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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돌봄 초과근무에 교육과정 짜고 또 짜고…”

개학 연기로 더 바쁜 현장 교사들

온라인학습 챙기고 수업준비 전념
학생 일일이 전화 돌려 건강 체크
묵묵히 일했는데…허탈 넘어 ‘분노’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아침 출근 후 1~2시간 공문처리, 가정통신문 보내고 회신받기 2시간, 온라인 학습터에 주요과목 단원별로 학습지 올리고 평가지 만들기 2시간, 학생들 온라인 학습 이수 여부 체크 및 피드백, 수업준비와 회의, 교육과정 연구모임 이후 돌봄 당번으로 7시까지 초과근무….’ 
 

개학 연기로 비상근무 중인 서울의 한 초등학교 담임 A교사의 하루 일과다. 교육청에서는 2~3일 간격으로 출근하라고 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매주 상황이 바뀌면서 교육과정 수정, 현장학습 일정 수정 등 각종 회의가 늘어나 그는 지난주에 하루 빼고 모두 출근을 했다. 3차 개학 연기가 발표된 17일에는 재택근무 일정을 모두 출근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재택근무를 해도 업무 진행은 똑같다. EVPN에 접속해 공문을 처리하고 학적 정리, 아동명부 정리부터 수업준비까지 마치려면 집에서도 하루종일 바쁘다.
 

서울의 한 중학교 B교사는 이런 업무에 더해 매일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전화해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학원에 갔는지 등을 묻는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22명 중 5명만 전화를 받더라고요. 연락이 안 되면 문자를 남긴 후 시간을 맞춰 통화해요. 학원에 되도록 가지 말고 마스크 꼭 쓰고 다니라고 당부하고, 온라인 학습자료 이용방법 등을 안내하는데 학부모님들은 걱정이 많고 묻는 것도 많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꽤 걸립니다.”
 

고3 담임들도 비상이다. 입시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지만 학생들이 모의고사를 보지 못해 데이터도 없고 진학면담을 통한 입시 디자인도 할 수 없다는 것. 여름방학이 짧아지면서 생기부 작성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도 큰 걱정이다. 당장 학생들을 만날 수 없어 유선으로 틈틈이 학생상담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게 고3 담임들의 설명이다. 
 

일반 교사들 뿐만 아니라 부장교사들의 일과는 더 고되다. 벌써 3번째 개학 연기가 반복되면서 학사일정과 교육과정 등을 다시 짜고 고치는 일에 매달려 있다. 인천 C중 D부장교사는 “개학 2주 미루면 기존 일정도 2주 미루면 그만인 게 아니라 입시일정이나 내신산정, 시수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했던 교사들은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교사를 지칭해 ‘일 안해도 월급 받는 그룹’이라고 발언한 것을 보고 “허탈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A교사는 “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이 우리를 외면하고 있고 현장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을 수장도 몰라주는데 누가 알아줄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었고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고 한탄했다.

 

B교사는 “다음 교육감은 학교 현장을 겪어보고 잘 아는 분이 선출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루종일 했다”며 “기존에도 교사들에 대해 안 좋은 여론이 생길 때마다 상처받았는데 이번 일로 교육감이 확인사살을 한 것 같아 많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교육감의 이분법적 논리와 편가르기로 가뜩이나 힘든 교육현장에 분란만 일으켰다는 비판도 따른다. 경기 E초 F교사는 “선과 악을 만들고 악을 지탄하면서 선을 챙겨주는 프레임으로 여론을 움직이는 전형적 정치 때문에 교사들이 일도 안하고 월급을 받는 악역을 담당해야 했다”며 “앞으로는 정치보다는 진정성 있게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힘을 싣고 표를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D교사는 “교육의 핵심 주체인 교사들에 대해 일하지 않고 월급을 받는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교육감 자격을 잃은 것”이라며 “그런 생각을 가진 교육 수장의 명을 앞으로 교사들이 신뢰를 갖고 따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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