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가서 삼겹살 판매대 앞에서 고민했어요. 미국산 냉장 삼겹살 가격이 너무 올랐거든요. 작년에는 100g에 1299원이면 샀는데, 요즘에는 1499원이 넘어요. 100g씩으로는 고작 400원 차이지만 5kg짜리 덩어리로 따지면 1만 원이 넘게 차이가 나요. 비율로 따지면 15%나 오른 셈이에요. 너무 오른 가격에 냉장 삼겹살을 포기하고 네덜란드산 냉동 삼겹살을 카트에 담았어요. 냉장보다 훨씬 싸니까요. 음식 재료 가격도 많이 올랐지만, 식당에서 밥을 사먹는 가격도 만만치 않게 올랐어요. 학교 근처 순댓국집에 저녁을 먹으려고 갔는데, 메뉴판이 바뀌었어요. 8000원이던 순댓국 가격이 9000원이 되었어요. 재료 가격이 올라서 어쩔 수가 없다는 사장님의 말씀. 몇 달 전보다 12%나 올라버렸어요. 물가가 오른 것이 단순히 느낌일까요? 아니면, 우리 동네 마트만 이렇게 물가가 오른 걸까요? 궁금해서 통계를 찾아보았어요. 통계청에서 찾아본 2022년 6월의 소비자물가등락률은 전년 같은 달 대비 6%가 올랐더군요. 그냥 느낌이 아니었어요. 우리가 실제로 체감하고 있는 사실이 숫자가 증명하고 있으니까요. ‘월급 빼고 다 오른다.’라는 띵언(?)은 괜히 있는 게
긴급복지 신고 의무자 교육. 또 왔어요. 의무 연수 이수 공문이요. 업무 담당자라서 연수 이수 번호를 취합해서 보내야 해요. 그거 아시죠? 올해 기준으로 교사들이 들어야 하는 연수는 20가지가 넘는다는 것을요. 인성교육, 학교폭력예방교육, 아동 학대 예방 및 신고 의무 교육 등등. 이제는 무슨 연수인지 다 외우지를 못하겠어요. 업무 담당하시는 분이 ‘00 연수 들으시고 이수증(이수 번호) 보내주세요.’라고 메시지가 오면 그제야 꾸역꾸역 하나씩 듣게 되니까요. 한두 개라야 뭔가 의욕을 가지고 연수도 들을 텐데, 이제는 무슨 연수인지도 모르면서 흘려듣게 돼요. 선생님들께 메신저로 보내서 ‘이수 번호를 메시지로 보내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어요. 1~2주 후부터 쏟아지는 메시지. 하나하나 클릭해서 정리해야 하는데 우리 학교는 선생님이 58분이라는 건 안 비밀. 거기에 이수 관련 메시지만 오는 게 아니라 여러 메시지가 섞여 와서 놓치는 메시지가 있었다는 것도 안 비밀이에요. 구글 시트나 네이버 폼 URL을 보냈으면 쉬웠을 텐데, 시간이 지나서 후회해요. 머리가 나쁘면 이렇게 몸이 고생하는 거죠. 의무 연수와 관련한 여러 수고는 그것이 ‘의무적’이기 때문이에요
오래전 어느 운수 좋은 날이었어요. 급식실에서 돈가스가 남았다며 식판에 무려 3장을 얹어주시는 거예요. 감격! 평생 잊을 수 없는 급식 시간. 맛있게 먹으려고 젓가락을 드는 순간, 울리는 핸드폰. “선생님, 학교 폭력 민원인이 찾아오셨는데 식사 중이시죠? 어떻게 할까요?” 돈가스의 감격도 잠시. 마음은 착잡해졌어요. 점심시간에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 어떤 말을 할까? 걱정도 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민원은 그런 거잖아요. 교무실에 있다는 학부모님에게 갔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씀을 드렸어요. “부모님, 학교 폭력 때문에 찾아오셨지요? 그런데 약속하지 않으셨고, 저도 점심시간이라 밥을 먹어야 해요. 5교시에 수업도 해야 해서 만약 상담하신다고 해도 10분 밖에 시간이 없는데 그래도 기다리시겠어요? 기다리기 힘드시면 시간 약속을 잡고 다시 방문해주시면 돼요.” “기다릴게요.” 기다린다는 말이 기분 좋게 들리지는 않았어요. 제 마음이 꼬였던 탓도 있겠지만, 그 학부모님도 기분이 나빴겠지요. 바쁜 시간을 쪼개서 왔는데 담당자는 밥을 먹는다고 했으니까요. 그 처지가 이해되지만, 수업도 해야 하는데 밥도 못 먹고 배고픈 채로 기분 나쁘게 아이들 앞에 설 수도
“며칠 전에 아이 학교에 갔다 왔어요. 학교폭력 때문에요.” “왜요?” “지난달에 아이들끼리 다퉈서 아이들이랑 부모끼리 화해하고 지나간 일인데, 학교폭력 실태조사 서술형 문항에 응답이 있어서 다시 상담하고 왔어요.” 이미 해결된 일로 아이의 학교에 다녀왔다는 동료 선생님의 한 마디에 학부모님들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학교폭력 실태조사 후속 조치 때문에 담임선생님들이 생활지도로 끝낸 학급에서의 일도 다시 상담하고 사안 처리를 하고 있거든요. 어떤 학교는 건수가 너무 많아서 담임선생님들까지 사안 조사를 하고 계세요. 10건이 넘어가면 학교폭력 책임교사 혼자서는 도저히 처리할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학급에서 화해를 마친 아이들 간의 사소한 다툼도, 정식으로 조사하고 하나의 사안으로 처리하려고 하니 서류작업이 많아져요. 서류작업이야 시간을 투자해서 하면 되지만 문제는 상담이에요. 상담하는 과정에서 들려오는 온갖 짜증을 몸으로 받아내야 하니까요. ‘왜 이미 지난 일을 가지고 일을 키우느냐? 당신 뭐 하는 사람이냐?’라고 말하는 사람들부터 사소한 일로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를 요구하겠다.’라며 큰 소리를 내는 경우까지. 상담하며
