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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강마을에서 책읽기 - 역사의 뒤안길에서

미스 손탁

『미스 손탁』은 ‘헤이그 밀서 사건’과 관련하여 손탁호텔의 경영자인 미스 손탁 실종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조선의 소년 배정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녀의 실종에는 수많은 사건들이 줄줄이 연결되어 상상력을 자극한다. 대한제국을 손아귀에 넣고자 하는 일본의 야심을 폭로하고자 노력하는 호텔의 소년과 이준, 이상설, 이위종, 베델, 양기탁, 박은식과 같은 우리가 잘 아는 인물들이 등장하여 역사의 한 부분을 읽는 듯 흥미진진하였다.

 

프랑스와 독일의 접경지역 알사스 지역 출신 앙투아넷 손탁Antoinett Sontag(1854-1925)은 한국 커피역사의 태동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역사적 장소 손탁호텔을 운영했던 실존 인물이다. 그녀는 러시아 공사 베베르의 친지로 일본의 집요한 간섭으로 고종황제가 1년 간 러시아 공사관으로 '아관파천'하였을 때, 고종을 정성껏 돌봐준 것을 계기로 황궁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직위를 얻게 된다. 호텔 부지도 무상으로 얻게 되어 외국인들이 머물 수 있는 영빈관 형식의 호텔을 세워 경영하게 된다. 지금은 서울 중구 정동에 터만 남아 있다.

 

이 소설은 그 당시 일본 첩자들이 득실거리는 궁궐에서 고종의 손과 발이 되어 준 사람이 손탁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미국 선교사로 와 있던 헐버트가 일전에 황제의 밀서를 미국 의회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본에게 발각하게 되고, 일본 첩자들의 감시가 더 심해진 가운데 만국평화회의에 일본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고종은 '밀서'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 전달책으로 손탁이 등장한다. 그 은밀하고 위험한 일에 연관된 미스 손탁이 갑자기 사라져버린다. 그녀의 운명과 조선의 운명이 함께 쥔 밀서는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이화학당을 세운 스크랜턴 여사, 이완용의 조카로 등장하는 이복림 학생, 대한제국 시위대 군인 배유근과 호텔에서 보이 역할을 하며 미스 손탁을 도와주는 그의 동생 배정근, 오일규라는 이름으로 가장하여 고종의 밀서를 전달받는 평리원(지금의 대법원) 검사였던 이준 등 대한제국 당시 국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들을 모습을 보면서 가슴 한 곳이 뜨거워졌다. 역사의 뒷면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굶주린 승냥이같은 일본과 늙은 여우같은 서구 열강 사이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겨울밤은 어둡고 차다. 그렇지만 그 위로 보이는 별은 더 빛난다. 어두운 역사의 뒤안길에서 젊은 그들은 스스로 횃불이 되었으리라. 그 분들을 생각하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별이 보이는 창가에 올려둔다. 바람이 커피 향기를 휘감고 하늘로 간다.

 

                                                                          『미스 손탁』, 정명섭 지음, 서해문집,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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