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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과 ‘흥’ 살려 감동 주는 소리꾼 될래요”

판소리 명창 꿈꾸는 남원국악예고 고예지 양

 

목청과 울림, 큰 소리통 타고나…성실함 겸비
재단 도움으로 레슨비, 대회참가비 부담 덜어
“성공하면 재능 있지만 어려운 학생 도울 것”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지”
 

판소리 하면 떠오르는 ‘춘향가’, ‘흥부가’의 배경지 남원. 전통 예술혼이 살아 숨 쉬는 국악의 본고장답게 이곳에서 명창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은 자연히 지리산 푸른 자락, 맑은 정기를 이어받아 소리도 남다를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27일 고예지(남원국악예술고 1학년) 양과의 첫 만남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앳된 얼굴과 달리 허스키하고 단단한 반전 목소리에 한번,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차고 구성진 소리에 두 번…. 이날은 전공 실기 시험이 있는 날이라 준비에 한창이었다. 토끼전을 바탕으로 한 판소리 ‘수궁가’를 부른다며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나온 모습을 보니 이번에는 프로 소리꾼 같았다.
 

고 양이 판소리에 관심 갖게 된 것은 초등 1학년 방과 후 교실 민요반에서였다. 학부모 초청 발표회라도 열리면 우렁찬 박수는 모두 그의 차지였다. 타고난 목청과 울림, 큰 소리통 등 재능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아본 선생님들은 ‘너는 좋은 소리꾼이 될 목을 타고 났다’며 고 양을 추켜세워줬고 4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판소리의 길에 접어드는 계기가 됐다. 
 

각종 대회에서 실력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 춘향국악대전에서는 판소리 중등부 최우수상을, 제20회 박동진 판소리 명창·명고 대회에서는 중등부 우수상을 거머쥐며 이름을 알렸다. 올해는 해태 국악꿈나무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고 양의 꿈은 국립창극단에 들어가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전통 판소리보다는 민요나 창극, 마당놀이를 보며 꿈을 키운 만큼 다양한 배역을 맛깔나게 소화하는 창극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최종적으로는 나이가 들면 완창 발표회도 하고 제자 양성도 하는 명창이 되고 싶다고. 그러나 희귀난치병에 지체장애까지 있어 경제활동이 어려운 어머니와 한부모 가정에서 지내는 고 양에게 비용이 많이 드는 판소리 레슨과 대회참가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행히도 제 의지를 알아봐 주신 창극 배우이자 국악 소리가 윤석안 선생님께서 재능기부로 심청가를 가르쳐주셔서 판소리에 입문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국악으로 진학을 하고 지속적인 레슨을 받기에는 부담이 컸고 지방 대회에 참가하면 고수(북 반주자)를 따로 대동해야 하는데 경비가 만만치 않아 자주 참가하기가 어려웠어요.”
 

고 양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이리더’에 선발된 후 마음껏 판소리를 배울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개인 레슨은 물론 대회참가 지원비까지 꿈을 향해 다양한 소리를 배우고 대회에 참가하는데 경제적인 고민이 뒤따르지 않게 된 것이다. 고 양은 심청가 중 ‘동냥젖 얻어 먹이는 대목’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심봉사와 심청이의 마음이 이해된다는 것이다.
 

“심봉사의 아내 곽씨 부인이 질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홀로 젖동냥을 하며 심청이를 정성껏 키워 내는 모습이 마치 저희 어머니가 편찮으신 몸에도 딸인 제가 꿈을 이뤄 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돌봐 주시는 모습과 비슷해 그런 상황들을 생각하면서 부르니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이 공존하면서 감정이입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여러 도움에 힘입어 고 양은 현재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매일 아침 등교 전 집에서 1시간 30분 가량 연습을 하고, 점심시간에도 짬을 내서 40분, 야간 자율학습 시간까지 매일 3시간 이상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담임이자 전공 선생님인 최련 교사는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바탕에 깔린 ‘성실함’이 고 양에게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최 교사는 “예지는 과대표를 맡고 있음은 물론 학업 성적도 굉장히 우수해 두루두루 모범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 동편제 소리 축제 공연에서는 동편제 창시자인 송흥록 명창의 역할은 물론 춘향가 중 사랑가도 대표로 공연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지는 특히 성음(발성)이 두껍고 실한 데다 타루(기교)를 치는 부분들이 정교해 판소리 실력이 매우 좋아 장래가 기대된다”며 “학생들 모두 하기 싫어하는 분리수거나 청소도 항상 솔선수범하고 책임감이 강해 어떤 때는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좀 누리라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고 양은 판소리의 매력인 ‘한’이라는 정서와 관객을 사로잡는 ‘흥’을 살려 소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소리꾼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는 노해현 명창으로부터 춘향가를 사사받고 있는 중이라고.
 

“일반 무대도 행복하고 보람 있지만, 특히 요양원 봉사할 때 뿌듯해요. 슬픈 대목을 부르면 우는 어르신도 있고, 흥겨운 노래를 부르면 나와서 춤추시는 모습을 보면서 소리로 이렇게 감동과 웃음을 드릴 수 있다는 게 정말 뿌듯했습니다. 나중에 성공하면 저처럼 소리에 재능이 있지만 형편이 어려워 위기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장학금도 알아봐 주고 직접 가르치고 재능을 나누는 일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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