3월의 첫 수업 시간, 민우(가명)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혼자 자습을 하고 있다는 것. 영어 단어장을 보면서 열심히 외우고 있어요. 민우에게 물어보니 학원에서 시험을 보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수업 시간에는 함께 참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만하고 수업에 참여하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자 민우가 허리를 똑바로 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업에 집중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졌다면 좋으련만, 전혀 반대의 상황이 펼쳐져요. 단어장은 보고 있지 않은데 찡그린 표정, 삐딱한 자세로 수업에 참여해요. 수업 시간에 학원 숙제하는 아이 다음 시간도, 그다음 시간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단어장을 펴 놓은 민우에게 수업에 참여하라고 주의를 주고, 민우는 시큰둥하게 쳐다보는 악순환이 계속되었어요. 회유도 해보고 무언가 시도를 해보았지만 큰 효과가 없었어요. 일주일에 딱 세 번 수업하는데 크게 라포를 형성하기도 어려운 탓에 ‘일 년은 그냥 이렇게 못 본 척해야 하나?’ 체념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시간을 잘못 알고 쉬는 시간에 민우네 반에 들어가 버렸어요. 10분의 쉬는 시간을 아주 알차게 놀고 있
“어떻게 우리 아이 얘기를 다른 학부모들에게 떠들고 다닐 수 있는 거죠? 그 학부모에게 조심하라고 전하세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요. 아시겠어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말. 그냥 듣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한 마디를 보탰어요. “학부모님, 어른들 사이의 일은 경찰에 협조를 구하시거나 직접 말씀하시는 것이 더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일 거예요. 학교에서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안타깝네요.”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면서 받게 된 민원인의 전화. 학교폭력과 관련된 민원을 받다 보면 상한 감정을 상대해야 하는 때가 많아요. ‘가만있지 않겠다.’, ‘학교는 왜 상대방 편만 드는 것이냐?’, ‘왜 우리 아이가 즉시 분리 대상자냐?’ 아무래도 학교폭력 사안 자체가 감정을 상하게 만드는 일이니까요. 문제는 사안이 발생했을 때, 교사에게 불똥이 튄다는 것이에요. 민원의 불똥은 관리자분들에게 튀기도 해요. 다짜고짜 약속도 없이, 무슨 일인지, 자신이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은 채로 교장실에 찾아와서 ‘사장 나와!’ 같은 안하무인의 태도로 학교를 방문하는 민원인도 있거든요. 관리자분들도 참 곤혹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예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학교는 만만한 곳이 되어버렸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요즘. 학교마다 대체 강사를 구하느라 많이들 힘든 시기에요. 전담 과목으로 비는 시간이 있어서 쉬는 시간에는 교무실에서 전화가 오는 일도 빈번해요. “선생님, 보결 좀 부탁해요.” 하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리지요. 다들 힘들고 바쁜 시기. 선생님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빈 자리를 메우고 있어요. 