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아이러니, 결핍동기 52세 때 그는 지나친 격무로 말미암아 완전히 실명하고 사랑하던 아내도 잃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에 의해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가 감옥에서 실의에 빠져 탄식하다가 죽게 될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불행과 역경을 이겨내고 50이 넘은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하여 그로부터 15년 후인 65세에 불후의 명작인 실락원을 저술하였다. 그가 바로 세익스피어에 버금가는 영국의 대시인 '존 밀턴'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 정말 비참한 일은 앞을 못 보게 된 것이 아닙니다. 정말 비참한 것은 앞을 못 보는 환경을 이겨낼 수 없다고 낙담하며 그냥 주저앉는 것입니다. -이대희 지음 1%의 가능성을 희망으로 바꾼 사람들 165~166쪽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려도, 세상이 나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가도 마지막까지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고 견딜 수 있다면 마지막에 웃는 자가 될 수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세상의 중심에 자신을 두고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자전하는 지구처림, 펄떡이는 심장처럼 뛰어서 고난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감동을 준다.
2022-10-03 18:43똑똑하다의 한자 총“聰”은 왼쪽의 “耳” (귀), 오른쪽 점 두 개에 입(口)하나, 마음(心) 하나로 조합 귀로 듣고, 두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고 또 마음으로 느끼라는 것이니 한자의 기막힌 상형이 놀랍다. 聰明의 현대적 의미를 소개하면, 위키낱말사전에는 '기억력이 뛰어나고 똑똑함', daum 국어사전에는 '영리하고 기억력이 좋으며 재주가 있음'으로 풀이하고 있다. 총명에 대한 사전적 풀이로만 본다면 이는 다분히 어른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그러니 사람으로 태어난 이 세상의 모든 인간은 총명해지도록 평생 공부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학교교육이 끝나면 책을 던져버리고 사는 보통의 우리들의 모습. 세상에서 벌어지는 그 많은 사건들의 배후에는 배움을 멀리 하고 스스로를 가꾸는 삶을 잊은 데 있으니. 사람은 모르고 저지르는 잘못보다 알면서도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일이 더 많다. 지행합일의 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비약해서 말하면 인간 교육에 들인 비용의 가성비는 엄청나게 낮다. 때로는 최고 학력으로 지식을 자랑하는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의 수법이 잔인하거나 천문학적임을 생각하면 교육무용론이 나올 만도 하다. 우스갯소리로 천재는 '천하에 재수 없는
2022-09-28 11:43필자의 취미는 ‘드라마 몰아보기’다. 머리의 휴식이 필요할 때 널직한 소파에 누워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몸을 움직여 풀어주고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이틀은 연속적으로 볼 수 있다. 심장에 무리가 될 수도 있으며, 신체의 머리는 아플 수는 있으나, 남이 공들여 만든 작품을 그저 보기만 해도 되므로 정신의 머릿속은 힐링 그 자체이다. 최근에 몰입하여 시청한 드라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다. ‘였다’가 아니고 ‘이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네 번을 보았음에도 여전히 음악은 누가 담당했나, 자폐아에 대한 조언은 누구로부터 들었을까 등등 배우에서부터 음악, 해외의 반응까지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아 더 샅샅이 뒤져보며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재미있다는 추천을 들었을 때 또 정의 타령하는 ‘변호사겠지’ 하며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너나 잘하세요’의 삐딱한 심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그저 옆에 앉아있었던 사람 등등이 재미있다고 했고 머리 식힐 일이 생겼으므로 다시 소파에 앉았다. 깊이있는 내용을 어쩌면 저렇게 동화처럼 풀어냈을까. 배우들은 또 어쩌면 저렇게 연기를 잘할까.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고래에 대한 관심유도를 위한 작가와…
