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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허허, 똥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다니?”

2019 토일렛 토크콘서트 열광 도가니

 

우리는 흔히 똥 이야기를 하면 더럽다든가 재수 없다든가 밥맛 떨어진다고 한다. 대화에 올리는 것 자체를 터부시 한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여기에서는 똥 이야기가 주제다. 똥 이야기가 재미있다. 똥에 대해 알면 알수록 흥미진진이다. 그래서 똥 박물관 해우재가 있는 것이다. 똥에 대한 새로운 반전이다.

 

11일 오후 2시 해우재 문화센터 3층 세미나실에서는 ‘2019 토일렛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e수원뉴스 사전 홍보 덕분일까? 세미나실 80석이 꽉 찼다. 관객 대부분이 가족 단위다. 30대 부부와 어린이가 가장 많고 3대가 함께 찾은 가족도 보인다. 그러고 보니 관객층이 유아부터, 어린이, 젊은 부부, 어르신 모두 모였다.

 

첫 순서는 ‘똥떡 이야기’다. 이종숙 선생님이 들려주는 구연동화다. 재래식 화장실인 변소에 빠진 준호를 엄마가 구해 준다. 변소에 빠지면 오래 살지 못한다는 속신이 있어 똥떡을 만들어 뒷간 귀신에게 바친다. 나이 숫자만큼 똥떡을 먹고 이웃에 똥떡을 돌린다. 자식의 창피한 것을 달래주고 떡을 이웃에 나눔으로써 건강을 기원하는 조상의 지혜가 담겨있다.

 

이어서 똥 만들기 체험. 관람객에게 색깔 진흙을 하나씩 나누어 준다. 이 선생님은 똥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처음엔 손으로 주물러 진흙을 반죽한다. 그리고 가래떡처럼 굵게 만든다. 가래떡을 한 덩어리 떼어내 손으로 비비면 가느다란 똥처럼 된다. 이것을 돌리면서 쌓으면 아름다운(?) 똥 모양이 되는 것이다. 나도 크기를 다르게 하여 네 작품을 만들었다.

 

이어서 수원시민이 주인공이 된 ‘우리가족 화장실 이야기 보따리’가 펼쳐졌다. 이영관 시민은 ‘너, 그거 알아? 드디어 그게 무너졌어?’ 푸세식 화장실에 얽힌 에피소드로 똥지게 숫자 헤아린 성냥개비, 겨울철 똥탑 이야기, 밑씻개 종이 이야기, 봄이 되자 똥탑이 녹아 무너져 내렸을 때의 허무감과 안도감을 들려주었다.

 

용은미 시민은 학창시절 집에서의 수세식 비데에 익숙해 용변 후 뒤처리 방법이 기억이 안나 대학생이 되어서 엄마에게 “똥은 어떻게 닦는 거예요?”를 물었던 경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승석 시민은 가족의 화장실 가는 시간이 신기하게도 일치한다고 말한다. 회사에서 화장실에서 핸드폰 연락을 하면 아이들도 화장실에 있다고 한다. 둘째는 똥이 잘 안 나오면 ‘아빠’하고 소리를 지르면 똥이 잘 나온다고 한다.

 

전윤희 시민은 변기에 묻은 아들의 오줌 튀긴 자국 때문에 불편함이 있었는데 오빠 여자친구에게 여동생의 핀잔이 나쁜 습관을 완벽하게 고쳤다고 이야기한다. 소변을 보고 다음에 사용할 타인을 배려하는 것을 익힌 것이다. 박시우 시민은 신혼시절 거실은 좁고 넓은 화장실 때문에 불편함이 많았는데 지금은 자식들의 장남감 보관장소, 놀이터, 친정 엄마 김치 담그기, 나만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어 해우재의 참의미를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공모전 당선자에 대한 시상에서는 상장과 황금똥상 트로피가 수여되었다. 부상으로는 장바구니, 연필, 보자기, 볼펜 등 해우재 로고가 새겨진 생활용품을 받았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마술시간에는 이영한 마술사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어린이 관객과 함께 하는 ‘떠 다니는 의자’는 신비함을 더했다.

 

오늘 화장실 토크콘서트, 화장실에 대한 세대 간의 벽을 깨뜨리는 기회가 되었다. 똥에 대한 이야기를 터부시 않고 마음 놓고 웃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똥에 관한 인식도 바뀌었다. 냄새나고 더럽고 가까이 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인류 역사와 함께 한 것이 똥이다. 화장실이 이제 안방을 차지했다. 화장실에서 향기가 나는 세상이다. 화장실 수준이 문화수준이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화장실을 가까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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