우리만 힘든 건 아니니까요. 교사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빈자리가 속출하고 있는 요즘. 학교로 온 지침을 보다가 놀랐어요. 그래서 눈을 비비고 다시 들여다봤지요. 눈이 이상한 것인지, 지침이 이상한 것인지 한참을 보다가 허탈해졌어요.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면 교원자격증이 없어도 대체 강사가 될 수 있다는 한 줄의 지침. ‘교사자격증은 아무것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교사자격증이 없는데 어떻게 강사가 될 수 있는 것일까요? 좋지 않은 상황이라 한 시간이라도 빈 시간이 생기면 보결을 하는 선생님들. 보결 수업에 여념이 없으신 교감, 교장 선생님들. 거기에 명예퇴직을 하시고도 강사 구하기가 힘들다는 말씀에 학교에 나와 주시는 선배 선생님들. 자격을 가진 교사들로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이 혼란을
“선생님, 내일 보결 수업 좀 해줄 수 있어요?” 새 학기를 시작하기 하루 전, 3월 1일. 오후에 교감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학교에 코로나19에 확진된 선생님 두 분이 있어서 급하게 보결 수업을 할 사람들을 정해야 하셨나 봐요. 학교폭력을 담당하는 관계로 담임을 맡지 않아서 보결 우선순위였기 때문에 전화를 주셨던 거예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네”하고 대답을 했어요. 아이들은 나오는데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안 계시는 상황은 아찔하니까요. 보결 수업을 해줄 시간 강사를 채용하면 좋겠지만 미발령이 많아서 시간 강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요즘에는 학교 내에서 보결 수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어요. 하루 확진자가 20만 명을 넘어서는 코로나 시국.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조그만 바이러스가 세상을 뒤흔든 지도 벌써 2년. 아직도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답답함과 씨름하며 수업을 하고 있어요. 통제하기 힘든 코로나 상황도 학교를 어수선하게 만들지만, 오락가락하는 당국의 지침도 우리를 힘들게 해요. 지난 2월 21일. 교육부는 새 학기 전면 원격 수업이 가능하다는 발표를 했어요. 덕분에 학교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했었어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지난겨울, 수업 시간에 6학년 남학생 두 명이 핫팩을 흔들고 있었어요. 수업 시간에 마라카스처럼 소리를 내는 핫팩. 그런데, 아이들이 아무리 흔들어도 핫팩이 따뜻해지지 않아요. 마라카스 소리가 점점 커지더군요. 보다 못해서 아이들에게 핫팩을 달라고 했어요. “그게 흔든다고 되니? 가지고 와 봐.” “어떻게 하시게요?” “다 방법이 있지. 줘 봐.” “선생님이 해도 안 될 것 같은데요?” 의심의 눈초리로 핫팩을 건네는 아이들. 핫팩을 받아서 잠깐 주머니에 놔두었어요. 그러면 2~3분이면 따뜻해지거든요. 따뜻해진 핫팩을 다시 아이들에게 건네주니 눈의 휘둥그레져요. 아무리 흔들어도 안 됐는데, 어떻게 따뜻해졌는지 궁금했나 봐요. 핫팩은 흔든다고 따뜻해지지 않아요. 화학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설명서를 보면 살짝 흔든 다음 주머니에 넣으면 따뜻해진다고 쓰여 있거든요. 핫팩은 흔드는 대신 따뜻한 곳에 있어야 따뜻해진다는 사실. 교실에 있는 아이들도 핫팩 같아요. 흔든다고 따뜻해지지 않거든요. 아이들 마음은 선생님 마음 같지 않아요. 아이들이기 때문이에요.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고, 짜증 나면 짜증 나는 대로 표현도 하고요. 그럴 때, 핫팩처럼 마구
