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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초입 숨 가쁘게 달려온 여정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계절, 차곡차곡 쌓여진 시간의 이야기들이 산수화 같은 낡은 벤치에 쏟아져 나온다. 아직 겨울 속으로 불려 들어가지 않은 얼마 남지 않은 잎들이 산사의 풍경소리에 파르르 거린다. 붉음은 붉음대로 노랑은 노랑대로 더는 찬란할 수 없는 빛을 발하던 단풍잎들, 시나브로 사위어 이울어 가는 욕심 없는 모습에 가슴이 저미고 아프다.

 

단풍잎보다 더 화려한 옷차림의 탐방객들이 지리산 절집 마당을 자박거린다. 범종루의 범종, 운판, 목어, 법고는 소리 없이 가을빛 겨울색에 서 있다. 석간수 한 모금 머금고 정겨운 햇살을 보듬어 본다. 겨울색에 물드는 솔숲이 가을빛 이야기를 들춘다.

 

기지개를 켜며 움터오던 봄 향기 언덕을 올라 태풍의 비바람을 이겨내고 뜨거운 여름도 살포시 닫았다. 알알이 열매 맺는 기쁨, 홍엽의 아름다움을 준 것도 정작 자신은 모른다. 이렇게 가을빛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는 길목에서 허투루 흘려보낸 것이 없이 겨울색에 물들어 간다. 그냥 시간의 여정에 길동무했고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님을 가을빛은 겨울색에서 숨어난다.

 

낮게 나는 굴뚝새의 몸짓을 보며 짙은 갈잎이 드리운 솔숲을 걷는다. 겨울 숲 솔향기 속에 뭉긋뭉긋 드러나는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고개를 내민다. 그리고 지금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 나지막이 묻는다.

 

그래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오만에 빠져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신이라도 되는 양 행동하고 있다. 내 편리에 의하여 말없이 사소한 약속을 저버려 곤란하게 만든 일, 편리와 금전에 목말라 하며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가득한 일상을 꾸려왔다. 허당록(虛堂錄)에 있는 말을 되새겨 본다.

 

‘축록자불견산 확금자불견인(逐鹿者不見山 攫金者不見人)’이란 말이 있다. ‘사슴을 쫓는 사람은 산을 보지 못하고, 금을 움켜쥐려는 이는 사람을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자신의 목적만을 성취하려다 보면, 주위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모해지기 쉬우므로 어떤 목표를 향해 나가는 것도 좋지만, 그 과정도 나무랄 데가 없어야 함을 전하는 말이다. 마치 계절의 흐름에 순응하여 서는 가을빛 겨울색으로 비유된다.

 

지금을 사는 우리는 어떤가? 우리의 심성에는 개인주의와 더 짙은 이기주의가 진을 치고 있다. 동행보다는 타인은 어떻게 되든지 상관하지 않은 이기주의가 끓어 넘치고 있다. 며칠 전 토요일 남해읍 사거리에서 뒷다리 하나를 들고 절뚝거리며 쳐다보는 유기견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제발 나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데려가 주세요.’ 애원하는 그 눈빛, 움직일 때마다 질러내는 그 비명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목덜미 뒤를 끌어당겼다. 그래도 애써 무시하고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그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잘못이라면 개 주인의 이기심이다. 필요할 때만 데리고 있다 병들면 거추장스러운 짐이라고 하여 버리고 갔으리라.

 

사람의 이기심. 이것은 일종의 성향이다. 본성 자체가 본인의 이득 추구에 과도하게 집중된 것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는 뒷전이고 오로지 본인의 영달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냉혹함, 공감 능력과 죄책감 결여된 이것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남을 비난하고 짓밟고 올라가는 유형이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안에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주의와는 다른 모습이다.

 

 삶의 여정은 누구나 비슷하다. 각박하게 앞만 보지 말고 계절의 흐름처럼 서로 함께하며 살아가야 한다. 가시처럼 박혀 있는 자신의 이기심. 가을빛이 드리운 겨울색은 그게 아님을 보여준다. 붙잡고 있는 것이 다 가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