사들이 학생에 더 집중하게 돕고, 중도 탈락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감지해 참여도를 높이는 학습 콘텐츠도 추천한다. 우리나라도 다양한 에듀테크 사업이 진행 중이다. 국내 기업인 투비유니콘은 AI를 활용해 학생 개개인의 맞춤형 진로 상담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활동 기록을 남기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사들이 NEIS에 학생 활동을 기록할 때 금지 단어,…
2023-05-15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