#상황 1.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어요. 우리 학교 아이와 다른 학교 아이. 정확하게 말하면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예요. 일요일에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들끼리 싸운 사안이 접수되었고, 절차대로 처리해야 해요. 그런데, 절차가 없어요. 왜냐하면 학교폭력 사안의 절차는 우리 학교와 다른 학교 학생을 구분할 뿐, 학교 밖 학생에 대한 매뉴얼은 없거든요. 우리 학교 아이의 학생, 학부모 확인서를 받고 정리를 하는데, 홈스쿨링 하는 학부모는 교사 욕을 해요. “왜 일을 키우느냐? 당신 뭐냐? 가만히 있지 않겠다.” 처리는 해야겠고, 민원은 들어오고,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황 2.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해요. 이번에는 6개의 중학교와 초등학교가 얽힌 상황. 경찰에 고소까지 들어갔지요. 그래도 다행인 건 매뉴얼에 절차가 명시되어 있어요. 단지 복잡하다는 것이 함정일 뿐이죠. 학교마다 사안 조사를 해서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학교폭력 전담 기구를 실시해요. 그 과정에서 관련 학생이 지목한 가해 학생이 특정되지 않아서 여러 학교에 수소문하면서 학생을 찾기도 했어요. 경찰이었다면 신원조회를 해서 한 번에 정리했을 텐데, 교사라서 이 학교 저 학교 전화를 해서 주
학기 말 업무는 바빠요. 정신이 없지요. 요즘 생활기록부는 왜 그렇게 복잡한지 누가기록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은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에 쓰지도 못해요. 일람표를 제출하고 오타를 잡아내는 것만으로도 오후 시간은 벅차요. 그런데 문제는 학기 말 업무가 복병이라는 것. 각자 맡은 업무별로 제출해야 할 것들이 가득해요. 보고해야 할 공문도 많고요. 연수 현황을 보고해야 하는데, 아직 연수를 듣지 못한 선생님도 계셔서 몇 번씩 안내해야 하죠. 예산을 정산해야 하는데, ‘0’ 처리가 되지 않아요. 결국 카드를 받아서 문구점에서 볼펜을 사요. ‘0’ 처리를 하기 위해 몇백 원을 주머니에서 꺼내 현금으로 드리고 나머지 예산을 맞춰요. 휴~ 업무 끝. 학기 말이 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영원한 것은 없는 법. 이제 학기 말이 끝나고 방학이 되었어요. 다행히 우리에게도 숨돌릴 수 있는 시간이 생겼지요. 새 학기를 위한 교재연구에 힘을 쏟을 시간도 생기고 새해를 맞이해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기도 해요.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에게는 뭔가 업데이트가 필요하니까요. 업데이트! 우리는 매주 컴퓨터를 업데이트해요. 내 PC 담당 선생님의 “선생님, 내 PC
“5학년 아이에게 맞았어요. 얼굴을 때리고 도망가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채소연(가명) 선생님이 5학년 아이에게 맞았어요. 수학 시간에 문제를 풀라고 했는데, 학습지를 찢었대요. 그래서 다시 학습지를 줬더니 욕을 하면서 얼굴을 때리고 도망을 갔다고 해요. 맞은 것도 아픈데 ‘씨 XX, 싸이코 XXX’ 욕까지 하면서 말이지요.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는 분들은 ‘설마, 선생님을 때리는 초등학생 아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요즘 학교를 보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니에요. 요즘 학생 중에는 덩치가 큰 아이들이 많아요.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여자 선생님의 경우에는 덩치 큰 아이와 힘으로는 대적하기 어려운 일도 있지요. 그래서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아이이거나, 마음속에 분노가 많은 아이의 경우에는 선생님에게 물리적인 힘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런 일 때문에 종종 교실에 가서 아이를 말리는 일도 있어요. 그럴 때는 남자 선생님이라고 해도 아이가 때리면 맞을 수밖에 없어요. 힘으로 잘못 제압하려다가 아동 학대 신고를 받는 것보다는 그냥 한 대 맞아주는 것이 편한 길일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손을 잡고 말리다 보면 입
