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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자유학기와 기초학력, 불편한 동거

‘자유학기제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이미, 그 질문 자체에 의미가 없을 정도로, 자유학기제는 보편화 되어 있다. 2013년 자유학기제가 시범 도입된 이후 확대가 이루어졌으며, 현재 자유학년제의 형태로 대부분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자유학기와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학습평가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아이들의 꿈과 진로를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자유학기제는 표면적으로 안정화 단계에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자유학기제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아일랜드의 TY(Transition Year)가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현재는 일부 학교들만 적용되고 있으며, 많은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여러 문제에 대하여 냉정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28일 교육부에서 발표한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은「기초학력 보장법」및 시행령과 관련하여 ① 기초학력 진단 및 평가체제 전환, ② 학교 안팎 기초학력 안전망 내실화, ③ 평등한 출발선 보장을 위한 초등 저학년 집중 지원, ④ 국가-시·도-학교 책무성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다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등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진보 성향의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계획돼 있던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사흘 앞두고 전면 폐기한 지 3년 만에 다시 기초학력진단평가 전면 실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수 조사가 갖고 있던 단점이 있었지만, 우리 현실에 비추어볼 때 분명한 합목적성과 당위성을 갖고 있던 평가도구를 정치적 이유로 무리하게 폐기한 점을 생각할 때 이번 내실화 방안을 어떻게 봐야할지 의문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자유학기와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은 별개의 정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통합적인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학교 현장에서는…

중학교 현장에 자유학기와 기초학력 지원 정책은 지대한 영향을 준다. 정책의 본래 취지와 달리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고 또 다른 문제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여기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를 기반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첫째, 성적을 기반으로 한 학급편성의 기준이 없어 1·2학년의 학급편성 시 학업성취도가 고르게 반영된 구성이 어렵다. 시·도별로 진단도구를 제시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중학교 입학 때 초등학교에서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이유로 배치고사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실시하지만, 정규고사 성적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학년제가 적용되는 중학교 1학년 동안의 객관적 성적자료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반 편성 기준이 모호하여 학교별로 자체 기준을 세워 적용할 수밖에 없다.

 

교과 특성에 따라 학업성취도의 차이가 균등하게 이뤄질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분포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교과목별로 학급이 편성되고, 개별 내신 성적이 산출되는 시스템에서는 학급 간 편차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과목(일부 수준별로 반편성으로 이루어지는 교과 제외)은 학급에 따라 개별적 교육과정이 적용되지 않고 동일한 수준과 내용으로 수업이 이루어진다. 학급의 특성에 따라 수업방법은 달리 적용될 수 있지만, 학급 간 편차는 가르치는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학급별 분위기 차이로 이어지고, 학습자에 따라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고른 분포가 이뤄진다면 학급 내에서도 동료 간 학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학습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둘째, 자유학기제 운영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크게 프로그램 준비와 운영 그리고 평가에 대한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자유학기 프로그램은 이전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향상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 간 격차가 크고, 형식적인 차원에서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 운영 강사의 섭외와 계약 그리고 회계 절차까지 상당 부분을 교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외부 강사가 투입됨에 따라 발생하는 각종 문제 또한 많을 수밖에 없다. 정규 평가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개별 활동을 서술형으로 생활기록부에 작성해주게 돼 있는데, 이 또한 다른 영역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요구하고 있어 기록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생활기록부 작성 개정 과정에서 행동발달영역의 기재 분량도 축소된 상황에서 자유학기의 기록에 대한 부담은 굉장히 큰 편이다. 특히 학생의 개별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없이 프로그램 과정 중에만 본 강사 입장에서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피상적인 내용의 나열에 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자유학기 업무는 학교폭력 업무 못지않게 기피하고 싶은 업무로 인식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셋째, 학부모들의 실제적인 요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많은 학부모가 아이의 학업성취도 혹은 능력의 상대적 위치를 궁금해 한다. 그 어느 학부모도 아이들을 경쟁구도로 내몰고 싶어 하지는 않겠지만, ‘진학’이라는 현실 앞에서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사교육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 실제로 사교육 업계에서는 자유학기 기간을 ‘신이 내린 1년’, ‘선행의 마지막 기회’와 같은 자극적인 광고 문구들로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공략하며 현혹하고 있다. 따라서 기초학력의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해주는 역할뿐 아니라 수월성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과 학습 상황을 진단하는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넷째, 각 정책이 실현될 때 큰 얼개에서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자유학기와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는 나름의 타당한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로 오면 상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자유학기가 1년 단위의 자유학년제로 확대된 상황에서 기초학력을 측정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들어왔을 때 어긋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초학력 지원 시스템이 도입되기도 전부터 다시 학업성취도평가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각계에서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기초학력 지원에 해당하는 과목과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은 이러한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보다 나은 학교 현장을 위해서

모든 정책은 나름의 가치와 목적을 갖고 출발한다. 그러나 현장에 더 큰 혼란과 불편을 가중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는 현장의 이야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너무 급하게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공청회 형식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고는 하지만, 자신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만 모아놓은 자리(진보 교육감들의 광장 콘서트가 대표적인 예)를 통한다면 의미는 크지 못할 것이다.

 

최근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획기적인 변화로 학폭위의 교육청 이관이 추진되고 있다. 분명 기쁜 소식이지만 실제 어떤 모습으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현장의 우려가 크다. 현재 재심에 해당하는 사안에 보내는 서류만큼 많은 양의 문서를 작성해서 이관된 학폭위로 보내야 하는 시스템이라면 교육청으로 보내지 않는 편이 낫다. 단위 학교에서의 업무 경감이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은 요원한 상황이다.

 

우리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는 자유학기, 미래 사회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기초학력을 지원하는 정책. 중요한 이 두 정책이 중학교 현장에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과감히 고쳐갈 수 있는 열린 정책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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