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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강마을에서 책읽기- 내 인생의 주역

삶과 만나는 '주역'이야기

 

동지(冬至)는 겨울의 한가운데 밤이 가장 긴 날입니다. 그 길고 긴 칠흑 같은 밤, 찬바람은 쌩하니 불고 빈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립니다. 부스럭거리며 지난가을에 떨어진 낙엽이 바람을 따라 가장자리로 모여듭니다. 이렇게 춥고 시린 인생의 동지를 지나는 사람은 어떨까요?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은 어려움 속에서 실오라기 같은 빛이라도 잡고 싶을 것입니다. 동짓날의 상념이 깊어집니다.

 

중학교 3학년 많은 수의 학생들이 합격증을 받았습니다. 교과서의 진도는 벌써 끝났고 선생님들께서 고등학교 준비를 위한 다양한 수업을 하셔도 심드렁한 얼굴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주역』을 가지고 가서 자신의 궁금한 점에 대해 주역으로 점을 봐주겠다고 하니, 저마다 손을 듭니다. 이참에 동양의 고전인 『주역』에 대한 소개를 하고, 쾌의 종류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주역』에 의하면 우주는 기로 가득 차 있고, 기의 이합집산으로 만물이 생겨난다. 기의 변화하는 이치를 밝힌 것이 역이다. 그 변화는 복잡다단한 듯하지만, 거기에는 하나의 법칙이 있다. 그것을 태극이라 한다. 그 법칙이 움직이면 음양이 드러난다. 양을 대표하는 것이 하늘 천(天), 음을 대표하는 것이 땅 지(地)이다. 우주에는 이 두 기운밖에 없다. 그래서 역은 하늘과 땅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의 이치를 보고, 몸을 굽혀 땅의 이치를 살피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내 인생의 주역』, p26

 

주역에서는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삶의 이치가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우주의 기운은 천, 지, 인 삼재의 개념이 나오고 이 셋이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재료가 됩니다. 양(陽)과 음(陰) 두 기운을 세 개의 막대기로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8입니다. 이렇게 건(乾), 태(兌), 리(離), 진(震), 손(巽), 감(坎), 간(艮), 곤(坤) 8쾌(卦)가 만들어집니다. 하늘, 연못, 불, 우레, 바람, 물, 산, 땅과 같은 자연 현상을 관찰해 그 속성을 밝히고 거기서 삶의 윤리를 도출해 다양한 상황을 해석하는 것을 기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8쾌가 다시 중첩하면 64쾌가 만들어집니다.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어떤 사건도 이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 없다고 보고 그 음양의 부호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자신이 쾌를 뽑아보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쾌의 이름을 찾아 내용을 읽고,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였습니다. 쾌마다 달린 효(爻) 여섯은 인간사에서 달라질 수 있는 여섯 단계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처음엔 재미삼아 읽어보던 아이들이 점차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 보고 질문을 합니다. 세상에는 늘 좋은 일도 늘 나 쁜 일도 없는 것처럼 우주만물은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움직이고 변화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찾은 쾌도 여러 모양으로 변화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 주리라 생각합니다. 중학교 과정을 마무리하는 아이들이 동양 고전을 이해하고, 인생의 다른 모습에 대해 생각하기를 바라며 『주역』 책으로 한 시간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저처럼 주역에 관심을 가진 여덟 명의 필자가 『주역』 64쾌를 통해 써 내려간 삶과 인생의 실전 보고서를 읽었습니다. 『내 인생의 주역』은 고전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이 도반과 주역을 공부하고, 인생의 고비마다 주역의 쾌로 삶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 역시 몇 년 전 아픈 떠남을 되돌아보았습니다. 헤어짐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가을이면 나뭇잎이 떨어지듯 자연스러운 변화의 시기입니다. 내 잘못이라고 자책할 일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저는 심봉사 눈뜨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 그렇구나!” 아직 제 마음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작은 점들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삶의 갈피가 잡히지 않고 눈앞에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오래된 동양의 고전 『주역』을 천천히 읽으며 우주의 이치를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책 속에 길이 있습니다. 

『내 인생의 주역』, 김주란외 7명 지음, 북드라망,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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