교직 생활을 하다 보면 생각하지도 못한 일을 마주할 때가 있어요. 요즘 말로는 ‘갑툭튀’.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그런 상황 말이죠. 업무가 많은데 갑자기 우리 반 아이가 전학을 가요. 생활기록부를 정리해서 전학을 보내야 하죠. 생활인권부장인데 퇴근 후에 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요. 학교폭력 신고가 들어왔다고요.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반 아이가 아직 안 들어왔다는 학부모님의 전화를 받아요. 갑자기 분주해져요.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고 아이를 찾기 시작해요. 그런데, 아이는 감감무소식. 퇴근은 안녕! 생각지도 않게 갑자기 일어나는 상황은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어요. 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호프는 그런 ‘갑툭튀’에 대한 이야기를 단편 소설 『어느 관리의 죽음』에서 그려냈어요.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뱌코프. 이름도 엄청나게 긴 회계원이에요. 그는 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앞자리 대머리 노인의 반질반질한 머리에 재채기하고 말았어요. 반짝이는 머리에는 침이 튀고, 노인은 투덜거리면서 머리와 목을 닦기 시작했죠. 안타깝게도 그 노인은 운수성의 고위급 장군이었어요. 체르뱌코프는 사과를 했고 장군은 괜찮다고 말해요. 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은 그는 몇
로꾸거! 2007년 당시의 아이돌이었던 슈퍼주니어가 발매했던 앨범의 타이틀 곡이에요. 가사가 흥미로워요. ‘로꾸거 로꾸거 로꾸거 말해말 (중략) 어제도 거꾸로 오늘도 거꾸로 내일도 거꾸로 모든 건 거꾸로 돌아가고 있어. 내일이 와야 해. 행복의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겠지.’ 흥겨운 노래지만 가사는 왠지 오늘이 불만족스러운 사람들에게 와닿아요. 거꾸로 흘러가는 세상. 오늘이 아닌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이 행복한 세상. 지난달 18일 교육부 공고를 보면서 ‘로꾸거!!’ 노래 가사가 생각이 났어요. 왠지 거꾸로 돌아가는 정책 같아서 말이지요. 혹시 공고문을 보신 분 계신가요? 2021-227호 공고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 일부개정안 행정예고’를 보시면 정책이 왜 거꾸로 가고 있는지 아실 거예요. 공고문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에요. 첫 번째는 연가 사용의 사유를 확대, 두 번째는 연가 사용에 사유 기재, 연가 사용의 사유를 확대. 본인 및 배우자 직계존속의 생신, 배우자, 본인 및 배우자 직계존속의 기일, 본인 및 배우자 부모의 형제, 자매 장례식, 본인 및 배우자 형제, 자매의 배우자 장례식. 이렇게 사유를 확대했어요. 이러면 관리자분들께서도 골치 아파지세요.
“선생님, 보결 수업을 좀 부탁드릴게요.” “아~ 네. 또 아픈 분이 계신가 봐요.” 교무실에서 전화가 와요. 보결 수업을 해 달라고 하시더군요. “왜 또 저예요? 이제 그만, 보결은 명퇴하고 싶어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눈치 없는 입은 “네”라고 대답해버렸어요. 일주일에 몇 시간 안 되는 빈 수업 시간. 촘촘히 박혀 있는 수업 시간에서 얼마 안 되는 쉬는 시간인데, 보결 수업 때문에 휴식이 없어져 버리는 건 좋은 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요즘에는 무슨 일인지 부쩍 보결 수업이 많아졌어요. 아픈 선생님들이 많아지신 걸까요? 보결은 많고, 시간표가 비어 있는 선생님들은 적어서 교감 선생님도 수업하세요. 굉장히 험난한 상황. 이런 상황은 코로나19로 비롯됐어요. 가족 중에 코로나19가 확진된 선생님.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선생님. 물론, 백신 접종 완료자는 가족이 자가격리 중에도 출근할 수 있어요. 요즘 방역수칙에 따르면요.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어서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아야 근무하도록 하는 학교도 많아요. 돌파 감염도 무시를 못 하니까요. 이런 상황은 학교마다 편차가 있어요. 큰 학교는 그만큼 사람이 많으니까 이런 상황이 빈번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