2022-09-22 10:06"고래사냥법 중 가장 유명한 건 새끼부터 죽이기야. 연약한 새끼에게 작살을 던져 새끼가 고통스러워하며 주위를 맴돌면 어미는 절대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대. 아파하는 새끼를 버리지 못하는 거야. 그 때 최종 표적인 어미를 향해 두 번째 작살을 던지는 거지. 고래들은 지능이 높아. 새끼를 버리지 않으면 자기도 죽는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래도 끝까지 버리지 않아. 만약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도 날 안 버렸을까?"-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중에서 최근에 끝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대본 중에서 가장 감동을 받은대목이다. 차기 작품은 2024년에 방영된다는 기사를 보고 반가웠다. 따뜻하고 인간미가 넘치면서도 사회 문제를 직접 다룬 점도 매우 좋은 드라마였다. 사랑과 눈물이 있는 점도 좋고, 폭력적이지 않은 점, 불륜을 다루지 않은 점, 가족 드라마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맑은 대사들이 마음에 들었다.회차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고래가 등장하는 것도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아서 좋았다. 나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는 게 괴로워서 되도록이면 멀리 하는 편이다. 그 대신 감동을 안겨주거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음악 방송,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세계 여행 코너는 즐겨본다. 감동을 안
2022-09-19 13:44요즈음 나의 배움의 대상은 우리 집 반려묘다.조용하고 단순하게,느리게 사는 모습은 녀석의 전생이 수도승이 아닌지.나는 녀석을 기르며 인간은 평생 동안 공부를 해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는다.그만큼 불완전하게 태어난 존재라는 뜻이다.내 곁에서 존재만으로도 사랑을 듬뿍 받고 사는 우리 집 고양이에 비하면 그렇다.녀석은 생이지지(生而知之:태어나면서 아는 자)로 사는 게 분명해 보인다.녀석들은 가정교육을 하는 것도,고양이 학교도 다니지 않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세상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평생을 배워도 생이지지의 단계에 이르는 사람이몇이나 될까?배워서 아는 자(學而知之학이지지)가 되면 최상의 복을 받은 사람일 것이요,곤란을 겪으면서 배우는 자(困而知之곤이지지)라도 되면 그야말로 다행이다.불행하게도 인간 세상에는 곤란을 겪으면서도 배우지 않는 자(困而不學곤이불학)가 넘쳐나서 세상을 놀라게 한다.그러니 인간은 가장 손길이 많이 가는,비용이 많이 드는 존재가 아니던가.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들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그의 조상으로부터 유전된 형질을 바탕으로 약간의 적응 과정만으로도 불편함 없이 잘 살고 있으니,그들은 생존에 필요한 최저 수준으로 세상을 어지럽히지 않
2022-09-14 16:28우리의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보편적인 기대는 과거를 잊고 새로운 정치, 민생을 위해 일하는 국회를 바라는 것이다.하지만 이는 매번 좌절되고 절망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도 초반부터 ‘제 버릇 개 못 준다’ 하듯이 과거의 기억만 들추어내면서 국민으로 하여금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실망으로 가득 찬 채 희망 고문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 이외의 우리의 다른 문화는 어떤가? 2년 전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의 기고문을 다시 인용해 본다. “사십 년 가까이 한국에 살면서 한국을 예리하게 관찰해온 영국인 기자 마이클 브린은 『한국, 한국인』에서 지난 오십 년간 우리가 경제발전 기적과 정치 민주화 기적을 이룩한 유일한 국가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 질문한다. 이제 한국에서 제3의 기적이 가능할까. (…) 마이클 브린은 외국에서 깜짝 놀랄 한국의 제3의 기적은 ‘문화’가 될 것으로 본다. (…) K-Pop, K-드라마뿐 아니라 K-뷰티를 넘어 예술적 감각이 내재된 가전제품, 스마트폰, 조직문화, 교육의 탁월함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한국 의료체계 및 의료인들의 우수성과 헌신이 또 다시…
2022-09-14 16:19메이슨 커리는 2013년 세계적으로 저명한 예술가들의 일상을 담은 『리추얼(Daily Rituals)』이란 책을 발간했다. 원래 ‘리추얼’은 ‘의식(儀式)’을 의미하는 단어로, 하루를 마치 종교적 의례처럼 여기는 엄격한 태도이자, 일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용한 도구,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반복적 행위이다. 하지만 엄숙한 의미를 지닌 뜻과는 달리 ‘개인의 삶에서 규칙적으로 행하는 습관적인 일’이라는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 책은 토마스 홉스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지난 400년간 가장 위대한 창조자들로 손꼽히는 161명의 완벽한 하루에서 찾아낸 결정적 리추얼들을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대여섯 시간을 집필 관련 일을 하고 오후에는 달리기나 수영을 하며 저녁 9시에 잠들었다고 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매일 아침 한 시간 정도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고 한다. 칸트는 매일 정확한 일정 시간에 동네를 산책하여 이웃 사람들이 그를 보고 시계를 맞출 정도로 사색을 즐겼다고 한다. 그 밖에 소설가, 시인, 극작가, 화가, 철학자, 영화감독, 과학자들이 창작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2022-09-07 16:50“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이뿐이 곱뿐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달려라 고향 열차 설레인 가슴안고 눈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나의 고향역...” 이 노래는 수십 년 전 가수 나훈아가 불려왔던 고향역 가사이다. 추석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노랫말의 여운이 시골 간이역에 피어있는 코스모스 물결을 떠올리며 추억의 애잔함을 몰고 온다. 완행열차가 다니는 간이역, 철로 이음매에 부딪히는 철커덩거림이 빨라질수록 마음은 벌써 흙먼지 날리는 신작로를 지나 어머니가 기다리시는 고향집 동구밖에 선다. 이런 설렘과 기다림은 아마 50대를 넘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정서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변했다. 세월이 흘러 고향에는 이뿐이도 곱뿐이도 사라진 지 오래며, 고속철도로 간이역은 없어지고 예전처럼 눈물겹도록 반겨줄 사람은 모두 떠나고 없다. 더구나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에게 코스모스 핀 가을길과 추석에 대한 정서를 살펴본다는 것은 장마철 잉크 빛 가을 하늘을 그리워하는 모양새다. 가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은 코스모스이다. 꽃말은 소녀의 순정이다. 코스모스 하면 어릴 적 가을 운동회를 앞두고 청군 백군으로 나누어 연습한 기억이 새롭다. 학교에 오갈 때 동무
2022-08-31 20:52일찍이 스피노자는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고 했다. 짐작컨데 나무 심기는 세상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인 것 같다.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20년 전에 근무하던 학교를 들렀다. 식목일에 학교 울타리를 따라 걷다보니 나무를 심었던 곳에 다달았다. 당시 한 그루, 한 그루의 작은 묘목들이 제법 자라 이제는 필자의 키를 훌쩍 넘었다. 학생들과 함께 심었던 나무들이 무럭무럭 성장한 모습에 순간 감개무량했다. 프랑스 소설가 장 지오노가 말년에 쓴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작품이 있다. 불과 4000여 단어로 이뤄진 짤막한 글이다. 앙드레 말로가 20세기 프랑스 대표 작가 3인 중 하나로 꼽았고, 헨리 밀러 역시 “장 지오노는 프랑스와도 바꿀 수 없는 작가”라며 그의 문학성과 평화주의, 인류애를 칭송했다. 이 책은 ‘나’라는 사람을 통해서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주인공의 고독하지만 위대한 삶을 다뤘다. 잠시 책 속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가려고 한 곳에 이르자 그는 땅에 쇠막대기를 박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구멍을 파고는 그 안에 도토리를 심고 다시 덮었다. 그는 떡갈나무를 심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그의 땅이냐고 물었다
2022-08-24 16:14교육부가 이르면 2025학년도에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존치를 포함한 새로운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전면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 정부가 지난 정부의 ‘2025 자사고 폐지 및 일반고 전환 정책’을 변경해, 자사고 존치, 외국어고(외고) 폐지로 가닥을 잡은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다. 당시 발표된 새 정부 업무계획에서는 부실 자사고 정비, 지역우수거점학교 운영, 융복합 인재양성 기관으로 역할 전환 등 기존 자사고 부작용 보완방안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기존 자사고의 병폐이자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등록금 과다, 사교육 심화, 고교서열화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방안'도 사회적 의견 수렴 과정에서 고려할 요소로 꼽았다. 최근 교육부는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설명 자료에서 연내 자사고 존치, 외고 폐지를 포함한 시안을 마련하고 향후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2024학년도에 시범 운영하고, 2025학년도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발표된 고교체제 개편 추진 방향과 일정이 그대로 확정돼 적용될 경우, 현재 중학교 제1학년 학생들은 물론 중학교 제2학년 학생들에게까지 새로운 입시로 큰 부담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교육부는…
2022-08-16 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